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빨래가 즐겁다”는 사람들… ‘행복나눔빨래터’ 봉사 현장에 가다
빨래는 언제 하는 게 가장 좋을까? 정답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날’이다. 그런데 세탁소 직원도 아니면서 맑은 날 궂은 날 할 것 없이 매일 빨랫감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들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행복나눔빨래터’ 봉사자들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 16일 “경기 파주에서 봉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
행복나눔빨래터
드럼세탁기(21㎏) 4대가 탑재된 2.5톤 규모의 이동 세탁 차량. 강원도와 경기도에 거주 중인 어르신 10만여 명과 장애인 2만여 명에게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14년 경기 일부 지역(양평·양주)에서 시작돼 매해 수혜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까지 총 12대가 제작, 전달됐다
▲2.5톤 트럭을 개조해 만든 행복나눔빨래터엔 21㎏ 용량 드럼세탁기 네 대가 탑재돼 있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이렇게 경쾌했어?
이날 파주 지역 날씨는 영하에 근접할 정도로 쌀쌀했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며 오히려 반가워했다. 그들의 미소엔 이유가 있었다. 비가 오면 차량 안에서 건조 작업까지 마쳐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렇게 되면 이용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맑은 날씨 덕인지 차량 뒤편엔 빨랫감으로 가득한 바구니와 보따리가 줄을 섰다. “웅웅웅~” 차내에선 연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이어졌다.
파주 지역에서 행복나눔빨래터가 가동된 지도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이곳에선 개별 빨래 대신 이불 빨래가 주로 이뤄진다. (이불처럼) 덩치 큰 빨래의 경우 어르신이나 장애인이 직접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날 모인 빨랫감은 여름과 가을 동안 사용된, 비교적 얇은 이불이었다. 행복나눔빨래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봄철 봉사는 상대적으로 힘든 편이다. 두꺼운 겨울 이불 세탁 작업이 많기 때문. “그나마 봄엔 빨래하기 좋은 날이 많아 즐거운 맘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귀띔이다.
행복나눔빨래터의 작업 방식은 이렇다. 일단 차량이 도착하면 봉사자들은 안내방송을 통해 인근 가구에 그 사실을 알린 후 빨랫감을 취합한다. 거동 불편한 주민의 빨랫감은 집까지 찾아가 받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모인 빨랫감은 서로 섞이지 않도록 가구별로 세탁된다. 세탁이 끝난 빨랫감은 건조대로 옮겨지고 쉴 틈 없이 다음 세탁이 시작된다. 건조대 수량이 한정적인 데다 부피 큰 이불 빨래 널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이어서 행복나눔빨래터가 오는 날 차량 인근 나뭇가지 사이엔 ‘즉석 빨랫줄’이 설치되곤 한다.
▲행복나눔빨래터가 소화하는 빨랫감은 대개 부피 큰 이불류(類)다. 이 때문에 봉사 당일 차량 근처엔 나무와 가로등 등 인근 지형지물을 활용한 빨랫줄이 자주 눈에 띈다
행복나눔빨래터의 ‘단골 고객’ 김복순<위 사진>씨는 한 달에 두 번, 1년째 꼬박 이곳에서 세탁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 옛날에 세탁기가 어딨어. 빨래는 죄다 손으로 했지. 몇 년 전 세탁기가 생겨 잘됐다, 싶었는데 잔고장이 자꾸 나더라고. 막막해하고 있는데 누가 여길 알려줬어. 자주는 못 봐도 만날 때마다 어찌나 반갑고 고마운지 몰라.”
“겨울 되기 전 한 집이라도 더 찾아가야죠”
이날 만난 자원봉사자 유병용<위 사진>씨(파주지역자활센터 소속)는 벌써 1년째 행복나눔빨래터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봉사 자체보다 힘들었던 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었다.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해드리면 대부분 좋은 일이란 사실은 수긍하면서도 때 묻은 빨랫감을 낯선 이에게 선뜻 내밀진 않았어요. 그래도 열심히 홍보하고 진심으로 다가간 덕분에 갈수록 맘 여는 분이 늘어 다행입니다.”
“차량 한 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해 손길 필요한 곳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는 유씨는 요즘 특히 걱정이 늘었다. 겨울이 다가오면 수도가 얼어 빨래를 아예 못하는 가구가 많아지기 때문. “추위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 부지런히 돌아야죠. 한 집이라도 더 찾아가는 게 올겨울 목표입니다.”
▲이날 유병용씨와 함께 파주 행복나눔빨래터 봉사에 나선 이소영(사진 맨 왼쪽)씨와 트란 몽 트엉(Tran Mong Thuong)씨. 자원봉사자는 행복나눔빨래터를 지탱하는 핵심 축 중 하나다
유병용씨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꽤 오래전이다. “고아원 봉사 때 아이들과 이불 빨래 했던 추억이 떠올라 자연스레 행복나눔빨래터와 인연을 맺게 됐어요. 처음엔 뭔지 모르게 어색해 다른 봉사자를 묵묵히 따라 다니기만 한 적도 있죠. 그런데 참 희한하죠. 봉사 횟수가 거듭될수록 점점 관심이 높아지더라고요. 이제 봉사는 제 삶의 일부와 같습니다.” 그는 “봉사가 힘들고 어려운 일인 건 사실이지만 그 뿌듯한 맘은 해본 사람 아니면 절대 모른다”며 “녹록지 않은 행복나눔빨래터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세탁된 빨랫감을 받아가며 환히 웃을 때면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대가 없이 온기 나누는 봉사자에게 박수를!
▲행복나눔빨래터엔 ‘찾아가는 서비스’도 있다. 봉사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차량까지 나오기 힘든 사용자를 위해 빨랫감을 수거하고 세탁이 끝난 후엔 배달도 해준다
가까이서 지켜본 빨래 봉사는 노동 강도가 상당했다. 게다가 모든 활동이 야외에서 진행돼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몸이 뼛속까지 시려왔다. 넉 대의 세탁기를 쉬지 않고 돌려야 해 정확한 시각 확인은 필수. 턱없이 모자란 건조대를 대신할 ‘즉석 빨랫대’ 설치 작업도 병행해야 했다. 거동 불편자 가구를 찾아 빨랫감을 수거, 배달하는 것 역시 봉사자의 몫이었다.
부쩍 추워진 요즘,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면 장갑 같은 방한용품은 필수다. 차가운 바깥 공기와의 접촉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행복나눔빨래터 봉사자들은 봉사 도중 두꺼운 장갑을 낄 수도, 안락한 실내에 머물 수도 없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늘 바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빨랫감을 소화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각에도 동선 짜느라 분주한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