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아이디어·도전정신으로 예비 유니콘 등극”, C랩 스핀오프 우수 기업을 만나다
실패의 반복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직원들에게 ‘딴짓’을 독려한다. 담당하는 업무를 벗어나도 좋고 실패해도 좋다.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활짝 열어두고, 과감한 도전을 권장한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사내벤처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을 운영하며 창의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시장성과 사업성이 높은 C랩 프로젝트를 선발해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C랩 스핀오프(Spinoff)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C랩 스핀오프는 올해 상반기 선정된 ‘에듀테크’ 관련 2개 스타트업을 포함해 총 59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뉴스룸에서 C랩 스핀오프 시행 7주년을 맞아, 남다른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 2곳을 만났다.
스핀오프 8호 기업 ‘모픽’, 실감 나는 3D 세계 구현
3D 안경 없이도 3D 영상을 볼 수 있다? 한 발 앞선 기술력으로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한 모픽(MOPIC)은 프레임 너머의 3차원 세계를 디스플레이 위에 실재감과 입체감 있게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모픽의 신창봉 대표는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3차원의 깊이감을 추구하는 니즈는 분명 확대될 것이라 확신했고,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동료들과 일군 기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며, “스핀오프 기업으로 선정된 후 사업성을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으로 기뻤다”고 회상했다.
2017년에는 모바일 기기용 무(無)안경 3D VR 뷰어 ‘Snap3D’를 출시하며 초기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평소에는 보호케이스로 활용하다가 3D 영상을 볼 때 화면 위로 돌려 끼우면 맨 눈으로도 입체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2019년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신대표는 “사람은 두 눈을 가지고 세상을 3차원으로 보기 때문에, 3D 디스플레이는 2D 디스플레이보다 더 자연스러운 시청 방식”이라며, “궁극적으로 마치 화면 속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CES 등 해외 전시 경험 밑바탕… B2B로 방향 전환하니 데스밸리 극복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이른바 ‘데스밸리(죽음의 구간, 창업 3~5년차)’를 지난다. 스핀오프 이후 약 7년째 항해중인 모픽은 어떤 파도와 폭풍우를 견뎌왔을까.
신대표는 “삼성전자 스핀오프의 초기 투자 지원으로 제품과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모바일용 3D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콘텐츠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3D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도구는 준비되었지만, 막상 볼 수 있는 3D 컨텐츠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벽 앞에서 오래도록 기다려야 했다.
신대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장을 재분석해 명확한 수요가 있는 내시경 수술, 디지털 현미경 등 B2B로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하게 전환하는 등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며 “삼성전자와 함께 CES와 IFA 등 세계적인 전시에 참여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예상 못한 산업에서 ‘수요’를 만날 수 있었던 기회였고, 글로벌로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C랩 스핀오프는 ‘동기부여’ 그 자체
신대표는 “실패를 응원해 준 스핀오프 제도는 ‘동기부여’ 그 자체”라고 말한다. 직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해볼 수 있도록 독려하고, 회사 밖 시장을 열어볼 수 있는 안정적인 기회도 제공한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C랩 스핀오프를 통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내 미래 사업에 어떤 영향과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내에 확산되는 도전정신과 기업가 정신은 창의적인 조직문화로 이어졌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배출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활력을 주고 대기업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 신대표는 “모픽이 스타트업 도전을 꿈꾸는 이들이게 ‘동기부여’가 되길 희망한다”며, “혁신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는 사례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또 “삼성전자와 스핀오프 기업들의 협업 사례가 많아져,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의 새벽, 당일배송 열풍이 불면서 콜드체인 패키징 기술로 두각을 나타낸 스타트업이 있다. 신선식품의 배송을 책임지는 보냉박스를 만드는 곳, ‘에임트(AIM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에임트는 2016년 14호 스핀오프 기업으로, 삼성전자 DMC 연구소 소속 5명이 뜻을 모아 창업했다. 주로 가전제품용으로 쓰이던 진공 단열재를 물류, 건축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했고 현재는 콜드체인 솔루션의 강자로 우뚝 섰다.
둥지를 떠난 불안감, 도전의 연속으로 극복
갈승훈 대표는 치열한 선발 과정을 거쳐 스핀오프가 결정됐을 때 기쁨보다 두려움이 컸다. 갈 대표는 “상상만 하던 현실이 눈 앞에 다가오자 당장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둥지를 벗어났다는 현실감이 몰려왔다”고 전했다.
에임트는 보유한 핵심 기술력에 자신 있었지만, 창업자 모두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영업, 회계 등 초기 회사 운영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갈승훈 대표는 “C랩 스핀오프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지만 도전에 임하기 전 많은 선배들의 실패담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 멘털 관리가 필요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고민할 시간에 일단 시작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스핀오프는 결국 안팎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단단해지는 과정이다.
무한한 성장 가능성, 예비 유니콘으로 우뚝
에임트는 고성능 진공 단열 기술을 토대로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건축자재, 식품, 의약품 보냉 패키징까지 꾸준히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2018년부터 에임트의 기술력은 식품 배송 분야에도 활용되고 있다. 냉매 없이 식품을 저온 보관할 수 있는 콜드체인 패키징인 ‘프레시백’을 제작했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재생 PET 단열 소재를 개발해 국내 최초 환경부로부터 ‘자원 순환성 향상’ 목적의 친환경 포장재로 인증 받기도 했다.
지난해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200억원대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예비 유니콘, 친환경 사회가치 우수기업 선정 등 여러 수상 소식도 계속되고 있다.
갈승훈 대표는 “지금은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궂은 날도 많았다. 딱 3개월치의 급여가 남았을 때 회사로 복귀하고 싶은 생각도 컸다”며 “삼성전자의 스핀오프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며 새로운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고 있는 만큼, 좋은 선례로 남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밝혔다.
스타트업계의 선순환을 만드는 C랩 스핀오프
멋모르고 도전했던 C랩, 과거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갈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누구나 희망에 가득한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냉정하다”며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혀도 내 기술과 사업을 지키는 것, 결국 스핀오프는 인생의 내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갈 대표는 훗날 C랩에 도전할 후배들에게 자유롭게 도전하고 원 없이 실패해 볼 것을 주문한다.
갈 대표는 “스핀오프는 절대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 속에서 맡은 업무에 매몰되면 업의 다양성과 개인의 성장보다는 연봉과 근무 조건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스핀오프는 일탈과 도약을 꿈꿀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더라도 주변의 팀원과 개인의 삶에 새로운 자극을 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창의와 도전으로 지속 가능한 혁신을 만들고,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C랩과 스핀오프 제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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