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화려하게 수놓는 ‘드론쇼’, 그 이면엔 어떤 기술이?

2018/06/14 by 문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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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밤하늘 화려하게 수놓는 ‘드론쇼’, 그 이면엔 어떤 기술이?

올 초 평창의 밤하늘은 오륜기∙스노보드맨∙수호랑으로 변하는 1218대의 드론 덕에 유난히 밝게 빛났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당시 소형 드론 300대가 보여준 라이브쇼는 ‘아이언맨’ 윤성빈 선수의 질주가 돋보였던 스켈레톤, 어느덧 익숙해진 “영미!” 외침이 인상적이었던 컬링만큼이나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영상 제작, 농업 관리… 최근엔 ‘드론레이싱’ 인기

하늘을 날고 있는 드론선진국에선 이미 10여 년 전부터 드론을 영상 제작에 활용해왔다. 드론이 출현하기 전에도 소형 무인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달아 항공 촬영을 시도하곤 했지만 엔진으로 구동되는 기체의 특성상 진동이 심한 게 문제였다. 반면, 드론엔 기체 움직임을 보정할 수 있는 수평유지장치(짐벌)이 탑재돼 이 같은 한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드론은 현대인의 일상에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와있다. ‘1박2일’ ‘삼시세끼’ ‘윤식당’(이상 tvN) ‘도시어부’(채널A) 등 적지 않은 TV 프로그램이 드론으로 주요 장면을 촬영한다. ‘지미집(Jimmy Jib)’으로 불리는, 크레인 같은 구조물 끝에 카메라를 매달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장면을 촬영하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드론을 써서 손쉽게 눈이 시원해지는 야외 광경을 확보한다.

선진국에선 이미 10여 년 전부터 드론을 영상 제작에 활용해왔다. 실제로 △뉴올리언스 허리케인(2005)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2007, 이상 미국) △아이티 지진(2010) 등 자연재해 현장을 누빈 드론 촬영 영상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드론이 출현하기 전에도 소형 무인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달아 항공 촬영을 시도하곤 했다. 하지만 엔진으로 구동되는 기체(機體)의 특성상 진동이 심한 게 문제였다. 반면, 드론엔 기체의 움직임을 보정할 수 있는 짐벌(Gimbal∙수평유지장치)이 탑재돼 이 같은 한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농지 작황을 파악하고 농약을 살포하는 작업, 거대 교각이나 플랜트를 점검∙감시하는 일에도 드론이 쓰일 수 있다.

드론 활용 영역은 예상 외로 다양하다. 일례로 농지 작황을 파악하고 농약을 살포하는 작업, 거대 교각이나 플랜트를 점검∙감시하는 일에도 드론이 쓰일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응용 분야는 프로 리그로 발전 중인 드론레이싱(drone racing)이다. 2016년 두바이에서 개최된 드론레이싱대회 ‘월드드론프리(World Drone Prix)’ 당시엔 한국 소년 김민찬(12)군이 ‘프리스타일’ 부문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며 주목 받기도 했다.

드론 응용 분야 중 최근 가장 흥미로운 건 ‘무선 드론 조종 경주 대회’인 드론레이싱이다. 최대 시속이 150㎞에 이를 정도로 속도감이 대단한데다 여러 장애물을 곡예 비행으로 통과할 수도 있어 F1 못지않은 박진감을 자랑한다. 프로리그가 시작된 지 2년여 만에 전 세계 70여 개국이 즐길 정도로 빠르게 보급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드론레이싱은 쉽게 말해 무선 드론 조종 경주 대회다. 경주에 출전하는 파일럿은 헤드온고글을 쓴 채 드론이 비행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영상을 보며 드론을 조종한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이 영상은 FPV(First Person View) 형태여서 파일럿에게 마치 실제 드론에 탑승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최대 시속이 150㎞에 이를 정도로 속도감이 대단한데다 여러 장애물을 곡예 비행으로 통과할 수도 있어 레이싱 장면은 F1 자동차 경주대회만큼이나 박진감 넘친다. 해외에서 드론레이싱 프로리그가 시작된 건 2016년. 하지만 불과 2년여 만에 ESPN 등 스포츠 채널에서 전 세계 70여 개국에 경주 장면이 중계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기세대로라면 조만간 F1에 버금가는 글로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4개 모터 탑재형’이 일반적… 자세∙속도 자동 제어

드론은 무선조종(Radio Control, RC) 헬리콥터와 달리 일반인도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다.

