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⑤몸과 마음_인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연재 끝>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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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수 있습니다 스페셜리포트 신년특집 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5.몸과 마음_인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연재 끝> , 정치,경제.경영 ,교육 ,엔터테인먼트,몸과마음

삼성전자 뉴스룸이 연말연시를 맞아 기획했던 ‘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시리즈, 그 마지막 편의 주제는 ‘몸과 마음’이다. 세상만사가 디지털화(化)되면서 인간 심신의 구조와 작용 메커니즘도 그에 따라 바뀌고 있다. 하긴, 디지털이 일상의 모든 면을 바꿔놓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몸과 마음도 예전 같을 순 없다. 심신이야말로 외부 자극에 가장 적절히 반응하는 방향으로 부단한 조정 절차를 거쳐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어떻게 변하는가’다.

‘디지털 시대, 인간의 변화 양상’이란 주제와 관련해선, 앞서 다뤘던 정치·경제·교육·문화 등의 분야보다 훨씬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 때론 정반대의 연구 결과나 주장이 치열하게 대립각을 형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흐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간이 지나며 미묘하게 차이 나는 입장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변해왔단 사실을 알 수 있다.

 

1990년대_디지털 게임을 둘러싼, 암울한 예측들

형제가 비디오 게임 콘솔을 들고 즐거워 하고 있다

디지털이 그 영향력을 조금씩 넓혀가기 시작하던 1990년대엔 ‘디지털이 스며든 일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그 배경엔 대개 ‘디지털 게임이 인간, 특히 청소년에 끼치는 영향’ 연구 결과가 존재했다. 초창기엔 전용 게임기로, 나중엔 PC로 ‘도구’가 바뀌며 점차 접근성이 향상돼온 디지털 게임은 전에 없이 빠르고 강력하게 사람들의 마음과 일상을 사로잡았다.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게임은 기계 조작에 능하고 기술 감수성이 뛰어난 젊은 층의 전유물이었다. 자연히 디지털 게임 사용자와 비(非)사용자는 확연히 구분됐다. 게임 안 하는 사람은 ‘일상을 내팽개치는 건 물론,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 받는 지경에서도 디지털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게임광(狂)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디지털 게임 사용자 연구 역시 대부분 ‘게임 안 하는 사람’이 갖게 마련인 우려의 시각에서 진행됐다. 그 전제와 진행 논리는 요약하면 이랬다. ‘게임 많이 하는 사람은 두뇌에서 쾌감 호르몬인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된 나머지, 도파민 수용체 자체가 축소된다. 그 결과, 시시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더 강력한 자극만 추구하게 된다. 디지털 게임은 그 사이를 파고들어 폭력이나 섹스 따위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해 사용자, 특히 청소년의 윤리 의식을 둔감하게 만든다.’

이들 연구에선 신체적 부작용도 빠짐없이 언급됐다. “컴퓨터 게임에 빠진 사람은 그만큼 신체 활동이 적고 늘 강한 전자파에 노출된 상황에서 자판을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움직이는 등의 제한적 동작만 반복하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식이다. “컴퓨터 앞에서 한 자세로 오랜 시간 지내면 거북목증후군·척추측만증·손목터미널증후군 등 척추와 관련 근육, 신경계 이상 증세에 시달릴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자주 등장했다.

뇌과학(brain science) 이미지

때마침 전자기기를 이용, 인간 두뇌 작용을 연구하는 뇌과학(brain science)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게임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는 사람의 뇌가 변할 수 있단 사실이 시각적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우려해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게임 경계론’이 한층 확산됐다.

1999년 제작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 ‘엑시스텐즈(eXistenZ)’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극중에서 세계 최고 게임 디자이너인 ‘엘레그라 겔러’는 인간 척추에 게임 포트를 이식, 사용자가 게임 속 상황을 현실인 듯 인식하게 하는 생체 컴퓨터 게임 ‘엑시스텐즈’를 개발한다. 개발사 측 지원으로 자신의 팬 몇몇과 테스트 게임을 시작하려는 순간, 겔러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인간성을 파괴한다”고 믿는 게임 반대론자에게 테러를 당한다.

