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불평등 개선 해법? 디지털에서 찾아라!
‘지금 내 앞엔 두 명이 앉아 있다. 왼쪽 사람은 여성, 나이는 20세쯤? 즐거워하는 것 같다. 오른쪽은 40세 전후의 남성.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야기 하나, 공상과학 같은 소재 ‘보는 인공지능’
‘다행이다!’ 사키브 샤이크(Saqib Shaikh)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금 막 그는 가까운 동료들에게 자신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얘길 들려줬다. 스마트 안경에 인공지능 원리를 탑재, 시각장애인이 주변 상황을 눈으로 보듯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샤이크는 자신이 개발한 앱 얘길 놀라워하며 좋아해주는 동료의 반응이 좋았다. 뭣보다 손수 만든 앱이 정확히 구동한다는 점이 뿌듯했다.
영국 런던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샤이크는 일곱 살 때 시력을 잃은 이후 시각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장애인학교에서 난생처음 컴퓨터를 접한 그는 급속도로 디지털 세계에 빠져들었고, 얼마 안 가 역량 있는 개발자로 성장했다. 그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장애인의 불편을 덜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랜 노력 끝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으로 주변 상황을 인식해 알려주는 앱 ‘씨잉 AI(Seeing AI)’ 개발에 성공했다.
시각장애인이 씨잉 AI 채택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면 일상이 놀랍도록 편리해진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길을 걷다 주변 상황이 궁금해졌을 때 안경테를 문지르면 안경테에 내장된 카메라가 사용자 눈앞 상황을 촬영, 해당 이미지를 인공지능을 검색한 후 언어로 변환한다. 이 언어는 다시 음성으로 전환, 역시 안경테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사용자의 귀에 들어간다. 길을 걷다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의 정체가 궁금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며 안경테를 문지르면 “한 소년이 스케이트보드를 탄 채 회전했다”고 말해주는 식이다.
씨잉 AI의 가능성은 스마트폰과 연동될 경우 한층 커진다. 음식점에서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씨잉 AI 채택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사용자는 점원이 건네는 메뉴를 받아들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다. 이때 앵글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으면 안경테 내장 스피커는 “왼쪽으로 약간 회전한 후 20㎝ 정도 뒤로 물러나라”와 같은 안내 음성을 반복적으로 내보낸다. 메뉴판이 제대로 찍힌 후엔 거기 쓰인 글씨까지 자동으로 읽어준다. “애피타이저, 샐러드, 파니니, 피자… 파스타.” 이쯤 되면 공상과학 영화가 따로 없다.
이야기 둘, UX에 최적화된 솔루션 ‘차세대 AAC’
“반갑습니다.” 태블릿에 내장된 스피커폰 너머로 인사 음성이 들려왔다. 그 직후 스크린에 입력된 ‘반갑습니다’ 글자를 내보이는 조재현(39)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장애인 인권 강사로 활동 중인 조씨는 뇌병변으로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건 물론, 발화장애로 ‘말로 하는 대화’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와의 의사소통엔 별 문제가 없다.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손가락으로 태블릿 자판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태블릿이 그걸 음성으로 변환해주기 때문.
조재현씨가 사용 중인 태블릿엔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이하 ‘AAC’) 장치가 탑재돼 있다. 삼성전자가 사내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 과제 형태로 개발 중인 일명 ‘차세대 AAC 솔루션’이다. 조씨는 이 장치에 대해 “예전에 사용했던 제품과 비교해 기능이 많은 데다 음성 변환도 훨씬 부드럽게 된다”며 “특히 마침표 구분 기능이 있어 음성이 문장 단위로 변환, 기계음처럼 들리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차세대 AAC 솔루션은 여러모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에 최적화돼 있다. 사용자 눈높이를 고려해 설계된 ‘영역 선택’ ‘문장 선택’ 등의 특수 키(key)는 행사 진행이나 강연 기회가 잦은 조재현씨에게 특히 요긴하다. 직접 입력하는 글자는 물론, 앱에서 제공되는 그림이나 문장까지 선택하면 곧장 음성으로 출력해주는 기능도 발화장애인 입장에선 쓰임새가 다양하다.
이야기 셋, 전신마비 딛고 ‘인터넷 스타’ 된 의사
“병원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느꼈습니다, 두 눈에 가득한 영(靈)적 힘을요. 망가진 육신과 삶이 어두웠던 만큼 그의 영혼은 더욱 밝게 타올랐죠. 누구라도 그걸 외면할 순 없었을 겁니다. 관건은 ‘어떻게 그 힘을 끌어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까?’ 하는 거였죠.”
‘의사 출신 스타 블로거’ 장쑤(Zhang Xu, 53)가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을 때 그를 새로운 삶으로 이끈 미국인 의사 존 앨디스(John Aldis)의 말이다. 장쑤의 삶은 그가 34세였던 지난 1997년을 기점으로 극적 반전을 맞았다. 승승장구하는 정형외과 의사로 국영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그는 예멘에 파견 진료를 떠났다가 사고로 목을 다쳤다. 베이징으로 호송됐을 당시 그는 거의 죽음의 문턱에 있었다. 치료 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평생 전신마비인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얘길 듣곤 자살을 기도했다.
그 즈음, 중국에서 장쑤를 치료하던 일본인 의사 한 명이 그에게 ‘조니(Joni)’란 제목의 책을 선물했다. 장쑤와 비슷한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한 미국 소녀의 수기였다. 책을 읽은 후 감동 받은 장쑤는 자신의 동료인 앨디스 박사가 중국으로 병문안 왔을 때 “이 책을 중국어로 번역, 출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앨디스 박사는 인터넷 검색을 활용, 저자와 접촉했고 어렵잖게 승낙을 받아냈다.
