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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S의 애니메이션 제작기 “그러니까 세미컨덕터가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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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배너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프로듀서 S의 애니메이션 제작기 “그러니까 세미컨덕터가 뭐냐고!” 삼성전자 기업 영상 ‘반도체, 그게 뭐지?(What is a semiconductor?)’ 제작 후기


요즘 주변 사람들이 심심찮게 날 ‘프로듀서 S’라고 부른다. 삼성전자 뉴스룸에 글 몇 편 쓰고 난 후의 변화다. 자타 공인 ‘오지(奧地) 전문 프로듀서’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산전수전 다 겪었다. 촬영 도중 부딪치는 돌발 변수가 워낙 다양해 어지간한 상황에선 좀처럼 당황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번 현장은 여러모로 색다르고 또 막막했다. ‘아, 이건 또 뭥미(뭐임)?’

∙ 이 글은 실제 영상 제작에 참여했던 스태프와의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 본문에 삽입된 사진은 전부 갤럭시 S8로 촬영됐습니다

 

#몰라서 가능했다? ‘용감한 도전’

‘반도체를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이번 영상은 두 달쯤 전,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러니까 ‘반도체(semiconductor) 개념을 간단히 소개하는 영상 제작하기’가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고심 끝에 나와 제작진은 반도체의 구조와 원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을 한 편 제작하기로 했다.

반도체는 모든 전자기기의 근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모든 이가 마주하고 있는 정보통신(IT) 혁명을 가능케 한 주역이기도 하다. 반도체라고 하면 누구나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막상 그게 뭔지, 어떤 구조를 띠고 있는지 되물으면 명쾌한 대답을 내놓는 이는 드물다. 나라고 예외일 리 없었다. ‘반도체라… 까맣고 작은, 네모나게 생긴 칩 같은 것 아닌가?’ 반도체 원리라곤 1도 모르는 ‘반도체 무식자’의 애니메이션 제작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솔직히 작업 초기만 해도 영상 제작이 어려울 거란 생각은 별로 안 했다. 외려 ‘재밌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건 어마어마한 착각이었다. 나중에야 깨달은 거지만 아주 복잡한 뭔가를 타인에게 설명하려면 자신부터 그 대상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뭔가’가 문과 출신으로 오랫동안 ‘전문적 이공계 지식’과는 담 쌓고 살아온 내겐 너무 어려운 대상이란 사실이었다.

 

#전혀 다른 뇌, 제대로 충돌하다

“그러니까 트랜지스터랑 전류, 나노…. 잠시만요, 조금만 천천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여긴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나노시티 기흥캠퍼스. 보다 정확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반도체 전문가를 만나러 왔다. 기술 소재 영상을 제작할 때 가장 힘든 일은 해당 기술을 공부하는 것이다. 전문가 수준의 이해가 뒷받침돼야 설명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 아쉬운 대로 관련 서적을 찾아 뒤적이고, 심지어 초등학생 대상 과학 책도 구해 읽었지만 여전히 아리송했다. 삼성전자 뉴스룸을 비롯, 웹서핑을 거듭해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반도체의 개념과 기본 구동 원리를 완벽히 이해한 후 그 내용을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하는 게 이번 작업의 핵심. 일단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설명해보라, 던 개발자 앞에서 손짓 발짓 해가며 그간 공부한 것들을 풀어냈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개발자의 표정은 점차 굳어져갔다.

▲기술 영상을 쉽게 만들려면 전문가 수준으로 해당 기술을 숙지하는 게 우선! 나름 열심히 공부한 후 개발자와 마주 앉았지만 난수표 수준의 자료들 앞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기술 영상을 쉽게 만들려면 전문가 수준으로 해당 기술을 숙지하는 게 우선! 나름 열심히 공부한 후 개발자와 마주 앉았지만 난수표 수준의 자료들 앞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순서를 바꿔 개발자의 설명을 들을 차례. 하지만 이번엔 날 포함한 제작진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급격히 나빠지는 일행의 낯빛을 알아차린 개발자는 짧은 한숨을 뱉더니 펜을 쥐고 칠판 앞에 섰다. “자, 제가 최대한 간단히 설명해볼게요.” 그가 칠판 가득 적어 내려간 건 복잡한 수식들이었다. 굳이 어려운 용어를 동원할 필요 없이 ‘만국 공통어’인 수식을 써 설명하면 좀 더 쉬워지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 맘, 십분 이해했다. 하지만 내 눈에 그 수식들은 전문용어 못지않게 어려웠다. 그때부턴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쩌지? 저렇게까지 설명해주는데 못 알아 듣는다고 얘기하면 실망할 텐데….’

이럴 때 쓰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비유’다. 제아무리 복잡한 원리라도 일상 생활에 쓰이는 것에 빗대어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좀 쉬워지지 않을까?

'개발자 뇌 VS 영상 제작자 뇌'

“잠시만요, 지금 말씀해주신 원리는 A에 비유하면 어떨까요?”

