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강타한 ‘축구 한류’… 눈물∙환호로 삼성전자 사업장까지 들썩!
지난 27일, 베트남 축구 역사가 새로 쓰였다. 1975년 국가 통일 이후 온 국민이 하나 된 순간이라 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 베트남 국민 1억 명을 하나로 만든 주인공은 바로 한국인, ‘팍(박)항서’ 감독이다. 그가 이끄는 베트남 U-23(23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대 2로 분패,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경기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FIFA 랭킹 112위. 축구 변방인 아시아에서도 주목 받지 못했던 베트남으로선 기적에 가까운 결과다.
결승전이 열린 중국 창저우(常州)엔 폭설이 내렸다. 그라운드는 금세 하얀 눈으로 뒤덮였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축구공도 눈에 잘 띄는 주황색 공으로 교체됐다. 눈이나 추위를 경험해본 적 없는 베트남 선수들에겐 가혹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난생처음 맞은 설중(雪中) 경기에서도 베트남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기 일쑤였지만 다시 일어서는 그들의 투지만큼은 이미 우승을 넘어섰다. 베트남 국민들은 그런 선수들을 보며 또 다른 희망을 꿈꿨다.
박항서로 시작된 ‘친한(親韓)’ 열풍… 베트남 복합단지까지 이어져
결승 진출 당시 베트남 현지 분위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슷했다. 도심 광장과 길거리, 음식점 등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서든 열띤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직원들이 결승전을 응원할 수 있도록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기업도 있었다. 베트남이 4강에 진출하던 날,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현지 시민들이 미소 띤 얼굴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길을 갔다는 얘기도 SNS에서 회자되고 있다.
사령탑인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신드롬에 가깝다. 덕분에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현지인의 호감도도 최고조에 이른다. “지금 베트남 여행 중인데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준다”는 여행객들의 체험기가 이어질 정도다.
베트남엔 삼성전자의 글로벌 최대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베트남 복합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사업장 내엔 쉬는 시간이나 퇴근 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여럿 마련돼 있고,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그중에서도 축구는 단연 인기 종목. 그 때문에 베트남이 카타르를 꺾고 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한 23일, 이곳의 열기 역시 무척 뜨거웠다.
특식과 기념 촬영, 단체 관람까지… 삼성전자와 함께한 ‘팍항서 매직’
현지 주재원들도 베트남의 ‘국가적 경사’를 임직원과 함께 기뻐하고 응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카타르를 누르고 결승 진출을 확정한 이튿날, 베트남법인은 한국의 인기 제과 제품을 직원들과 나누며 베트남의 결승 진출을 축하했다.
응웬 띠엔 빙(23)씨는 “베트남 축구 국가 대표팀이 결승전에 진출한 것도 즐거운데 기쁨이 두 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내식당에 설치된 TV에선 결승전 하이라이트가 방영됐다. 임직원들은 모니터를 지켜보며 전날의 열기를 되새기는 한편, 대표팀의 결승 진출을 다시 한 번 축하했다.
사업장 곳곳에선 주재원과 현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평소에도 자랑스러웠던 우리 회사… 그 어느 때보다 자부심 느껴요”
결승전 당일인 27일, 사내 기숙사에 있는 영화관에서 또다시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임직원들은 한국의 ‘붉은 악마’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유니폼을 차려 입고 대형 베트남 국기까지 준비해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이날 응원에 참여한 부 티 투 짱(27)씨는 “베트남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회사를 평소에도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는데 특히 이번 대회에선 박항서 감독 덕분에 베트남 국민이 하나로 뭉칠 수 있어 한국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그 어느 때보다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임직원들과 함께 결승전 응원에 나섰던 류길상(삼성전자 베트남복합단지 PR 담당)씨는 “이곳에 온 이래 현지 직원들이 이렇게 기뻐하고 하나 된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며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현지인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단 사실이 너무 뿌듯하고 다 함께 응원하며 직원들과 한결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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