견습 사원 ‘테드’와 필사적 도주에 나선 겔러는 우여곡절 끝에 게임 전문가 ‘비노코’의 연구소를 찾아 필요한 수술을 마치고 엑시스텐즈의 세계로 진입한다. 하지만 게임은 예상 밖의 교묘하고 극악한 효과가 이어지며 점점 꼬여간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반전 상황이 거듭되며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간다. 테드와 겔러는,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에 빠지고 그 상태로 영화는 끝이 나버린다.

시종 우울하고 삭막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엑시스텐즈는 ‘인간의 몸과 마음은 디지털로 인해 종잡을 수 없이 변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암울하게, 동시에 날카롭게 경고한다.

 

2000년대_디지털과 몸과 마음, 그 엇갈리는 함수

1990년대 말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 관련 연구의 방향은 이전보다 한층 밝아졌다. 물론 일부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의 진전으로 인간 뇌가 생각보다 유연하고 가변적 장기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디지털과의 상관 관계에 대한 해석도 점차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디지털을 둘러싼 최대 변화는 관심 분야가 ‘게임’에서 ‘인터넷 사용’으로 폭넓어진 것이다. 자연히 ‘게임 하는 인간’에 대한 우려는 ‘인터넷 하는 인간’에 대한 우려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이런 주장들이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간은 정보의 홍수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게 될 것이다
△수많은 정보를 워낙 빠르게 탐색하다 보니 정작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 역시 저하되는 추세다
△모든 판단의 근거를 ‘인터넷 검색’에 의존한 결과, 인간의 기억력 자체가 퇴화되고 말았다
△인터넷 중독 증세가 심해지면 모든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 사회적으로 무책임해지는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아진다

 

여자 두명이 갤럭시 S7 화면을 보고 즐거워 하고 있다

비판적 시선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14일(현지 시각) 발행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당신은 이제 금붕어보다도 집중력 지속 시간이 짧아졌다(You Now Have a Shorter Attention Span Than a Goldfish)”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00년 실시된 한 조사 결과, 인간의 집중력 지속 시간은 평균 12초였다. 반면, 2015년 행해진 같은 조사에서 이 수치는 8초로 줄었다. 형편없는 기억으로 악명 높은 금붕어의 평균 집중력이 9초인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최악의 집중력을 갖춘 생명체인 셈이다.

하지만 뇌신경과학계의 최신 연구는 상황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정도가 아니란 판단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뇌신경학계에서 떠오르는 화두 중 하나는 ‘뇌신축성(brain plasticity)’이다. 인간의 뇌는 일생에 걸쳐 환경 속 자극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그 자극에 적응해 최적의 반응 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변화해간다는 게 뇌신축성의 핵심이다. 이런 전제에서라면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두뇌도 전반적 변화에 맞춰 변화해갈 거라고 간주할 수 있다.

집중력 감퇴 문제 역시 이런 관점에선 적응 과정의 일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뇌신경학에선 이를 일명 ‘오프로딩(off-loading)’ 개념으로 정의한다. 인간 두뇌는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저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불필요한 정보는 빨리빨리 버린다(off-load)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과 같은 정보 과잉 사회에서 수많은 정보를 빨리 처리할 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때문에 집중력이 저하된다’고 여겨졌던 현상이 ‘(디지털을 포함한) 모든 게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두뇌는 필요한 방식으로 움직인다’고 재해석되는 것이다.

