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뜬금없이 목공 하는’ 사람들입니다
몇몇 예외가 있긴 하지만 누구나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소속’의 비중이 커집니다. 때론 이름 석 자보다 직장명이나 직급이 그 사람을 더 잘 보여주는 요소로 각인되곤 하죠. 그런데 그것 아세요? 무미건조해 보이는 기업명 뒤엔 각양각색의 개성을 갖춘 개개인이 존재한단 사실!
국내 임직원 수만 10만 명 가까이 되는 삼성전자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삼성전자 아무개 과장’으로 불리는 인물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다른 취미나 특기를 하나 이상씩은 갖고 있습니다. 일부는 본인의 관심 분야에서 ‘준(準)전문가급’ 실력을 뽐내기도 하죠.
삼성전자 뉴스룸이 ‘별별 동호회 탐방기’를 올해 신규 기획으로 준비한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딱딱하고 보수적일 것 같다’ ‘기술 얘기 말곤 관심도 없을 테지’ ‘1년 내내 회사와 집만 오가는 모범생 타입 아닐까?’…. 이 모든 억측(?)을 시원하게 날려줄 주인공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 거죠.
저희는 오늘 소개해드릴 ‘뜬목공’을 시작으로 앞으로 월 1회가량 삼성전자 우수 동호회를 찾아가 그들의 활동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왕성한 활동으로 사내에선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동호회원들의 면면을 통해 ‘삼성전자 사람들’로 뭉뚱그려져 있던 임직원 개개인의 진면모를 들여다보실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토요일이었던 지난 11일, 경기 용인시의 한 공방. 이곳에선 아침부터 불이 환하게 켜진 채 쉴새 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공방이 쉬는 주말, 공방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만든 주인공은 삼성전자 목공(木工) 동호회 ‘뜬목공’ 회원들이다. 뜬목공이란 ‘뜬금없이 목공 동호회’의 준말. 업무로 꽉 찬 한 주를 치열하게 보낸 후 달콤한 주말까지 반납한 채 이곳에 모인 이들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나무 소재 샤프 펜슬, 4단계 거치니 완성
▲이날 초빙된 강지관 강사(파란색 모자 쓴 사람)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와 재치 있는 유머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우든펜(wooden pen) 만들기. 회원들은 △터닝(turning, 깎기) △샌딩(sanding, 매끄럽게 하기) △피니싱(finishing, 기름칠하기) △어셈블링(assembling, 조립하기) 등의 과정을 거쳐 나무 소재 (샤프)펜을 손수 제작했다. 대한우든펜협회 공인 교육 공방 JPW(Jetool Penturners Workshop) 소속으로 공방을 찾은 강지관 강사는 회원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사전 교육을 진행했다.
① 터닝
사전 교육을 받은 뜬목공 회원들은 각자 펜 블랭크(pen blank, 우든펜의 몸통이 될 목재)를 하나씩 받아 들고 작업대에 섰다. 다들 나무로 펜을 만들어본 경험은 없어 처음엔 좀 어색해했지만 이내 배운 대로 펜 블랭크를 회전시켜 손에 쥐기 쉽도록 깎아내기 시작했다.
② 샌딩
터닝 과정을 거쳐 펜 블랭크가 어느 정도 다듬어졌다면 이번엔 사포(砂布, sandpaper)를 활용, 울퉁불퉁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샌딩이다.
③ 피니싱
샌딩 과정까지 마무리됐다면 기름 묻힌 헝겊을 활용, 표면을 고루 닦아주며 기름칠해줄 차례다. 실제로 회원들은 피니싱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손에 기름이 묻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④ 어셈블링
피니싱 작업까지 끝난 펜 블랭크에 펜촉과 잉크 카트리지 클립 등을 결합시키면 드디어 우든펜 완성! 작업 초반, 진행이 다소 서툴긴 했지만 단 한 번의 사전 교육과 실습으로 각자의 작품을 척척 완성해낸 회원들을 바라보며 적잖이 놀랐다. ‘솜씨가 보통 아닌데?’
“수많은 취미 중 왜 하필 목공이냐고요?”
▲“나무와 사람이 좋아 모였다”는 뜬목공 회원들. (왼쪽부터) 강동수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수석, 남은영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대리, 장홍삼 삼성전자 DS부문 LED제조팀 사원, 한경돈 삼성전자 DS부문 LED제조팀 과장. 한경돈 과장은 뜬목공 회장이기도 하다
본격적 인터뷰를 위해 회원들과 마주한 건 우든펜 제작 실습이 끝난 후였다. 제일 묻고 싶었던 질문은 ‘왜 하고 많은 취미 중 목공을 택했느냐’는 것. 회원들은 하나같이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의외였다.
