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안 받고 국립대 합격했죠…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여긴 도서관, 저긴 원어민 선생님께 수업 받는 교실이에요. 저 건물은 기숙사고요.” 종종거리며 모교(전남외국어고) 여기저기를 소개하는 배찬미(20)씨의 미소가 환했다. 찬미씨는 사교육 한 번 안 받고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한 데 이어 고교 졸업과 동시에 올 초 대학교(국립공주대 영어교육과) 합격증까지 받아 든 주인공. 그 비결이 궁금해 삼성전자 뉴스룸이 그와의 데이트를 신청했다.
막연했던 교사의 꿈,‘대학생 언니∙오빠’ 덕에 하나둘 구체화
중학교(광주 하남중) 1학년 생활이 끝나갈 무렵, 찬미씨는 담임 교사의 권유로 삼성드림클래스(이하 ‘드림클래스’)의 문을 두드렸다. 드림클래스는 사교육 받을 여건이 안 되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생 강사가 주 4회 방과 후 학습(영어∙수학)을 무료로 지원하는 프로그램. ‘좋아하는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신청했지만 막상 첫 수업은 낯설기만 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난생처음 보는 대학생 선생님과 마주하니 쑥스럽더라고요. 언니∙오빠 같은 분을 ‘선생님’으로 부르는 것도 어색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요.”
이후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2년여, 찬미씨는 줄곧 드림클래스와 함께했다. 어릴 적 막연히 품었던 교사의 꿈이 구체화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교사가 되려면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무슨 과목을 가르치는 게 좋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막막했는데 드림클래스 선생님이 든든한 멘토가 돼줬어요. 학업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학교 생활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진로 상담까지 도맡아준 선생님들의 열정 덕분에 진로를 명확히 정할 수 있었죠.”
그가 특히 고마워하는 건 당시 영어 강사였던 임지상씨다. “본인 공부하기도 바쁘셨을 텐데 늘 저희의 부족한 점을 일일이 확인해 다음 수업을 준비해 오셨어요. 영어를 싫어하던 친구들이 선생님을 만난 후 영어 공부에 재미 붙이는 걸 보고 ‘나도 나중에 이런 교사가 돼야지!’ 생각했죠. 전공 과목을 영어로 정한 것도 그때였고요.” 꿈이 ‘영어 교사’로 구체화되면서 다음 목표는 자연스레 ‘외고 진학’으로 정해졌다. 다행히 드림클래스에 참여하며 성적이 오른 덕에 무리 없이 전남외고 영어과에 합격했다. 고교 학비 역시 드림클래스가 지원했다. (드림클래스는 수료생 중 학교장 추천을 받은 모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학업 의지가 강한 학생이 경제적 문제 때문에 학업을 잇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드림클래스 강사들은 찬미씨가 고교에 진학하기 직전까지 그를 살뜰히 챙겼다. 영어에 비해 수학에 흥미가 적었던 그를 위해 당시 수학 강사 김설규씨는 직접 만든 문제집을 건네기도 했다. “(드림클래스) 수업 후 수학 선생님이 절 따로 부르시더니 (문제집을) 주시더라고요. ‘고등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게 될 친구 대부분이 영어를 잘할 테니 더더욱 수학 실력을 다지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친오빠처럼 챙겨주셨죠. 나중에 그걸 풀면서 선생님 마음이 느껴져 찡했습니다.” 지상씨와의 관계도 끈끈하게 이어졌다. 그는 찬미씨가 고교 모의고사 문제를 미리 풀어볼 수 있도록 자료를 구해줬다. 지난해엔 대학 입시 관련 정보와 대학 생활에 필요한 ‘꿀팁’을 귀띔해주기도 했다.
개념 정리도 문제 풀이도 스스로… 2년간 ‘공부 맷집’ 체득
지난해 교육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0.5%. 고소득 집단일수록 수치가 높았다. 경제 격차가 교육 분야에까지 고스란히 적용,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재학생에 이르면 이 같은 양상은 더 심화된다. 2012년 드림클래스가 출범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만이 공정한 출발(fair start)의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 배경을 둔 프로그램이기 때문. 실제로 지난 5년여간 드림클래스를 거쳐간 중학생 수는 약 6만5000명. 드림클래스가 배출한 대학생 강사 수도 1만8000명에 이른다.
찬미씨가 스스로 꼽는 ‘사교육 없이 대학에 합격한 비결’은 자기주도학습법. 말 그대로 학습자가 알아서 자신의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방식이다. 드림클래스의 궁극적 목표 역시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법을 체득시키는 데 있다. 그래야 고교 진학 후에도 꾸준히 공부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림클래스 수업은 선생님이 개념을 설명하면 학생 스스로 문제를 푸는 식으로 진행돼요. 일단 선생님이 설명해준 개념을 적용해 문제를 풀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면 다시 선생님께 질문 드렸죠. 선생님이 다른 친구의 문제 풀이를 도울 땐 혼자서 개념을 정리하는 틈틈이 헷갈리는 문제를 확실히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 풀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덕분에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늘어난 학습량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학생에서 강사로… “하루 60분 공부의 힘, 믿으세요”
어느덧 어엿한 대학생으로 성장한 찬미씨는 요즘 더없이 행복하다. 좋아하는 영어를 맘껏 공부할 수 있는 건 물론, 교사의 꿈에도 성큼 다가섰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것들을 후배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서” 드림클래스 멘토 활동에도 열심이다. 때마침 찬미씨는 삼성전자 뉴스룸과의 인터뷰가 있던 날, 모교인 전남외고에서 올해 이 학교 1학년이 된 ‘드림클래스 후배’ 송주향(17)양을 만났다. 주향양에게 그가 건넨 조언은 “꿈은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한다”는 것. 막연한 꿈 앞에서 방황하던 ‘중학생 찬미’에게 드림클래스 강사가 들려줬던 얘기였다. “내년엔 드림클래스 강사에도 도전해보려고요. 제가 거쳐온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되면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돼주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날 즈음, 그는 “드림클래스에 이미 참여하고 있거나 앞으로 참여할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처음 드림클래스 수업을 들을 땐 ‘하루 한 시간 남짓 남아서 공부한다고 뭐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모든 과정을 끝내고 보니 엄청나게 큰 집이 완성돼 있었죠. 돌이켜 보면 열심히 들었던 수업 하나하나가 모두 그 집을 완성해가는 과정이었어요.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시간이 없었다면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저만의 집은 탄생할 수 없었겠죠. 후배 여러분도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매 순간,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신 김민우 삼성복지재단 드림클래스사무국 책임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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