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opier&Printer] 근성으로 빚어낸 개발내공, 미래를 봅니다!
삼성전자가 2012년 A4 복합기/프린터 등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국내/외 컬러 레이저 프린터 시장의 우위에 서겠다는 다짐을 확고히 했습니다. 이미 미디어데이나 유럽시장 출시행사를 통해 각계각층의 관심을 받으며 진가를 발휘하고 있기도 한데요.
이렇게 A4 복합기/프린터 등 신제품의 막강한 라인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속, 고화질,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었던 신제품 군단의 개발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개발자의 운명, 누구보다 ‘먼저’여야 한다
Q. 이번에 출시된 A4 컬러 레이저 프린터/복합기는 어느 시점부터 개발 시작하셨고,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규성 수석 제품 자체의 개발은 1년 반 정도 전부터 시작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SOC(System on chip, 여러가지 반도체 부품이 하나로 집적되는 기술 및 제품)가 선행개발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보면 약 4년 전부터 작업이 시작되는데요.
이번에 출시된 신제품의 경우 일정이 촉박하게 짜여 져서 2010년 초부터 알고리즘 개발이 시작되었고, SOC 개발은 2010년 하반기부터 맞물려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작업 초반에는 2013년 출시를 목표로 했던 것이었는데요, 일정이 1년 당겨지면서 개발작업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어요.
짧은 개발기간 안에 기존의 제품보다 성능이 좋으면서 재료비는 낮춰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끝내 유지했던 핵심은 삼성 제품의 ‘연속성’입니다. 아무리 신제품이라 해도 전후의 제품과 통일된 알고리즘을 갖고 있어야 했죠. 그러면서도 훨씬 차별적인 결과물이 필요했던 것은 당연하고요.
Q. 이번 제품에 반도체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올인원보드를 도입하셨는데요. 기존의 별도 보드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개발에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강기민 수석 기존 복합기에는 스캔, 프린트, UI 관리 등 각 기능을 담당하는 7개의 Chip과 4개의 별도 보드가 필요하던 것을 통합하여 올인원 보드(All-in-one board)로 개발한 것입니다. 이유는 ‘성능’과 ‘재료비’ 때문인데요. 각각의 칩을 하나로 통합하면 당연히 재료비가 절감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문제는 크기입니다. 여러 개를 하나로 뭉치다보니 몸집이 커지니까요. 아시다시피 이번 모델은 초소형을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발자의 몫이 컸습니다.
또한 단품으로 있던 칩을 하나로 합치다 보니 성능이 좋아질 수밖에 없죠. 여러 개의 부품을 하나로 합쳐 불량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점도 파격적이고, 서비스력도 강화되었습니다.
김규성 수석 개발과정에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번 신제품 출시의 경우는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였기 때문에 이보다 더 힘들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무조건, 했습니다. 기존의 다양한 선행검토가 있었고, 될 거라는 확신도 있었기 때문인데요. 상품화 단계에 접어들기 위해 SOC개발과 테스트까지 통과하면서 이번 제품에 대한 강한 ‘힘’을 느꼈습니다.
개발자의 비밀, ‘습관’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Q. 개발에 항상 고통이 수반된다는 말이 인상적인데요. 매번 힘든 과정을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김규성 수석 삼성의 힘입니다. 신제품 출시 일정이 확정되면 그 때 맞춰서 자료조사나 선행개발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카테고리별로 백데이터를 구축해놓는 습관 덕분인데요. 뿐만 아니라 타사의 제품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것도 아주 중요하죠.
이미 레이저시장에서 1위를 선점한 A4 복합기의 경우 항상 초소형을 원칙으로 수년 넘게 진행해왔기 때문에 그 동안의 사이즈를 줄이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단단한 밑거름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인 동시에, 기존 기술이 최적화되어 녹아 든 총집합체인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이번 제품에 가장 돋보이는 신기술은 무엇이고, 어떤 강점이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강기민 수석 고화질 컬러 출력을 구현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이미지 강화 기술 ReCP(Rendering engine for Clean Pages)입니다. 이 기술은 텍스트와 그래픽 모두 번짐 현상 없이 정교하고 선명한 컬러를 구현하여 동급 최고 수준의 화상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 기술이 올해 신제품의 특장점으로 내세워지긴 했지만 사실 5년여 전부터 새로운 이미지 처리 Architecture를 SoC와 S/W와 공동으로 선행개발을 진행해 온 결과입니다. 작업해온 대형 프로젝트였어요. 항상 개선점을 발견하고자 지나간 것들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앞서가는 삼성의 기준을 적용해 멀리 보는 시야를 고수해 완성한 작품입니다.