“글쎄요, 비슷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럼 B로 설명하면 비슷할까요?”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만 역시 같다곤 볼 수 없습니다. 정답은 아니에요.”

모름지기 기술의 세계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개발자의 머릿속 역시 그 세계에 맞춰져 있다. ‘반도체라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볼 영상이니 이 정도 비유면 직관적 이해를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오판이었다. 트랜지스터에서 ‘0’과 ‘1’이 ‘생(生)’과 ‘사(死)’만큼이나 다르듯, 오차 없이 똑 떨어지는 설명이 아니면 개발자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한편으론 답답했고 다른 한편으론 좌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심 감탄했다. ‘이렇게 정확하고 단호한 태도 덕에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구나!’

 

#무시무시한 관문 ‘피드백 홍수’

개발자와 머리 맞대고 진행한 ‘스터디’가 끝나고 본격적 제작 작업에 돌입했다. 사실 이제부터가 제작자 입장에선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무수한 피드백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기본 원리나 구조에 대한 설명이 맞는지 글 형태로 개발자에게 보내는 것. 정확하지만 복잡하고 꽤 긴 ‘개발자 언어’와 간단하고 명료하지만 정확하다고 말하긴 애매한 ‘영상 제작자 언어’가 수 차례 피드백을 거치며 서서히 합쳐졌다.

우여곡절 끝에 설명 부분 피드백 작업이 완료됐다. 이제부턴 콘티[1]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다른 전자 기술도 마찬가지겠지만 반도체 기술 역시 시각적으로 쉽게 표현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너무 미세해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든 게 다반사. 지나치게 복잡해 한참 들여다봐도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경우 역시 허다하다. 이 때문에 콘티 작업은 모든 공정 가운데 수정이 가장 많다. 단계별로 현업 부서의 협조도 절실하다. 이래저래 품이 많이 드는 일인 셈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화 작업. 쓱싹 그리는 것 같지만 엄청난(?) 공부가 선행되지 않으면 결코 시작할 수 없는 일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화 작업. 쓱싹 그리는 것 같지만 엄청난(?) 공부가 선행되지 않으면 결코 시작할 수 없는 일이다

스터디 당시부터 함께 공부했던 그림 담당 작가와 콘티를 짠 후 그게 개발자의 설명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를 확 바꿨다”는 대목에서 우린 ‘확 달라진 변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이전 구조를 네모로, 이후 구조를 원(圓)으로 각각 표현했다. 하지만 개발자 피드백은 ‘강경한 반대’였다. “실제로 그렇게(네모에서 원으로) 바꾸는 게 아니므로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해를 돕는단 핑계로 기본 원리를 왜곡해선 안 될 일. 결국 이 부분은 그림 대신 글로 설명하게 됐다. 이런 과정이 짧으면 한 달, 길게는 3개월까지 걸렸다.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진!

근 두 달 만에 1차 편집본이 완성됐다. 또 다시 개발자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 일종의 최종 점검이었던 만큼 ‘이제 됐다!’는 안도감과 ‘또 고칠 게 생기면 어쩌지?’란 초조함이 교차했다.

누군가 그랬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고. 그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편집 과정에서 ‘사실과 전혀 다른데다 부자연스럽기까지 한’ 부분이 발견됐다. 작화 작가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걸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왜 꼭 이런 실수는 마지막 순간에야 눈에 띄는 걸까?

▲작화 작가의 손끝에서 점차 활기를 띠어가는 애니메이션. 얼마 남지 않았다, 개봉 박두!▲작화 작가의 손끝에서 점차 활기를 띠어가는 애니메이션. 얼마 남지 않았다, 개봉 박두!

영상이 완성되고 대본까지 나오면 ‘진짜 마지막 작업’이 남는다. 애니메이션에 성우 목소리를 입히는 일이 그것. 영상 제작에 관여한 다수의 의견을 모아 제목은 “반도체, 그게 뭐지?(‘What is a semiconductor?’)로 낙점됐다.

이렇게 또 한 편의 영상, ‘만만하게 봤다 제대로 큰 코 다친’ 기술 애니메이션이 완성됐다. 업로드 작업까지 마친 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약과지. 더한 고생도 얼마나 많이 했어!’

반도체란 무엇인가 영상 캡처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영상은 이제까지의 작업과 확연히 달랐다. 종종 머리에 쥐가 나긴 했지만 몸만은 늘 편했다. 폭우를 헤치며 오지 마을에 고립될 걱정도, 혹시라도 총격전이라도 터지면 어쩌나 긴장할 염려도 하지 않았으니까. 밤잠 방해하는 모기도, 눈뜨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모래바람도 없었으니까.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추억 쌓고 사람 사귀는 몸 고생도 나름 의미 있지만 역시 사람은 몸 편한 게 최고라니까!’


[1] continuity. 영상 촬영 시 각본을 바탕으로 작업에 필요한 사항을 기록해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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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한국인 댓글:

    ‘What is a semiconductor?’ 영상이 국문 버젼으로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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