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짜 종이인 줄”… 전기 없이 250만 색 구현한 ‘컬러 이페이퍼’ 탄생 스토리
메뉴판, 할인 소식, 광고 프로모션까지… 매장 곳곳에 설치된 각종 사이니지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요즘, 전력 공급 없이도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 놓을 수 있는 디지털 광고판이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풍부한 화질을 구현하는 초저전력 디지털 사이니지, ‘컬러 이페이퍼(Color E-Paper)’를 지난 6월 8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것이다.
이 혁신적인 제품엔 삼성전자 VD사업부와 삼성리서치의 협업으로 개발된 ‘컬러 이미징 알고리즘(Color Imaging Algorithm)’ 기술이 숨어있다는데? 제품 탄생을 이끈 VD사업부 조대웅 프로와 삼성리서치 안일준 프로를 만나 개발 비하인드를 자세히 들어보자.

▲ 삼성 컬러 이페이퍼 탄생의 주역인 (왼쪽) 삼성리서치 안일준 프로, (오른쪽) VD사업부 조대웅 프로
사이니지의 패러다임 바꿀 ‘초슬림·초경량·초저전력’
컬러 이페이퍼(Color E-Paper)는 하드웨어부터 운영 방식, 콘텐츠 표현력까지 디지털 사이니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현재 글로벌 출시된 EM32DX 모델(32형)은 가장 얇은 부분이 8.6mm에 불과한 초슬림 디자인에, 배터리를 포함한 무게가 2.5kg에 그치는 초경량 구조를 갖췄다.

▲ 삼성전자 VD사업부 조대웅 프로가 ‘초슬림’, ‘초경량’, ‘초저전력’ 컬러 이페이퍼를 들고 있는 모습
컬러 이페이퍼의 하드웨어 개발을 맡은 조대웅 프로는 “초슬림, 초경량 하드웨어로 협소한 공간에서도 큰 제약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면서 “카페 입구에서 메뉴판으로 쓰거나 벽면에 걸어 계절에 어울리는 감성적인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도 있다”며 유연한 활용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화면을 유지하는 동안 전력 소모가 ‘0.00W(와트)[1]’인 ‘초저전력’ 디스플레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 배터리만으로도 콘텐츠를 오랜 시간 띄워둘 수 있어 매장 내 전력 부담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 화면을 바꿀 때도 최소한의 전력만 소비되며, 제품 외관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용하고 100%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해 환경 친화적인 노력도 더했다.

▲ 컬러 이페이퍼의 콘텐츠는 전용 운영 플랫폼 ‘삼성 VXT(Visual eXperience Transformation)’를 통해 제작부터 교체까지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다

▲ 콘텐츠 화질 최적화부터 실제 보여지는 콘텐츠 색감 미리보기 기능 등 각종 편의 기능을 지원하는 삼성 VXT 화면
전력 없이 오래 가는 이유? “종이 인쇄하듯 디지털 잉크 활용”
컬러 이페이퍼가 초저전력을 구현할 수 있는 비결은 디스플레이 방식 자체에 있다.

