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발(發) 착한 일’의 발원지, 삼성전자 사회공헌사무국에 가다
‘삼성전자’ 하면 특정 제품을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삼성전자엔 오로지 사회공헌 한 가지만 생각하며 사업을 기획, 운영하는 부서가 있다. 그리고 바로 오늘(9월 1일), 이 부서는 그런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기 위해 ‘사회봉사단사무국’이던 기존 명칭을 ‘사회공헌사무국’으로 변경했다.
사회공헌사무국은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삼성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이하 ‘주소아’)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이하 ‘주소창’) △삼성 스마트스쿨 △삼성전자 대학생봉사단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 등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다수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1년 365일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사회공헌사무국 임직원을 만났다.
신규 사업 검토 시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지속가능성’
▲사회공헌사무국을 총괄하는 이영순 상무는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기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열거한 프로그램의 성격에서 알 수 있듯 사회공헌사무국은 삼성전자의 미래 비전 속에서 삼성전자가 특히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아이디어 발굴에 앞장서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며, 오지 학교에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활동 등은 모두 이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 못지않게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실행력이 중요하단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그 특성상 대다수가 1회성에 그치거나 단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공헌사무국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이영순 상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지속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사회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가’ 역시 중요한 고민 지점 중 하나다. 글로벌 기업답게 다양한 역량을 갖춘 장점을 십분 활용,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려 노력 중이란 것.
신규 프로젝트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게 기존 프로젝트를 개선, 보완해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일 아닐까? 사회공헌사무국도 이 부문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대표적 예가 주소아와 주소창의 연장선상에서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주니어 소프트웨어 히어로즈’ 프로젝트다. 윤지현 과장은 “기존 사업에서 파생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전체적인 방향성을 맞추는 데 주력한다”며 “특히 기존 프로그램과 내용이 겹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 데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재능 기부에 기금 후원까지… ‘든든한 우군’ 임직원들
▲박혜인 사원은 “투모로우 솔루션에서 발굴된 아이디어가 실제 사회에 보급돼 변화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회공헌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업이 임직원의 참여와 기부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임직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비결이 있는 걸까? 이에 대해 강성희 대리는 “임직원 개개인의 다양한 재능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하고, 사업 결과로 나타난 세상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자 노력한다”며 “임직원이 멘토로 참여하는 투모로우 솔루션을 예로 들면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디자이너 △마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임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임직원의 참여가 ‘재능 기부’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물질적 후원 금액도 상당하다. 박혜인 사원은 임직원의 활발한 기부 비결에 대해 “기부금이 정확하게 집행되고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점을 인정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공헌사무국은 월 1회 기부금 사용 내역을 정리,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발송한다. 이와 별도로 연초엔 일명 ‘나눔북’을 제작, 공개하고 있다. 여기엔 삼성전자가 매년 어떤 사업을 진행했는지, 수혜자는 몇 명이고 비용은 얼마나 사용됐는지 등의 내역이 소상히 담겨 있다.
변수 많고 고된 일투성이지만 보람·재미도 적지 않아
▲임직원 해외봉사단을 담당하고 있는 송재란 대리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변수가 많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일”이라고 말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사회공헌사무국 업무도 매 순간 난관의 연속이다. 임직원 해외봉사단 운영을 맡고 있는 송재란 대리는 “현지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예측 불가’ 변수로 당초 세운 계획이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사정이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그에 맞춰 오랫동안 기획한 것도 다시 엎고 새롭게 변경해야 할 때가 많다”면서도 “단원들과 의논해 주어진 상황을 헤쳐가고 현지에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을 때의 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윤지현 과장은 ”우리 일의 절반 이상은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윤지현 과장 역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다양한 기관과 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프로젝트 효과를 입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더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하려 했을 때가 지난 2013년 초였어요. 당시 이미 해외에선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죠. 그래서 기존과 다른 교육 과정을 개발, 소프트웨어로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사례를 만들었어요. 그 결과물을 들고 전국 초·중·고교 교장 선생님을 만나고 시도 교육청을 찾아다니며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삼성전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김보년 대리(사진 왼쪽)와 강성희 대리는 “준비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참가자의 감사 인사 한마디면 그간의 고생이 다 잊힌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김보년 대리는 주소아 교사 연수를 꼽았다. 주소아 교사 연수는 주소아 참여 학생 교육 담당 교사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김 대리는 연수가 끝날 무렵 들었던 일부 교사의 얘길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특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아 뭉클했다’ 같은 감사 인사를 들을 때면 그간의 고생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희 대리는 “뭐니 뭐니 해도 ‘안구마우스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손을 거쳐 완성된 안구마우스 ‘아이캔’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 눈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 이와 관련, 강 대리는 아이캔 개발진이 기기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한 가정을 방문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저도 전해 들은 얘긴데요. 셋째 아들이 태어난 직후 루게릭병이 발병해 7년간 침대에 누워 계셨던 환자분에게 아이캔 작동법을 설명해드렸더니 이렇게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셨대요. ‘아들아 사랑을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 모습을 지켜본 가족과 임직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 하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환자분은 세상을 떠나셨어요. 만약 안구마우스가 없었다면 그분은 단 한 번도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런 일이야말로 삼성전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자선이나 기부처럼 일방향적 봉사가 아니라 기업이 직접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공헌 활동. 그게 바로 삼성전자 사회공헌사무국의 지향점이다. 실제로 이들이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임직원의 기부에서 출발, 보다 많은 이의 참여와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작지만 큰’ 이들의 추후 행보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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