드론이 단기간에 대중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일단 드론은 무선조종(Radio Control, RC) 헬리콥터와 달리 일반인도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당 가격도 일반인이 충분히 넘볼 수 있을 수준으로 내려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로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다.

드론은 4개(혹은 6개) 모터가 쌍을 이뤄 시계 방향으로, 또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추진력을 얻는다. 4개 모터를 이용한 일명 ‘쿼드로터(쿼드콥터)’가 보다 일반적 형태다. 소형 엔진으로 구동되는 RC 헬리콥터와 달리 드론엔 BLDC 모터가 탑재돼 제어가 용이하다. 소재론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가벼운 탄소섬유가 쓰인다

드론은 4개(혹은 6개) 모터가 쌍을 이뤄 시계 방향으로, 또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추진력을 얻어 날아간다. 4개 모터를 이용한 드론이 보다 일반적인데 이를 쿼드로터(Quadroter) 혹은 쿼드콥터(Quadcopter)라고 한다(흔히 ‘드론’이라고 하면 쿼드로터를 이를 때가 많다). 소형 엔진으로 구동되는 RC 헬리콥터와 달리 드론엔 BLDC 모터[1]가 탑재돼 제어가 좀 더 용이하다. 반면, 모터의 추진력만으로 띄워야 해 기체 무게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탄소섬유복합소재(carbon fiber)가 쓰이는 이유다.

드론을 일반인이 조종할 수 있으려면 모터 속도나 자세가 자동으로 제어돼야 한다.

또 하나, 드론을 일반인이 조종할 수 있으려면 모터 속도나 자세가 자동으로 제어돼야 한다. 일반적인 GPS의 정확도는 수 미터(m) 수준이다. 내비게이션 장치를 켜고 자동차 전용 도로를 주행할 때 평행하는 길이 있는 곳에서 가끔 내비게이션이 오작동할 때가 있다. 내비게이션 자체에 트래킹(tracking) 알고리즘이 탑재돼있지 않고 GPS 값만 보정, 위치를 인식하는 탓에 오차가 ‘두 길의 떨어진 거리 이상’ 나면 위치를 헷갈리는 것이다. 이와 달리 드론에선 △동작을 감지할 수 있는 MEMS[2] 기반 IMU[3] △바닥을 보며 광학적 흐름(optic flow)를 읽어내는 카메라 센서 △외부에서 위치는 알려주는 GPS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 자동 자세 제어가 가능하다. 누구나 쉽게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비결이다.

쿼드로터의 경우, 4개 모터 속도가 잘 제어돼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지금껏 살펴본 드론은 모두 ‘직접 조종’ 방식으로 제어된다. FPV 형태로 보든 맨눈으로 보든 파일럿이 드론 비행 동작을 느끼고 살필 수 있는 것. 사람이 조종하더라도 드론 제어의 상당 부분은 이미 자동화됐다. 쿼드로터의 경우, 4개 모터 속도가 잘 제어돼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마주 보는 모터가 짝을 이뤄 시계 방향, 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한쪽 방향으로만 돈다면 공중에 떠오르는 추진력은 얻을 수 있지만 몸체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 (모멘텀이 일정해야 하니까!) 헬리콥터도 이런 몸체 회전을 막기 위해 자그마한 꼬리 날개가 돌고 있다.

