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혁명에 제조 혁신을… 기술 격차 벌리는 삼성 양자점 TV [리얼 퀀텀닷 인터뷰②]
“삼성 QLED가 없었다면 양자점의 노벨 화학상 수상이 쉽지 않았을 수도”
– 현택환 서울대학교 석좌교수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은 현존하는 물질 중 사물의 색깔을 실제와 가장 가깝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10년간 디스플레이 혁신의 중심이었다. 삼성전자는 2015년 SUHD TV를 선보이며 퀀텀닷 상용화의 포문을 열었다. 퀀텀닷 합성에 중금속인 카드뮴을 활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 최초로 무(無)카드뮴 소재를 활용, 상용화까지 성공한 것.
학계 역시 이점에 주목했다. 무카드뮴 퀀텀닷 TV 상용화는 양자점 연구 개발에 있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2023년 노벨 화학상 수상의 결정적 단초가 됐다. 어떻게 업계가 학계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까?
[리얼 퀀텀닷 인터뷰] 2편에서는 퀀텀닷의 개념과 디스플레이 적용 방법에 대해 살펴본 1편에 이어 업계의 양자점 혁신을 선도해 온 삼성전자가 소재혁신으로 학계에도 기여한 바를 살펴본다.

▲ 인터뷰이 소개 – 서울대학교 현택환 교수, KAIST 이도창 교수, 삼성전자 선행디스플레이랩 손상현 랩장
노벨상 수상자들이 내다본 ‘보이지 않는 나노미터 세계’가 눈앞의 기술로
“삼성이 인듐 포스파이드로 퀀텀닷 TV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현택환 교수
퀀텀닷은 1980년대에 알렉세이 에키모프(Alexey Ekimov)※ 전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대표와 루이스 브루스(Louis E. Brus)※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가 ‘양자 제한 효과’와 크기에 따른 양자점의 광학적 특성에 대한 논문들을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 알렉세이 에키모프(Alexey Ekimov), 루이스 브루스(Louis E. Brus),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 교수는 퀀텀닷의 발견과 합성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퀀텀닷이 본격적으로 산업의 영역에 들어온 건 1993년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실제 양자점 합성법을 찾으면서부터다. 여기에 현택환 서울대학교 교수가 2001년 크기 분리 과정 없이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드는 ‘승온법(Heat-up process)’을 창안, 2004년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법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발표하면서 산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됐다.

▲ 현택환 교수는 삼성전자가 인듐 포스파이드로 퀀텀닷 TV를 만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상용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당시 퀀텀닷은 유럽연합(EU)의 ‘특정 유해 물질 사용 금지 지침(RoHS)’에서 금지 물질로 규정될 정도로 인체 유해성이 입증된 ‘카드뮴(Cd)’을 핵심 재료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현 교수는 “현재 제대로 된 퀀텀닷을 만들 수 있는 소재는 카드뮴 셀레나이드(CdSe)와 인듐 포스파이드(InP)가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퀀텀닷 소재인 카드뮴 셀레나이드(CdSe)는 2족과 6족 원소 결합인 반면 인듐 포스파이드(InP)는 3족과 5족의 결합”이라며 “양자점을 합성할 때 2족과 6족 결합은 비교적 쉽지만 3족과 5족은 화학적으로 굉장히 까다롭다”고 말했다.

