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안전한 건널목… 꿈꿨더니 이뤄졌죠” 2015 투모로우 솔루션 수상 ‘이퀄’ 팀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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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五感)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窓)이다. 누구나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은 다름아닌 시각(視覺). 시각장애인이 좀 더 많은 정보를,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배려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 아이디어(IDEA) 부문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이퀄(Equal)’ 팀은 ‘시각장애인도 안전하게 지나다닐 수 있는 횡단보도’를 제안,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들이 꿈꾼 이 특별한 솔루션은 어떤 방식으로 결실을 맺었을까?

 

“현행 음향신호기 체계의 개선 사항에 주목했죠”

“거리에서 고장 난 음향신호기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웠다”는 팀장 김선일씨▲“거리에서 고장 난 음향신호기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웠다”는 팀장 김선일씨

사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횡단보도는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김선일 이퀄 팀장은 이에 대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개선할 점이 많은 장비”라고 잘라 말한다. “지금 쓰이는 음향신호기는 사용자가 직접 눌러야 작동하는 구조예요. 시각장애인 입장에선 직접 음향신호기까지 다가가 버튼을 누르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굉장히 불편하죠. 길을 건널수록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장 난 채 방치된 기기도 많고요.”

지난해 이퀄 팀이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에 출품한 ‘사피스(Safis)’의 시나리오▲지난해 이퀄 팀이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에 출품한 ‘사피스(Safis)’의 시나리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퀄 팀이 구상한 건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교통안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사피스(Safis)’다. 사용자는 안내 음성을 통해 △주변 횡단보도 현황 △횡단 신호(녹색불) 상태 △횡단보도 이탈 여부(방향∙위치) △남은 신호 시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시행착오 덕에 ‘GPS 활용 아이디어’ 떠올려

자유로운 상상력은 솔루션 실현의 첫걸음이다. 아이디어 구상 초기, “횡단보도에 보도블럭을 깔면 어떨까?”란 생각도 했다는 김용한씨▲자유로운 상상력은 솔루션 실현의 첫걸음이다. 아이디어 구상 초기, “횡단보도에 보도블럭을 깔면 어떨까?”란 생각도 했다는 김용한씨

사실 이퀄 팀원들이 초기에 구상했던 건 비콘(beacon, 블루투스를 활용한 근거리 통신 기술) 기반 서비스였다. 스마트폰이 횡단보도에 설치된 비콘을 자동으로 인식, 음성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현행법상 횡단보도에 음향신호기를 제외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었던 것.

낙담할 법도 했지만 김용한(한양대 산업공학과 2학년)씨는 “오히려 당시 경험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사피스를 단순히 비콘 신호 수신기가 아니라 일종의 ‘개인용 내비게이션’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올해 이퀄 팀에 합류한 김우영씨는 현재 대학원(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올해 이퀄 팀에 합류한 김우영씨는 현재 대학원(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방향을 바꾸니 시야도 넓어졌다. ‘시각장애인의 건널목 횡단 지원’이란 핵심 기능은 유지하되, ‘시각장애인의 외출을 다방면에서 도울 수 있는 종합 플랫폼’을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팀 내에서 UX(User eXperience, 이하 ‘UX’)를 담당하는 김우영씨는 “다른 앱과의 차별화를 위해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거쳐야 할 단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화면을 볼 수 없으니 앱 환경이 최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 사피스가 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음성인식은 아직 정확도가 완벽하지 않아 재시도 과정에서 버려지는 시간이 적지않아요. 야외에선 주변 소음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고요. 콜센터나 문자메시지 서비스 등 이미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신뢰성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목표? 사용자 눈높이서 쓸 만한 앱 완성하는 것”

팀 내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전현정씨. 개발 도중 합류했지만 ‘자타공인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팀 내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전현정씨. 개발 도중 합류했지만 ‘자타공인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은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으로 개발돼야 한다. 당연한 명제인 듯 보이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퀄 팀 역시 피드백 수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전현정(이화여대 광고디자인학과 3학년)씨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처음 찾았던 날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처음엔 저흴 안 믿으시더라고요. ‘비슷한 일을 하려는 학생이 많았지만 결과물이 실제로 도움 된 적은 없었다’는 말도 들었어요.”

팀원들의 진심이 통했던 걸까? ‘삼성전자 지원 프로젝트’란 사실을 듣고 솔루션 내용까지 꼼꼼히 검토한 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현정씨는 “우리 앱에 대해 적극적 피드백을 받은 건 물론, 다른 시각장애인 단체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측 지원이 아니었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능을 추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퀄 팀원들은 올해 중 사피스 앱을 출시한 후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이퀄 팀원들은 올해 중 사피스 앱을 출시한 후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이퀄 팀원들은 “투모로우 솔루션은 아이디어를 체계적·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 공모전과 확연히 구별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가 직접 나서서 1대 1 멘토링 등 각종 지원을 통해 팀원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점도 이들이 꼽은 투모로우 솔루션의 장점이다.

현재 이퀄 팀은 “올해 중으로 앱을 배포하겠다”는 목표 아래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물론 앱 발표 이후에도 연계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확도와 편의성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되길,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지게 되길 기대한다.

올해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 아이디어 모집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해결하고 싶은 문제 제안’만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눈앞에서 실현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시겠어요? 삼성전자가 여러분을 도와드리겠습니다!

■ 신청 기간: 2016년 5월 18일부터 6월 30일까지
■ 신청 방법: 공식 홈페이지(www.tomorrowsolutions.org)에 제안서 제출
■ 참가 자격: 학생부(만 19세 미만, 지도교사와 학생으로 이뤄진 팀)/ 일반부(만 19세 이상,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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