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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신기한 렘(REM)수면과 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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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하긴 쉽지 않지만 인간의 뇌는 잠을 자는 도중에도 계속 활동한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꿈이다. 일반적으로 수면 단계 중에서도 두뇌 활동이 가장 활발한 기간을 ‘렘(Rapid Eye Movement, REM)수면’이라고 한다.

잠들 때부터 깨어날 때까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렘수면은 약 90분 간격으로 4회에서 6회 발생하며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가량 진행되는 게 보통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시간 동안 꿈을 꾸며 전체 수면 시간 중 렘수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어린 시절 꿈을 많이 꾸던 사람이 나이 들며 꿈의 횟수가 줄어든다고 느끼는 건 그 때문이다.

꿈은 어떤 원리로 진행될까? 렘수면 상태를 분석하면 그 질문의 해답을 일부나마 찾을 수 있다. 꿈이 지닌 신비성과 비례해 렘수면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렘수면,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있다?

수면은 서파수면(slow wave sleep)과 렘수면 등 두 가지 상태로 구분된다. 뇌 상태는 신경세포가 분비하는 화학물질 종류에 따라 전환되며 렘수면의 꿈 역시 그에 따라 달라진다. 낮과 밤 동안 뇌 상태는 각각 변한다. 낮엔 각성 상태로, 밤엔 수면 상태로 작동하는 것. 신생아는 두 상태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가지만 성장하며 낮과 밤의 주기에 영향을 받아 수면 시간은 점차 밤에 집중된다.

렘수면을 켜는 스위치 세포(REM-ON, 이하 ‘렘온’)는 대뇌각교뇌피개핵(PedunculoPontine Tegmental nucleus, 이하 ‘PPT’)과 등쪽외측피개핵(Lateral Dorsal Tegmentum nucleus, 이하 ‘LDT’)에서 아세틸콜린[1]을 생성한다. 반면, 렘수면을 끄는 스위치 세포(REM-OFF, 이하 ‘렘오프’)는 청반핵(淸斑核)에서 혈관 수축과 혈압 항진, 기관지 팽창 등에 작용하는 노르에피네프린[2]을 만든다.

렘수면의 꿈은 렘오프 세포가 비활성화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가 끊겨야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노르에피네프린 생성 세포의 발화가 중단되면 뇌는 렘수면 상태로 진입한다. 렘온 상태일 때 만들어지는 아세틸콜린이 기억의 연상 작용을 활발하게 해주는 반면, 렘오프 상태일 때 생성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은 주의 집중을 유도한다. 렘수면 도중 꾼 꿈이 뚜렷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다.

 

무궁무진’ 꿈 소재, 비밀은 해마에

사람이 꿈을 꾸는 건 서파수면에 막 접어들 때(20%), 그리고 렘수면 도중(80%)이다. 렘수면 시 꿈은 매 순간 놀랍고 역동적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반면, 서파수면 시 꿈은 시각 장면 반복이 잦고 좀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지 않는다.

낮 동안의 정신 활동은 관심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반면, 렘수면 도중 꿈에선 어떤 장면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주의가 분산된다. 여기에 아세틸콜린의 작용으로 꿈에 등장하는 기억의 단편들이 서로 원활히 연결되며 짧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꿈의 소재는 사실상 무한하다. 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렘수면 꿈의 경우, 해마[3]와 신피질[4] 간 연결이 약화된 상태에서 기억이 분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해마는 이전 기억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신피질과의 연결을 통해 각성될 경우, 배외측전전두엽[5]에 기억 저장 장소 관련 정보를 전달해준다. 하지만 렘수면 꿈에선 이 같은 연결이 단절돼 ‘기억 저장 주소 전달’ 과정이 누락된다.

 

꿈은 ‘꾸는 이 정서의 시각적 상영’

낮 동안에도 주의가 산만해지면 상상과 공상이 무제한으로 펼쳐진다. 각성 시 주의력 분산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꿈 속에선 매 순간 주변 상황을 지각하더라도 장면 전환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지속적 주의 집중이 힘든 경우가 잦다. 따라서 꿈은 노르에피네프린 작용 여부에 따라 ‘주의 집중과 논리적 사고가 가능한’ 각성 상태, 그리고 ‘순식간에 바뀌는 장면으로 연결된’ 시각적 사고 중심 상태로 구분된다.