▲이날 뜬목공 회원들이 완성한 우든펜을 한데 모아 촬영했다. 각자 아이디어를 미리 구상이라도 해온 듯 하나하나 만든 이의 개성이 느껴진다
“머릿속 구상대로 작품이 착착 완성되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잖아요. 얼마나 보람 있는데요.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공기 좋은 공방에서 같은 취미를 지닌 동료들과 함께하는 기분도 끝내줍니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 펜 하나 만드는 데도 무서울 정도의 몰입감이 느껴졌던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됐다.
▲뜬목공 정기 모임의 전반부는 ‘작품 실습’으로, 후반부는 ‘식사를 겸한 대화와 친교’로 각각 구성된다
가까이서 지켜본 모임의 분위기는 내내 친근하고 화목했다. 이에 대해 한 회원은 “서툰 솜씨로 매번 작품을 손수 만들어내야 하니 막힐 때마다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더라”며 “여기선 소속 부서나 직급을 떠나 모두가 편안한 맘으로 함께한다”고 귀띔했다.
회원들의 말∙말∙말 “목공의 진짜 매력은…”
▲강동수 수석은 샌딩 과정을 건너뛰어도 될 만큼 섬세한 터닝 솜씨로 강지관 강사에게 칭찬을 받았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강동수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수석은 뜬목공에서도 알아주는 ‘베테랑’ 회원이다. 어지간한 목공 제품은 혼자서 뚝딱 만들어낼 정도. 강 수석은 “목공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실용성에 있다”며 “한 번은 딸아이에게 공부방에서 쓸 발판을 선물했는데 무척 기뻐해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만든 우든펜은 졸업을 앞둔 큰아이에게 선물할 생각인데 아이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프라모델이나 장난감 자동차 조립에 한동안 빠져있던 장홍삼<위 사진> 삼성전자 DS부문 LED제조팀 사원은 “내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게 좋아서” 뜬목공에 가입한 경우다. 그는 “평일엔 근무하느라 시간이 부족해 취미 활동에 도전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주말 시간을 활용, 목공에 도전할 수 있어 무척 좋다”며 “오늘도 실습 후 식사하며 회원들과 각자 만든 우든펜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남은영 대리는 얼마 전 뜬목공에서 익힌 목공 솜씨를 발휘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에게 줄 ‘캣타워’를 직접 만들었다
“특유의 가족 같은 분위기에 이끌려 뜬목공에 합류했다”는 남은영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대리 역시 이날 내내 우든펜 제작 실습에 열중했다. 남 대리는 목공 작업에 대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데다 처음 생각한 대로 실체가 갖춰지는 과정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뜬목공 회원들의 작품은 사내 동호회 게시판에도 자주 게시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며 “작업도 작업이지만 회원끼리 워낙 서로 잘 챙겨줘 모임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뜬목공 회장을 맡고 있는 한경돈 과장은 “군 복무 시절 배운 목공 일을 활용, 일종의 재능기부 활동을 해보잔 생각에서 동호회 설립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뜬목공을 이끌고 있는 한경돈 삼성전자 DS부문 LED제조팀 과장은 “DIY(Do It Yourself) 취미가 날로 보편화되고 있지만 공간 부족과 소음 등의 문제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점에 착안, 뜬목공에선 여럿이 목공 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섭외해 자신만의 작품 제작에 충분히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수준급 목공 실력을 갖춘 한경돈 과장은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는 틈틈이 다른 회원의 작업도 돕는다. 사진은 장홍삼 사원의 우든펜 터닝 작업을 지도하는 한 과장의 모습
한경돈 과장에 따르면 뜬목공엔 ‘단순 동호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 동호회의 최종 목표는 회원들과 함께 재능기부 봉사 활동을 꾸려가는 겁니다. 실제로 회원 대다수가 이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엔 전반적 실력을 좀 더 갈고 닦아 본격적인 봉사 활동에 나설 계획입니다.”
“동호회 활동? ‘일상 속 차안대’ 걷어내기”
강동수 수석은 뜬목공 활동을 ‘일상 속 차안대(遮眼帶) 걷어내기’에 비유했다. 차안대란 경마 도중 말의 측면∙후면 시야를 막아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도록 고안된 기구. “직장인에게 사내 동호회란 앞만 보고 내달려야 하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짝 비껴나 잠시 여유를 갖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란 게 강 수석의 설명이다.
개인적 관심사에서 출발했지만 활동 반경을 재능기부 봉사로까지 넓히기 위해 날갯짓 중인 뜬목공 회원들을 보며 이래저래 느끼는 게 많았다. 올 한 해, 회원들이 그들의 바람처럼 개개인의 성취감이나 보람뿐 아니라 ‘나누며 사는 즐거움’까지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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