삼성 태블릿 과 세 사람의 손

디지털 게임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 사용 전반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일수록 주어진 교과 과정에서 교과서 내용만 암기하며 자라던 세대에 비해 긍정적 변화가 관찰된다. 특정 과제가 주어지면 학습된 지침을 기억해내면서 적용하려는 게 아니라 창의적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가는 행태가 관찰되며,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통합해가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능력 역시 향상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 중독과 기타 개인∙사회 생활 수행 능력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 중독으로 사회 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부적절한 습관으로 사회 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인터넷 중독에 빠지기 쉬운 건지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단 얘기다. (후자의 경우, 디지털 게임이나 인터넷이 없었던 시대였다면 다른 사행성 놀이나 약물 중독 따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2010년대 이후_부정과 좌절 넘어 결정과 통합으로

좋든 싫든 모바일 시대는 커넥티드 라이프(connected life)를 일상으로 가져왔다. 현대인은 의식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온라인으로 연결돼(connected) 움직이는 일상(life)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맘만 먹으면 각종 IT 기기를 두뇌 등 신체기관의 연장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보다 적극적으로 심신 건강 관리에 활용되는’ 솔루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독일 청년 핀 제드리세크(Fynn Jedrysek)이 VR체험을 하고 있다 , 손목에 찬 S3기어에 심박수가 132라고 표시 되어 있다 ▲고소공포 증세로 발코니 근처에도 못 가던 독일 청년 핀 제드리세크(Fynn Jedrysek)는 삼성전자 기업 캠페인 ‘론칭피플 2.0’에 참여, 삼성 기어 VR의 도움을 받아 5주 만에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5년 4월 15일자 스페셜 리포트(의료 장비, 진화의 끝은? 날로 똑똑해지는 헬스케어 시장)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현황을 조망했다. 그해 10월 14일 스페셜 리포트(우리의 기술로 전 세계 인류의 힘찬 출발 돕겠다” 2막 오른 삼성전자 브랜드 캠페인 ‘론칭피플)에선 공포심 극복에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스마트폰 소지자 중 대다수는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나 성격 유형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한 번쯤 측정해봤을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모바일 기기로 엄청난 규모의 정보와 네트워킹을 활용하는 일이 아주 쉬워지면서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 기기들은 인간이 이제껏 만들었던 그 어떤 소지품보다 더 널리 사랑 받고 있다. 늘 몸 가까이 두고 소지하는 아이템이란 점도 이런 인기에 한몫하는 요인이다.

스위스 출신 신경과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übler-Ross, 1926~2004)는 환경 변화에 따른 인간의 심리 변화 메커니즘을 일명 ‘퀴블러-로스 모델(Kübler-Ross model)’로 정리했다<아래 그래프 참조>. 이에 따르면 인간이 특정 변화를 접했을 때 처음엔 ‘충격’ ‘부정’ ‘좌절’의 과정을 거치며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지만 곧이어 ‘실험’ ‘결정’ 과정을 지나고 그 변화를 자신의 삶 속에 받아들여 ‘통합’ 시킨다.

퀴블러-로스 변화 곡선(The Kubler-Ross change curve) 충격(shock):당면한 상황에 놀라거나 충격 받음 부정(denial):현실을 믿지 못한 채 그 상황이 거짓이란 증거 탐색 좌절(frustration):상황 변화를 인식하면서도 종종 분노함 우울(depression):기분이 가라앉고 기력이 달림 실험(experiment):새로운 상황에 개입하기 시작함 결정(decision):바뀐 상황에서 일하는 법을 익히고 좀 더 긍정적으로 느끼게 됨 통합(integration):변화를 온전히 수용하고 새로운 개인으로 거듭남

디지털이 인간의 심신에 끼치는 영향도 위 곡선의 궤적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쩌면 현대인은 디지털의 위력에 충격을 받고 부정적 판단을 내리는 단계를 지나 뭔가 새로운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자신의 삶 속에 통합시키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의 디지털화는 여전히 크고 작은 문제를 내포한다. 하지만 인류는 그 변화의 장점을 취하는 한편, 한계 극복 요령을 알아가고 있다. 날로 강력해지는 ‘디지털 파워’에도 인류의 미래가 굳건할 수 있다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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