드론은 4개 모터를 제어해 여섯 방향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때 비행 방향과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가 비행 컨트롤러(flight controller)다. 드론이 땅과 수평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우선 자세를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숙인 후 4개 모터 속도를 높여야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비행 컨트롤러가 작동한다

쿼드로터는 2개의 짝으로 모터 회전 방향을 달리해 몸체 회전 문제를 해결한다. 공중에 떠오른 드론은 상하좌우, 그리고 롤(Roll)[4]∙피치(Pitch)[5]∙요(Yaw)[6] 등 모두 여섯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제어할 수 있는 건 4개 모터 속도다. 즉 2개의 자유도가 부족한 부족자유도 시스템이다. 평행주차, 즉 △주차 공간에 나란하게 차를 위치시키고 △운전자 어깨 선에 앞쪽 경계선을 맞춘 후 △핸들을 꺾어 후진하여 들어간 다음 △다시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 등 차량을 옆으로 움직이기 위해 앞뒤로 조작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드론은 4개의 모터를 제어해 여섯 방향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사람이 조종하는 드론 역시 4개 모터를 적절히 제어해 원하는 방향으로 날려보낼 수 있도록 설계된다. 드론에서 이런 성능을 수행하는 게 비행 컨트롤러(flight controller)다. 드론이 땅과 수평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우선 자세를 움직이고자 하는 방향으로 숙인 후 4개 모터 속도를 높여야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비행 컨트롤러가 작동한다.

바둑돌 1000개 한 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정교함

▲ 불빛을 머금은 드론들이 하늘에 활자를 만드는 쇼를 선보이고 있다 (출처 : 인텔 ‘슈팅스타’ 드론 공식 홈페이지)

▲ 불빛을 머금은 드론들이 하늘에 활자를 만드는 쇼를 선보이고 있다 (출처 : 인텔 ‘슈팅스타’ 드론 공식 홈페이지)

수많은 드론이 한꺼번에 비행하며 조직적 움직임을 만들어 내려면 더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된 제어가 이뤄져야 한다. 평창 드론쇼를 예로 들면 오륜기∙수호랑 등 구체적 대상의 모양이 점으로 표시된 후 드론이 각 점의 위치로 이동해야 한다. 이때 조종자는 각 드론의 위치를 센티미터(㎝) 단위 정확도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평창 드론쇼를 연출한 ‘슈팅스타’ 드론 팀은 지상에 베이스 스테이션(base station)을 두고 GPS의 위치 정확도를 높인 RTK(Real-Time Kinematic) GPS를 이용해 드론 위치를 인식했다. 모든 드론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특정 형상을 만들어내는 일은 흡사 1000개의 바둑돌을 동시에 움직이는 것과 같다. 그 작업을 한 사람이 동시에 수행하는 것, 바로 그 일을 슈팅스타 팀이 평창에서 해냈다.

영화 ‘제5원소’엔 ‘드론 택시’라는 게 등장한다. 드론 택시는 자율 비행 기능을 갖추고 있어 빌딩 숲 사이를 스스로 인식하며 질서 정연하게 날아 다닌다. 2차원 평면에서 1차원 길을 따라 움직이는 무인자동차와 달리 자율 비행 드론은 3차원 공간에서 비행해야 하는 만큼 무인자동차와는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드론은 어떤 모습일까? ‘스타워즈’ 시리즈나 ‘제5원소’와 같은 영화 속 미래 풍경엔 ‘드론 택시’가 등장한다. 드론 택시엔 ‘로봇 파일럿’으로 표현되는 자율 비행 기능이 있어 빌딩 숲 사이를 스스로 인식하며 질서 정연하게 날아 다닌다. 2차원 평면에서 1차원 길을 따라 움직이는 무인자동차와 달리 자율 비행 드론은 3차원 공간에서 비행해야 하는 만큼 무인자동차와는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다음 회에선 자율 비행 드론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1] brushless DC motor. 코일을 기계적인 브러시가 아닌 트랜지스터로 변환하는 것으로 브러시가 없기 때문에 스파크가 발생하지 않고 가스 폭발의 위험도 없다. DC 보통 모터보다 수명이 길기는 하나 값이 비싼 것이 흠이다.
[2] 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초소형 전자기계 체계)
[3] Inertial Measurement Unit(관성 측정 장치)
[4] 좌우로 회전하는 것
[5] 앞으로 쏠릴 때 기울어지는 방향
[6] Z축 뱡항으로 회전하는 것

by 문형필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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