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에 음악 입히는 ‘소리의 마술사’ 김성민 선임
세상엔 셀 수 없는 수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감미로운 음악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섞여 일상을 만들기도 한다. 문득 바람 소리에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끼고 빗소리에 추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소리는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만약 이런 소리 하나 하나를 전자제품에 맞도록 조율하는 직무가 있다면…? 이름도 생소한 ‘청각 경험 디자인(Auditory User Experience)’ 업무를 맡고 있는 김성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UX혁신팀 선임을 삼성전자서울R&D캠퍼스(서초구 우면동)에서 만났다.
전자제품 속 모든 소리 조율하는 ‘청각 경험 디자이너’
▲김성민 선임은 “청각 경험 디자이너는 쉽게 말해 모든 소리를 전체적 콘셉트에 맞게 구성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선임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A&R 디렉터(Artist and Repertoire Director)’로 근무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각 아티스트에 맞는 콘셉트를 기획했던 그가 삼성전자로의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IT 기술’에 대한 관심 때문. 김성민 선임은 “평소 관심 있던 IT 기술 분야와 기존에 해왔던 음악을 함께 다루고 싶었다”며 “청각 경험 디자이너는 평소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 직무”라고 말했다.
김성민 선임은 “삼성전자를 떠올리면 대부분 ‘하드웨어에 특화된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소프트웨어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 놀랐다”며 “작은 소리 하나에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인력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대표적 예가 사내 사운드랩(Sound Lab)”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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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리 만들고 싶어요”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음반 업계를 떠나 전자회사로 이직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터. 처음 입사했을 때 어려움은 없었을까? 김성민 선임은 “전자제품의 소리를 만드는 일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객관화’”라며 “모두에게 공감을 얻는 소리를 만들려 관련 논문을 참고하고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는 등 오랜 기간에 걸쳐 노력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품은 전 세계 각국에 판매되고 있다. 나라마다 언어와 문화가 제각각이듯 선호하는 소리의 성격도 다르기 마련이다. 김 선임은 “이를테면 인도는 혼잡하고 시끄러운 공간이 많아서인지 대다수의 사용자가 ‘소리가 아름다운’ 기기보다 ‘음량이 큰’ 기기를 원한다”며 “각 나라에 맞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청각 경험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시리즈 카메라 셔터 소리의 비밀은?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면 실제 소리와 유사한 효과음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김성민 선임에게 물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내장된 효과음은 실제 녹음한 소리일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소리일까?
“기어 시리즈의 시계 초침 소리, 태엽 돌아가는 소리는 실제로 녹음한 소리입니다. 아날로그 시계 느낌을 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죠. 갤럭시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 효과음도 실제 카메라 소리를 녹음한 후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 노트7의 소리도 김성민 선임의 손을 거쳤다. 그는 “갤럭시 노트7의 개발 당시 별칭이었던 ‘그레이스(Grace)’를 활용, ‘그레이스 노트(Grace Note, 꾸밈음)’란 테마로 우아하면서 품격 있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선임은 강력한 모바일 작곡 환경을 제공,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곡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사운드캠프(SoundCamp)’ 개발 과정에도 참여했다. 그는 “사운드캠프는 실제 전문가들과 협업해 만든 앱으로 ‘현존하는 작곡 앱 중 가장 고도화된 제품’이란 평을 받고 있다”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중 운영된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은 현지인들이 사운드캠프를 직접 조작해보며 흥겹게 춤추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문과생’이었던 김성민 선임은 비전공자란 한계를 극복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기업에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의 존재는 중요하죠. 하지만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도 필요할 거란 게 제 생각입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에 관심도 많은 제너럴리스트야말로 청각 경험 디자이너에 적합한 인재 아닐까요?” 자신있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김성민 선임은 어쩌면 지금 이 시각에도 삼성전자서울R&D캠퍼스 어딘가에서 전자제품에 입힐 소리를 빚어내고 있을지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한낱 철부지의 투정으로 취급 받는 시대다. 하지만 김성민 선임의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소박한 진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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