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한라산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 게으른 제 일상을 바꿨죠”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라산 눈꽃 산행을 다녀왔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등산코스였지만 쌓인 눈과 영하의 온도, 제주도의 세찬 바람을 생각하면 산을 오르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일정에 조금 특별한 일행 한 명이 함께했다.
다소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 구부정한 자세, 약간씩 떨리는 손과 발…. 무거운 배낭을 고쳐 매는 숨소리는 거칠었고 마주치는 사람마다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걱정이 무색하게 일행 중 가장 먼저 정상에 올랐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Flash설계팀에 근무하고 있는 최진원 씨가 그 주인공이다.
“도움이 필요한 삶은 그만, 장애 있어도 남 돕고파”
진원 씨는 뇌병변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지금은 눈 덮인 한라산 산행도 거뜬하지만, 한때는 몸이 불편함을 원망하며 주변의 도움과 배려에 기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만 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나도 해 보자, 뭐가 됐든 똑같이. 나아가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 보자.” 그는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몸의 한계를 끊임없이 극복했다. 지금은 자전거 전국 횡단, 스쿠버다이버 상급 단계 취득, 스카이다이빙 등 비장애인도 힘겨워하는 일을 속속 해내고 있다.
“자전거 횡단보다 짜릿한 봉사활동…지난해 230시간 기록해”
그런 진원 씨에게 요즘 가장 즐거운 일이 뭔지 물었다가 생각지도 못한 답을 들었다. “봉사 활동이요!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게 너무 즐거워요.” 실제 그는 벽화 그리기, 난치병 어린이 소원 들어주기, 제빵 봉사 등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그가 기록한 봉사활동 시간은 무려 230시간을 훌쩍 넘는다.
봉사활동은 마음이 있어도 선뜻 시간을 내 하기 힘든 일이다. 진원 씨가 쉬지 않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던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환한 웃는 얼굴이요.” 그는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만난 이들의 미소가 그렇게 좋았단다. 주변의 도움을 받는 데 익숙했던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후, 주는 기쁨이 삶의 가장 큰 행복임을 무한 만끽하고 있다.
진원 씨의 봉사활동 과정이 마냥 수월했던 건 아니다. 벽화 그리기 봉사를 할 땐 손 떨림이 멈추지 않아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고, 발음이 부정확해 의사소통에도 애를 먹었다. 외려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봉사 활동을 한다는 편견에 부딪혀 그만둘까를 생각한 것도 여러 번.
하지만 ‘여기서 멈춘 채 평생 받고만 살 수 없다’는 다짐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벽화 봉사팀에서는 채색(彩色) 대신 도색(塗色)과 조색(調色), 벽화 마감을 담당하며 제 역할을 찾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쌓이자 의사소통도 한결 나아지기 시작했다. 궂은일을 도맡아 척척 처리하는 모습에 팀원과 수혜자들이 그에게 가졌던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어 갔다. 그 결과 진원 씨는 올해 벽화동호회 운영진으로 당당히 선발됐다.
집에서 꼼짝 않는 것만큼 편한 건 없다. 이 때문에 이불 밖은 위험하단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귀찮단 이유로 새해 다짐을 하나둘 미루며 집 밖을 좀체 나서지 않던 요즘, 동료 손에 이끌려 나간 한라산 산행에서 만난 진원 씨와의 인연. 이 특별한 인연이 다행히 좋은 자극이 됐다. 몸의 불편함을 극복하고 이젠 누구보다 불편하지 않은 삶을 마주한 진원 씨에게 존경과 응원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이 글을 만난 뉴스룸 독자들에게도 진원 씨의 면면이 새로운 자극으로 가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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