ReCP기술에는 Contone Image Pipeline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모든 이미지 처리 단계를 24-bit RGB(red green blue) 또는 32-bit CMYK(cyan magenta yellow black) Color Space에서 동작하도록 설계함으로써 특히 텍스트의 선명도 향상, 그래픽 품질향상, 색감 표현에 적용되는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ReCP 이미지 처리기술은 동종업계와 비교하여 상당히 경쟁력이 있는 기술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ReCP 기술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High-End 디지털 복합기 시장에서 요구하는 Needs를 기술로 재 해석하고 이를 경쟁력있는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의 말, ‘차이’가 시대를 선도한다
Q. 정교한 컬러 구현이 남다른 것 같은데요. 컬러는 토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신제품의 중합토너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윤세영 책임 기존의 제품은 보통 분쇄토너 방식을 이용하는데요. 분쇄토너는 원료를 혼합한 후 가루로 만드는 분쇄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반면 중합토너는 원료를 반액체 상태로 만들고 물 속에서 화학적 응집과정을 거쳐 만드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입자가 훨씬 작고 균일한데요. 이것은 인쇄품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미지나 형태를 깔끔하고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이준영 책임토너 속에 포함되는 왁스의 햠유량이 높아짐에 따라 출력물의 광택력이 좋아지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내구성도 개선되어 장수명 및 고속 출력에 따른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 성능을 갖추었죠.
Q. 중합토너를 구현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거라 예상되는데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윤세영 책임 개발자를 포함한 관련자들에게 기존에 적용했던 분쇄토너가 아닌, 신규 중합토너를 사용한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바꿔야 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방식을 탈피하고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것은 개발의 어려움 이전에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이 필요하잖아요.
여기에는 삼성 그룹의 핵심역량이 시너지로 반영 되었습니다. 즉 삼성 정밀화학과 공동으로 중합토너를 개발하여 양산해 냈는데요. 중합토너 같은 새로운 타입을 적용함으로써 전무했던 양산 방식도 개척해야 했고, 개발자나 상품기획자 등 관계자 모두가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스스로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설득과 대화, 무수한 회의를 통해 함께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경험이 없는 분야를 뚫어서 안정된 상태로 최고의 성능을 뽑아내야 하는 게 우리의 임무였기에, 결국은 해냈고요. ^^
이준영 책임 지금 생각하니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한겨울에 라텍스라는 재료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토너에 탑재하는 재료였는데요. 이 재료를 양산 스케일업 테스트를 하는데 계속해서 원인 모를 NG가 났어요. 작업자 전원 달라붙어 며칠밤을 새면서 고생한 끝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를 찾았는데요, 바로 ‘물’이었습니다. 정제수의 정제 정도에 따라 제품 가동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데요. 이런 미세한 차이가 원인이었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고, 한 달 이상의 고생 끝에 제품이 가동되었을 때 느꼈던 희열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
Q. 실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을 것 같은데요. 각 관련자들이 의견을 합해가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김규성 수석 Daily meeting이 두 달 정도 이어졌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성과가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험과 노하우가 밑바탕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매일 밤을 새면서라도 개선방향과 대안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수백만 가지 경우의 수를 나열해놓고 목표에 접근해 가면서 하나씩 맞춰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 매일 저녁마다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것인데요. 사실 대화와 다독임, 격려도 많았지만 긴장도 적지 않았습니다. ^^
강기민 수석 사실 휴대폰이나 노트북 같은 제품은 거의 매년 신제품이 쏟아지다 보니 그에 따른 노고도 있겠지만 간격이 짧기 때문에 트랜드 파악이 쉽고 개발한 기술의 도입 기회가 잦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에 연구했던 프린터, 복합기의 경우 제품 주기가 약 3년 정도로 상당히 긴 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선행개발이 필수적이고, 주어진 단 한번의 찬스를 잡지 못하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게다가 동종업계의 제품을 벤치마킹하려 해도 3년 이후의 일을 예측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높이를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입니다. 자료조사의 무한반복과 끊임없는 연구개발만이 살 길이죠.
개발자의 시간, ‘체력’이 완벽을 추구한다.
Q. 이번에 한 제품이 아닌 총 9종을 동시 출시하셨는데요. 개발과정에서도 모든 과정이 함께 진행되셨던 건가요?
김규성 수석 네. 한꺼번에 출시하는 과정은 치열한 체력 싸움입니다. 같은 기술이 각각의 제품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더욱 세밀하고 복잡한 테스트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특히나 프린터, 복합기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장치로서의 시스템이 너무나 유동적입니다. 모터가 돌고, 종이도 움직이고, 토너는 공중부양할 정도인데요. ^^ 동일한 기술의 9개의 제품에 적용되었을 때 결과물은 제각각입니다. 이 갭의 보정, 최소화 작업이 집중적으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개발과정의 노고가 여실히 느껴지는 인터뷰 현장이었습니다. 치열한 언쟁과 밤샘작업의 피곤함 등 힘들었던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인터뷰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개발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이번 신제품의 강력한 힘을 그대로 반증해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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