▲ 삼성리서치 안일준 프로가 컬러 이페이퍼에 도입된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이 제품의 화질 향상 기술 개발에 참여한 안일준 프로는 “일반적인 LCD 사이니지가 백라이트로 빛을 쏘아 이미지를 표현한다면, 컬러 이페이퍼(E-paper)는 6가지 색상의 디지털 잉크를 마치 종이에 인쇄하듯 적재적소에 배열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컬러 이페이퍼의 화면이 눈에 편안한 질감을 자아내는 이유도 이 덕분이다.
이 디스플레이에는 4개(빨강, 노랑, 흰색, 파랑) 잉크 입자가 있는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컵이 배치돼 있다. 각 컵에 전기 신호를 가하면, 특정한 잉크 입자가 위로 올라와 6가지 색을 표현한다.
안 프로는 “이 과정은 잉크가 종이에 고정되는 인쇄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며 “한 번 생성된 이미지는 이후, 전력 소모 없이 그 상태를 반영구적으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6가지 색만으로 풍성한 컬러 구현, “독자 알고리즘 기술로 완성”
컬러 이페이퍼의 강점은 전력을 아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에 있는 6가지 색상만으로도 실제 인쇄물처럼 자연스럽고 풍부한 색감을 구현할 수 있는 비결은,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컬러 이미징 알고리즘(Color Imaging Algorithm)’에 있다.
안일준 프로는 “기존 제품에서는 입력한 컬러를 온전히 표현해내는데 한계가 있었고, 영상의 평탄면이나 엣지 영역에도 왜곡과 노이즈가 발생하여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며 두 사업부가 협업하여 기술을 개발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컬러 표현력과 시인성을 향상시킨 ‘컬러 이미지 알고리즘’의 출발점은 사람의 ‘시각 인지 시스템(Human Visual System)’이다. 사람의 눈이 픽셀 하나하나의 색이 아닌, 일정 영역의 평균 색상으로 통합 인지한다는 특성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안일준 프로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6가지 색상을 자연스럽게 조합해 다른 색으로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다”며 “색상 왜곡이 없도록 조합의 ‘비율’과 ‘배치’를 최적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컬러 이미징 알고리즘을 통한 컬러 이페이퍼 색상 구현 과정
① 색상의 ‘비율’을 계산하다: 확률 맵 추출
기존 이페이퍼는 디지털 이미지를 제한된 색상으로 최대한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에러 확산(error-diffusion)[2]’ 기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기법은 시각적인 왜곡에 취약했고, 연산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한계를 넘고자, 특정 색을 표현하기 위해 임의의 영역에 어떤 색을 배치할지 가중치를 ‘확률’로 계산하는 방식을 새롭게 고안했다.

▲ 색상별 가중치를 확률 분포로 계산하는 컬러 이미징 알고리즘
색상 가중치를 확률로 계산한 결과, 6가지 색상으로 250만 가지에 가까운 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기존 방식의 6만 가지보다 무려 40배 더 풍부한 색감을 구현한다.
② 색상의 ‘배치’를 최적화하다: 컬러 샘플링
색상의 비율뿐 아니라 배치 방식 또한 색감 품질에 큰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 개발진은 확률 맵을 기반으로, 픽셀마다 색상을 ‘블루 노이즈(Blue Noise)[3]’ 기반으로 샘플링(배치)하여 균일하고 부드러운 컬러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 블루노이즈 기반 컬러 샘플링 과정

▲ (왼쪽) 삼성 컬러 이페이퍼의 광고판, (오른쪽) 양파 부분을 확대해 보면 다양한 컬러의 조합으로 자연스럽게 명암과 컬러를 구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컬러 이미징 알고리즘 기술은 눈의 피로를 줄이고, 실제 인쇄물처럼 경계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 기존 이페이퍼 화면의 단점을 개선한 삼성전자의 ‘컬러 이미징 알고리즘’ 화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컬러 이페이퍼… 진화는 계속된다
“진짜 종이인 줄 알았어요.” “전원 케이블은 어디 있나요?”
컬러 이페이퍼 화면을 처음 본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반응이다. 이 제품의 혁신은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5’에서도 주목받아, ‘올해 최고의 제품상(Best of Show at ISE)’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조대웅 프로는 “전시회 당시 현장에서 아날로그 광고만 고집하던 글로벌 브랜드가 컬러 이페이퍼를 보고 디지털 전환을 긍정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마치 종이처럼 자연스러운 컬러 이페이퍼는 다양한 상업 환경에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크기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일준 프로 또한 “더 많은 색상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삼성리서치와 VD사업부가 긴밀히 협업해 더 진화된 기술을 선보이겠다”며 기술 고도화를 향한 포부를 밝혔다.
더 효율적으로, 더 컬러풀하게. 컬러 이페이퍼는 디지털 사이니지의 진화를 한 발 앞서 이끌고 있다. 디스플레이 기술 혁신을 통해 상업 공간에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려는 이들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1]국제 전기 기술위원회 IEC62301 기준. 소비 전력 0.005W 미만은 0.00W로 표시한다.
[2]이미지를 양자화할 때 발생하는 오차(에러)를 인접한 픽셀에 일정 비율로 나누어 더해주어 전체적으로 오차가 눈에 덜 띄게 만드는 방식이다.
[3]화이트 노이즈와 달리 고주파 영역에 집중된 노이즈로, 큰 얼룩 없이 미세하게 분포되어 있어 디스플레이에서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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