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족, 남이 아닌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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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이순재 / 김현나 / 진민호

부부 14쌍 중 1쌍은 다문화 가정이다. 2000년대를 사는 지금, 외국인과 결혼한 부부가 전체 부부의 7%를 넘어섰다(여성가족부 국제결혼 현황 지표). 이는 수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제결혼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TV에서는 외국인과 결혼한 유명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캠페인이나 방송 프로그램, 그리고 여러 단체의 활동을 통해서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하던 과거 우리들의 ‘색안경’은 이제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8월 26일, 구미 금오공과대학교 대강당에서 ‘2017 전국 다문화가족자녀 이중언어대회’가 열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는 두 나라의 언어를 접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장점을 살리고, 향후 아이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 개최되고 있다. 2009년 경상북도에서 시행되던 대회가 2014년 삼성전자 스마트시티의 후원으로 전국대회로 확대되어 더욱 많은 다문화 자녀들이 참여할 기회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 이번 대회의 수상자들을 만나 그들의 ‘열세살 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아직 어리니까,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제 꿈도 확실히 알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부모님께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 꿈에 관심을 보여주고 무조건 어른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반대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들의 생각이 때로는 어른들과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현나 학생 발표문 중 (러시아어, 안동여자중학교)

“오늘 저에게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일은 학교 급식이에요. 점심시간에 훈제오리가 나왔거든요. 아주 맛있었어요. 그리고 저랑 친구들이 늦게 갔는데도, 저한테 떡을 2개나 주셨어요. 그래서 무척 기뻤어요.”

이번 대회에서 중등부 대상을 받은 김현나 학생. 그녀는 아직 학교 점심 메뉴 하나에 기뻐하고, 해외여행 대신 사회 시간에 다른 나라에 대해 배우는 것만으로 행복한 소녀다. 그런데도 왠지 모를 어른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단지 그녀가 우리와는 조금 달라 보이는 ‘다문화 자녀’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3학년 무렵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아버지는 한국 분이고 어머니가 일본 분이었는데, 당시에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심하게 당했어요. 그 일이 저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김현나

현나 학생이 조금 더 철이 들고, ‘인종차별’이란 약간은 무거울 수 있는 문제에 관심이 두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이러한 관심이 ‘이중언어 대회’로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녀의 발표 내용 중 인상 깊었던 일화를 소개하자면, 어렸을 때 출전했던 이중언어대회에서 떨어진 일과 농구 대회에서 진 일 중 농구 대회 탈락을 더 슬퍼해서, 어머니에게 혼이 났던 일이다. 그녀는 당시 어머니에게 서운했던 마음이 발표문에 잘 녹아나서 더욱 자연스러운 발표가 되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 덕에 대상까지 수상했으니 그녀의 속상함이 어쩌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녀는 대회에서 자신이 수상하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당시 한 일본 학생이 자기가 다문화 자녀라서 차별을 많이 받았고, 그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는 이야기. 그로 인해 어머니에게 미안함을 느꼈다는 발표를 듣고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좀 더 진지하게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으며, 다문화 자녀들이 자신을 너무 낮게 생각하지 말고,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걸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용기를 내서 많은 곳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나

물론,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마냥 진지하고 고민이 많은 학생이라는 건 아니다. 전학을 간 학교의 친구들이 자꾸 서양인이냐고 물어보며 괴롭혔을 때,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왔다고 당차게 외치는 당당함을 가졌고, 친구들과 수업을 빼먹고 낙동강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고 싶다는 소박한 일탈을 꿈꾸는 귀여움도 가졌다. 그녀는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귀여운 중학생일 뿐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9살에 처음 한국에 와서 언덕 위 아파트가 신기했던 소녀가 이제는 한국에서 ‘검사’를 꿈꾸고 있다. 물론 그녀의 꿈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걸음을 걷는다면 그녀가 도착하는 곳이 어디든,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일 것이다.

좋아하는 축구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멋진 일이겠죠

저는 훌륭한 선수가 되어 리오넬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 팀에서 뛰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커서 그 팀에 간다 해도 메시랑 한 팀에서 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메시가 뛰었던 그 팀에서 골을 넣는 장면만 상상해도 행복합니다. 이순재 학생 발표문 중 (중국어, 경산동부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축구를 하게 되었는데요. 축구 생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계속 축구를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서, 축구부에 들어가게 되었죠.”

이순재 학생은 만나서부터 헤어질 때까지 축구밖에 모르는 열혈의 축구 소년이었다. 일주일에 4~5회 있는 연습 시간에 축구부의 사람들과 함께 연습하는 것은 물론, 혼자서 비를 맞으면서도 계속 축구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열심히 할수록 실력이 늘어나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축구선수를 하겠다는 꿈만큼 노력하는 모습은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이었지만, 충분히 한 명의 예비 축구선수처럼 보였다. 그런 이순재 학생의 모습에서 ‘혹시 축구를 통해서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되어서’ 축구의 매력에 빠지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순재

“부모님 말씀으론 제가 7살 때 중국에서 한국에 왔다고 해요.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계속 한국에서 다녔어요. 아무래도 처음에는 제가 외국에서 와서 친구들 사귀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어요. 1학년 때는 몇 사람밖에 못 사귀었어요. 하지만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서 축구를 한 건 아니에요. 친구의 권유로 축구 시합을 처음 했을 때 느꼈던 즐거움과 행복감이 제가 계속 축구를 하게 만들어주었죠.”