깨어있을 때 인간 뇌는 다양한 감각과 목적 지향성으로 각성된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목적 지향성이 사라져 멍한 상태는 꽤 자주 나타난다. 이때 뇌는 주변 상황과 무관한 상태가 된다. 각성 상태에서 논리적 생각과 감각 입력을 제거하면 렘수면 도중 꿈 상태와 비슷해진다. 다만 논리적 생각이 없는 상태는 쉽게 나타나는 데 비해 감각 입력 차단은 쉽지 않다. 깜깜한 방에 그냥 누워 생각의 흐름을 자유롭게 방치해보자. 그때 전개되는 뇌의 과정은 렘수면 상태와 흡사하다. 논리적 전제 조건이 없는 상태라면 뇌가 인출하는 기억에 제한이 없어지고 떠오르는 생각도 매 순간 이유 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두는 상태와 렘수면 도중 꿈은 ‘주의력 소멸’이란 점에서 같다. 하지만 후자엔 강한 정서가 동반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렘수면 꿈을 가리켜 ‘정서의 시각적 상영’이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꿈의 주된 정서는 분노와 공포이며, 공포감을 일으키는 감정적 상태가 먼저 생성된 후 그에 부합하는 기억의 단편이 활성화된다. 꿈의 내용과 정서가 부합하는 건 그 때문이다.

 

모든 게 뒤죽박죽인 꿈, 이유 있다

렘수면 상태의 꿈에선 여러 뇌 속 기관이 활발히 작동한다. 내측전두엽∙편도체[6]∙해마∙해마방회(海馬傍回)∙전대상회(前帶狀回) 등이 대표적이다<아래 도표 3번 부위>. 그중에서도 전대상회와 편도체 활동이 특히 활발하다. 꿈을 꿀 때 활성화되는 영역은 주로 감정과 관련이 깊으며 전전두엽 대신 정서 담당 영역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꿈에서 전개되는 시각적 장면은 모두 연합시각피질에 저장된 기억이다. 렘수면 꿈에선 전전두엽이 덜 활성화되며 그 결과, 꿈의 불연속성과 기질적 정신장애[7]가 나타난다.

꿈에 등장하는 시간과 장소, 등장인물(의 행동)은 수시로 바뀐다. 이 같은 현상은 일의 시간적 순서를 생성하는 전전두엽이 꿈꾸는 도중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다. 다시 말해 꿈의 내용은 그 원인과 결과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논리적 사고는 전전두엽이 시간과 장소에 적합한 기억을 순서대로 인출한 후 연결 짓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해마의 기억 흔적 조절 작용이 필수다.

렘수면 꿈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질적 정신장애엔 △환각 △작화 △기억상실 △방향감각 상실 등이 있다. 이중 환각은 감각 입력이 없는 상황에서 동작하는 지각을 일컫는다. 렘수면 도중 시각 입력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시각 이미지가 생생하게 전개되는 건 연합시각피질에 저장된 시각 기억이 인출되기 때문이다.

감각 입력 없이 전개되는 시지각(視知覺)이 주된 내용이란 점에서 렘수면 꿈은 환각과 같다. 낮 동안 내면 상태에 몰입하면 외부 감각이 입력되지 않고 기억에만 의존하는 뇌 작용이 전개돼 생각의 흐름이 생긴다. 이렇게 볼 때 생각과 꿈은 둘 다 외부 감각이 입력되지 않는 기억을 재료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뇌파의 작용 기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원고에 삽입된 뇌 구조 도표는 필자의 저서에서 발췌, 인용됐습니다


[1] acetylcholine. 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며 신경의 자극을 근육에 전달하는 화학물질
[2] norepinephrine. 교감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물질
[3] hippocampus. 장기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 행동을 조절하는 뇌 속 기관
[4] neocortex. 대뇌 피질 중 한 부위로 이성과 기억을 담당한다
[5] 지속적 주의 집중력을 유지하게 하는 뇌 속 기관
[6] amygdala. 측두엽 안쪽에 있는 신경핵의 집합체. 해마의 끝 부분에 위치한다
[7] 뇌의 영구적, 혹은 일시적 손상에 의해 야기된 정신적 혼란을 통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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