‘한 아이디어’ 하는 이들의 축제 한마당! 2018 C랩페어
삼성전자 입사 19년차 김수용<위 사진 맨 오른쪽>씨. 최근 그의 머릿속은 반려동물로 가득 차 있다. “진짜 해보고 싶은 걸 해보자”는 다짐 아래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 과제 ‘쁘띠앙’ 리더로 새로운 발걸음을 뗐기 때문. 아이디어는 자신있었지만 대중에게 다가갈 ‘한 끗’이 아쉬웠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체험 의견을 즉석에서 들을 수 있는 C랩페어가 바로 그것.
“목줄이 포함되면 어떨까요?” “반려동물 의류 브랜드와의 협업도 추진해보세요!” “감정을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한 이모티콘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의 불안감을 깨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거기서 확신을 얻은 김씨는 머나먼 여정에 힘이 될 자양분과 자신감을 듬뿍 충전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올 한 해 C랩 과제를 공유하는 사내 행사 ‘2018 C랩페어’가 지난 27일부터 나흘간 삼성전자디지털시티(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에서 열렸다. 올해는 쁘띠앙을 비롯, 40여 개의 C랩 과제가 참여형 부스를 열고 임직원을 맞았다. △우수 과제 전시 △메이킹 경험 공유 △내년 과제 발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꽉 채워진 첫날, 삼성전자 뉴스룸이 행사장을 찾았다.
뮤직 페스티벌 열기가 고스란히, ‘아이디어 전시관’
팔목에 형형색색 입장 밴드를 두르고 인파로 붐비는 입구에 들어선다. 축제가 시작된다는 설렘과 기대가 어우러지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전시관은 “뮤직 페스티벌 콘셉트를 염두에 두고 행사를 준비했다”는 기획진의 의도(“관객과 뮤지션이 호흡을 맞추며 뮤직 페스티벌을 완성해가듯 많은 이가 어우러지는 ‘교류의 장’을 구현하고 싶었다”)와 딱 들어맞는다. 실제 이날 현장을 찾은 임직원들도 “사내에서 이런 공간을 마주하니 색다르고 재밌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 전체를 총괄한 백정미<아래 사진>(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씨는 “C랩이니까 할 수 있는 걸 하자, 는 목표를 정하고 ‘소통’과 ‘변화’를 메인 키워드로 잡았다”고 말했다. “과제를 준비한 사람 입장에선 동료들의 빠르고 냉철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 뜻깊죠. 과제와 무관한 임직원이라면 행사장을 쓱 한 번 둘러보기만 해도 삼성전자 창의 문화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겁니다.”
올해 6회째를 맞는 C랩페어는 삼성전자 임직원과 C랩 현장 실습에 참여했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관람객은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져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C랩 과제 공간을 둘러 보고, 직접 메이커가 돼 IoT 무드등(燈)을 만들어보는 등 체험과 참여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다. 그간 외부에 C랩페어를 알리지 않던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는 올해 처음으로 삼성전자 뉴스룸의 취재를 허락했다. “C랩페어를 통해 삼성전자가 모바일 기기나 가전 등 전자제품만 만드는 ‘딱딱한 기업’이 아니라 임직원의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를 발굴, 지지하고 있단 사실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과제를 준비한 직원이나 점심 시간에 짬을 내 구경 온 직원 할 것 없이 함께 호흡하며 아이디어를 만들고 있는 것, 보이시죠?”(백정미)
혁신적 아이디어의 선봉에 서있는 만큼 C랩 프로젝트들은 매년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트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백정미씨는 그중에서도 올해 가장 눈 여겨볼 만한 걸로 ‘대중친화적 기술’을 꼽았다. 유튜버 등 수많은 크리에이터 마켓을 타깃으로 한 과제가 돋보였다는 것. 그는 “혁신적 기술이 대중의 삶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행사장 한복판서 만난 ‘아이디어 뿜뿜’ C랩 과제 3
행사장 초입. 마이크를 앞에 둔 관람객들이 ‘영어 회화’ 연습에 한창이다. 다소 딱딱하고 어색한 그들의 발음을 교정 중인 건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스피크이지’는 언어 습득 연구 기반 알고리즘으로 영어 말하기에 약한 한국인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준다.
미국·영국·브라질·이라크…. 다섯 팀원 모두 다른 국적 소유자인 스피크이지는 삼성전자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만나 5년간 우정을 다져온 ‘베프(베스트 프렌드)’들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미루지 않고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도출하자”는 팀훈 아래 릴레이 회의가 일상이 된 지 오래. 리더를 맡은 심애녹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싸우고 웃고 화해하며 치열하게 달리고 있다”면서 “훌륭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C랩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다양한 현장을 누비며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팀도 만날 수 있었다. 올 초 인공지능을 활용한 만화 제작 앱 ‘툰스퀘어’를 만든 팀 ‘툰스토리’가 그 주인공.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관련 기사는 여기 참조>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경험까지 갖춘 이들은 최근 자신만의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는 두 번째 앱 ‘툰모지’를 출시했다.
대중의 취향 반영에 유독 적극적인 툰모지는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collaboration)도 추진하고 있다. ‘매력적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홍보할 공간이 부족한 이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리더 이호영씨는 “원작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협업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다양한 플랫폼으로 쭉쭉 뻗어가는 툰스토리의 활약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바야흐로 반려 인구 1000만 시대. 올바른 반려 문화 장착을 위해 두 팔 걷어붙인 ‘쁘띠앙’은 심장시그널을 이용해 반려 동물의 건강과 감정을 읽는다. 경험적 데이터에 의존하는 기존 기기와 달리 생체 신호를 바탕으로 접근,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인 게 강점. 심장질환이나 노견병 등 크고 작은 질병은 물론, 스트레스·친밀도 등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IT 분야 기술 개발엔 능숙하지만 동물 관련 지식은 다소 부족했던 이들은 전문가의 힘을 빌렸다. 김수용씨는 “인공지능 학습을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해 ‘동물행동 전문 수의사’ 설채현 원장과 ‘고양이 전문가’ 나응식 원장 등을 섭외했다”며 “말 못하는 동물의 행동을 누구보다 잘 알아채는 분들인 만큼 한층 정교화된 시스템을 구축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고 듣고 만드는… 우린 메이커스(makers)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선 이들에게 선배의 경험담만큼 유용한 조언이 또 있을까? C랩페어 주최 측이 C랩 도전기와 다양한 메이킹 경험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공유하는 ‘메이커스 포럼’ 행사를 마련한 건 그 때문이었다. 이제 막 법인 설립을 앞둔 팀부터 스타트업 3년차에 접어든 팀까지 한데 모인 이 자리에선 △아이디어 구현 과정 △투자자 물색 요령 △스핀오프 이후 계획 등이 활발히 공유됐다.
페어 마지막 날(30일)엔 C랩 열차에 탑승할 ‘신예 멤버’를 선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테마 공모전 △해커톤 △모자이크(MOSAIC) 아이디어 공모전 등 다양한 사내 채널을 거쳐 발굴된 우수 아이디어가 최종 경합을 벌이는 ‘데모데이’가 그것. 선배 C랩 팀원들과 임직원 청중평가단 등의 투표로 결정되는 아이디어는 2019년도 C랩 과제로 발탁,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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