▲전도유망한 정형외과 전문의였던 장쑤(왼쪽 사진)는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후 우연찮은 기회에 인터넷을 접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그 일은 장쑤에게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앨디스 박사는 “자신이 오프라인에서 몇 주간 시도해도 못해냈던 일을 내가 인터넷에서 손쉽게 처리하는 걸 본 장쑤가 어느 날 인터넷에 대해 묻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앨디스 박사는 이후 장쑤에게 최신형 노트북을 선물하고 인터넷 사용법도 가르쳐줬다. 하지만 온몸을 거의 쓰지 못하는 그에게 자판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하는 법(窮則通)! 때마침 태국 방콕에 거주하던 장쑤의 지인 한 명이 헤드마스터 커서 컨트롤 장치를 그에게 선물했다. 중국의 한 IT 기업은 음성으로 커서를 움직여 중국어와 영어를 입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그에게 기부했다.
이후 장쑤는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장애를 갖기 전보다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중증장애인 전용 재활센터 건립’이란 새 목표도 갖게 됐다. 결국 그는 지난 2005년 주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고향 안샨에 ‘안샨 베데스타 재활 선교회’란 비영리단체를 설립, 현재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모두를 위한 인터넷’,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다
혹시 ‘DDD(Disability Digital Divide)’란 용어를 아시는지. 우리말로 번역하면 ‘장애인 디지털 불평등’ 정도가 될 이 용어는 최근 몇 년간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 중 하나다. IT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약진, 현대인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바꿔놓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지와 감각이 멀쩡해) IT 기기 조작에 능숙한’ 사람들에게 한정된 얘기다. 이런 기기를 다루려면 미세한 감각과 정확한 근육 운동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거나 듣는 일, 손을 움직이는 일에 서툰 사람은 IT 세상이 주는 혜택과 거리가 먼 삶을 누릴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산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인구의 약 15%가 장애를 갖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나머지 85%의 대부분이 쓸 줄 안다 해도 인터넷을 가리켜 ‘21세기 모든 인류를 위한 기술’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미국이나 영국을 중심으로 ‘모두를 위한 인터넷(Internet for All)’ 캠페인이 전개되고 관련 법제가 앞다퉈 만들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이런 동향에 대해선 스페셜 리포트[1]에서도 몇 차례 다룬 적이 있다.)
디지털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 부문에선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그 시도에 가속도가 붙어 다양한 성과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시각장애인 사용자를 배려한 스마트폰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는 인쇄물의 내용을 대신 읽어주는 ‘옵티컬 스캔’처럼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해줄 수 있는 기능을 다수 탑재, 주목 받았다.
TV 접근성 기능 부문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 TV에서 시각장애인 사용자를 배려한 ‘접근성 바로가기’ 메뉴를 활용, 음성 안내 기능을 활성화하면 △채널 이동 △음량 조절 △방영 프로그램 정보 등을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저(低)시력자의 경우 ‘포커스 확대’나 ‘고대비 화면’ 기능을 활용하면 화면 속 글자를 보다 쉽게 인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리모컨 버튼명을 음성으로 안내, 시각장애인이 버튼 위치를 보지 않고도 파악할 수 있게 돕는 ‘리모컨 익히기’ △저청력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신에게 적절한 볼륨을 선택, 방해 받지 않고 TV를 시청할 수 있는 ‘음성다중 출력’도 눈에 띄는 기능이다.
그뿐 아니다. △신체 움직임이 서툴거나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안구 작동만으로 마우스 이용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든 ‘아이캔’ △색약인이 정확하고 풍부한 색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갤럭시 디스플레이 색약 솔루션’ △시각장애인·지체장애인 등이 혼자서 안전하게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돕는 교통 약자 버스 탑승 솔루션 △‘터치(touch)’ 동작을 기본으로 해 손발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한 이가 쓰기엔 여러모로 불편한 스마트폰의 접근성을 개선해주는 솔루션 ‘두웰’ 등 삼성전자가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혹은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보조 기기와 솔루션은 날로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시각장애인정보화교육센터’를 운영, 이 같은 기술을 보다 많은 이와 공유해오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사용자 접근성 향상 노력은 아래 영상에서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이 기술적 지원에 힘입어 디지털 공동체에 입문하고 난 이후엔 지금껏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소통’과 ‘참여’의 세계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한두 가지 장애에 가려져 있었을 뿐 그들 역시 풍부한 상상력과 다양한 재능, 따뜻한 사랑을 품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DDD 개선 노력을 통해 장애인이 디지털 공동체의 일원이 됐을 때 돌아오는 긍정적 피드백’은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사례에서도 충분히 입증된다.
사실 이는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소통 방식이 갖는 특성이기도 하다. 사람의 감각과 기관을 움직여 해야 하는 일을 디지털 기술이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설사 해당 감각과 기관에 장애가 있다 해도 기술적 기반이 뒷받침되기만 한다면 그의 창의력이나 열정을 세상에 표출하는 일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디지털화(digitization) 열풍이 낳은, 뜻밖의 선물이라고나 할까?
[1]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지털 세상 꿈꾼다_삼성전자의 디지털 접근성 개선 노력 이야기’(2014년 11월 26일자) ‘스토리(story), 감동으로 연결하다’(2016년 6월 15일자)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