그럼 메시와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축구를 하는 것이 꿈인 이 소년은 어떻게 이중언어대회에 나가게 되었을까? 순재 학생의 어머니가 예전부터 이런 대회가 있으니 나가보라고 권유를 했지만,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그러다가 6학년이 되고 보니, 시간적으로 여유도 생겨서 도전해볼 의지가 생겼다고 한다.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 조금 떨리고 긴장되긴 했지만, 남들에게 축구에 대한 자기 생각을 들려줄 수 있어서 기뼜다고.

“발표하고, 대회를 보다 보니까 조금은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수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요.” 당찬 이순재 학생의 말처럼 결국, 상을 탔다. 그리고 대회를 마치고 나자, 신기하게도 학교 수업 시간에도 좀 더 자연스럽게 발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매사에 자신감도 생겼다고 한다.

이순재

순재 학생은 말한다. “다음 이중언어대회의 대상은 나”라고. 그의 당찬 포부가 결코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 것은 자신감은 의외로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가 다음 대회에서 대상을 타고, 10년쯤 후에는 캄프 누에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공을 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순재 학생의 꿈을 응원해본다.

지금 가진 능력을 잘 활용해서,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전느 지난 5월 17일에서 5월 19일까지 경상북도에서 주최한 나라사랑 체험탬프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캠프를 통해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나라를 지킬 마음을 더 많이 갖게 되었고,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멋진 한국인으로 자라고 싶습니다. 진민호 학생 발표문 중 (러시아어, 김천모암초등학교)

“학교에서 역사 공부를 할 때, ‘6·25전쟁은 중국과 러시아의 탓이 크다.’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이 좋지 않아요. 아빠와 엄마 생각도 나고요.”

러시아 출신의 아버지, 중국 출신의 어머니. 태어난 곳은 충청남도 아산. 작년까지만 해도 ‘이반’이었던 진민호 학생은 이번에 인터뷰한 다문화 자녀 중에서도 가장 한국인들의 큰 편견 앞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민호 학생의 부모님 중 누구도 한국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조건들은 민호 학생에게 걸림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말했다.

“다른 친구들은 한국어와 영어밖에 못 해요. 영어도 제대로 발음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는 엄마랑은 중국어로 이야기하고, 아버지랑은 러시아어로 대화를 나눠요.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서로 영어로 대화를 하셔서, 저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게 되었어요. 이런 환경이다 보니 오히려 다른 친구들보다 다양한 언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커서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민호 학생은 이미 2016년 이중언어대회에서 대상을 탄 경험이 있다. 그때는 어머니의 ‘국어’인 중국어와 한국어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 주제는 ‘가족, 나의 좀 특별한 가족 이야기’였다. 재작년 전국 이중언어대회가 열리는 걸 보고 나갈 결심을 했고, 마침 어머니의 권유도 있어서 출전해 대상까지 거머쥔 것이다. 그리고 올해. 다문화센터에서 우연히 ‘나라사랑 체험 캠프’를 알게 되었고,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신청을 했고, 그 일이 좀 더 한국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버지의 ‘국어’로 지금 살고 있는 이곳, 한국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올해 대회에 다시 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진민호

학교 수업을 마치면 피아노 학원을 가고, 자전거를 타거나 친구들과 놀러 가는 일상 속에서도 민호 학생은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미 이중언어대회뿐만 아니라 피아노 대회에도 나간 경험이 있고, 앞으로 10월에는 김천에서 열리는 영어대회에도 출전한다. 놀라운 사실, 하나 더. 진민호 학생은 지금 다니는 학교의 전교 부회장이다. 지난 학기, 학급 반장으로 경험을 쌓고 올해 전교 부회장에 당선이 된 것. 처음에는 민호 학생을 신기해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어느새 학교의 일을 믿고 맡길만한 든든한 학우로 의지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치고는 작아 보이는 그의 체구에서 단단한 의지가 엿보이는 건, 민호 학생이 스스로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잘 활용해서 앞으로의 길을 스스로 열어가고 있기 때문 아닐까?

국경 없는 마음으로 다문화가정 제대로 마주하기

대상 수상한 김현나 학생

앞서 말했듯 우리 사회는 이제 ‘다문화가정’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다. 물론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 모두 같지는 않다. 누군가를 이웃이나 친구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민과 배려가 필요한 법이고, 그런 이웃의 모습이 ‘파란 눈의 외국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즉, 모두가 한 가족이요, 친구이고, 이웃이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정작 내 친구, 이웃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이중적인 잣대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 아이들의 모습을 보라. 우리 집 아이, 옆집 아이 구분 없이, 또 그 아이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혹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인지는 아무런 상관없이 없다. 그저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저 아이들의 밝은 미소마저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의 미래를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처음과 시작은 조금 어렵고 불편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얼어 있던 가슴도 한순간에 녹이는 것이 마음의 온도다. 이중언어대회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마음 또한 그러하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신기한 듯 쳐다보는 우리의 시선부터 거두자. 그들이 내 주변 누군가의 가족 구성원이 될지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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