▲ 이온결합을 이루는 카드뮴 기반 퀀텀닷과 공유결합 형태의 인듐 기반 퀀텀닷 원자 비교
최외각 전자가 2개인 카드뮴은 6개인 셀레늄(Se), 황(S), 텔루륨(Te) 등과 강력한 이온결합* 형태로 안정적인 반도체를 형성한다. 이런 이른바 ‘2∙6 반도체’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고품질의 나노결정을 쉽게 합성할 수 있어 연구용으로 많이 쓰였다. 때문에 퀀텀닷 합성에 카드뮴을 활용하는 것은 학계의 오랜 ‘정설’로 여겨졌다.
*이온결합: 전자를 주고 받아 전기적 인력으로 결합하는 방식
반면 카드뮴의 대체재로 사용된 인듐(In)은 최외각 전자가 3개로 최외각 전자가 5개인 인(P) 등과 공유결합*을 이룬다. 공유결합은 이온결합에 비해 불안정하고, 또 결합 방향성이 뚜렷해 나노결정을 합성할 때 결함이 발생하기 쉽다. 때문에 연구 목적으로도 양산 목적으로도 사용이 쉽지 않은 소재였다.
*공유결합: 두 원자가 전자를 공유하여 결합하는 방식
이 교수는 “인듐 포스파이드(InP) 소재로는 높은 퀀텀닷 결정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며,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품질을 확보하려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합성 공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無)카드뮴으로 학계마저 놀라게 한 ‘삼성 퀀텀닷 TV’의 등장
“인체에 유해하다면 협상의 여지없어…제품화 불가능해”
– 손상현 삼성전자 선행디스플레이랩장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손상현 랩장은 “퀀텀닷 소재 활용을 위해 2001년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나 인체에 유해한 카드뮴을 활용해 제품을 상용화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치적으로는 전자제품에서 카드뮴을 100ppm 이하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에서는 제로, 즉 무(無)카드뮴 개발을 전략으로 삼았다”고 회상했다.

▲ 카드뮴의 유해성에 무(無)카드뮴 개발을 전략으로 삼았다는 손상현 랩장
‘안전에는 무타협’ 원칙을 고수해온 삼성의 오랜 뚝심은 2014년 카드뮴이 없는 나노 크리스털 소재 구현에 성공하며 빛을 발했다. 삼성은 인듐 포스파이드(InP) 나노 입자를 산소와 빛 등 외부 요인들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최상의 화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3중 보호막 기술을 개발해 소재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듬해에는 이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무(無)카드뮴 퀀텀닷 기반의 ‘SUHD TV’를 공개하며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지각 변동을 알렸다. 2000년대 초부터 오랜 연구를 지속해 온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손 랩장은 “인듐 포스파이드 퀀텀닷은 카드뮴을 포함한 퀀텀닷과 달리 불안정하여 합성이 까다롭기 때문에 카드뮴 퀀텀닷 대비 80% 정도의 성능밖에 내지 못했다”며 “그러나 삼성종합기술원(SAIT)의 치열한 개발 과정 덕분에 성능을 100%까지 끌어올렸고 이를 1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성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퀀텀닷 구성요소
퀀텀닷은 발광이 일어나는 ‘코어(Core)’ 부분과 코어를 보호하고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쉘(Shell)’ 그리고 쉘 바깥쪽 산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분자 코팅층 ‘리간드(Ligand)’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퀀텀닷 기술의 골자인데, 곧 소재 확보, 합성, 양산에 이르기까지 특허투성이인 핵심 산업기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코어와 쉘, 리간드 중 어느 하나도 소홀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며,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인듐 포스파이드 합성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현 교수도 “기술 개발도 물론 어렵지만 제품화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지속해서 선명한 색을 내는 등 상당한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며 “삼성전자에서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고 제품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놀랐다”고 밝혔다.
퀀텀닷 초격차 행보 이어가는 삼성전자, 업계 선도하고 학계에도 기여
“학계의 연구 동향을 보면 삼성 퀀텀닷 TV가 나오기 전과 후로 연구 관심도가 크게 달라졌다”
– 이도창 KAIST 교수
퀀텀닷의 광특성은 태양전지, 의료, 양자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활발히 연구되어 대중화된 분야는 단연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는 퀀텀닷 TV의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선도해왔다.
2001년부터 퀀텀닷 기술 개발에 착수한 삼성은 2015년 세계 최초 친환경 무(無)카드뮴 TV인 ‘SUHD TV’를 선보였고, 2017년에는 ‘삼성 QLED’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TV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 2022년에는 OLED 구조에 퀀텀닷을 접목한 ‘QD-OLED’를 선보이며 기술 진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역시 세계 최초다.

▲ LCD, QLED, QD-OLED 구조도
QD-OLED는 OLED가 지닌 자발광 구조에 퀀텀닷을 적용한 기술이다. 빠른 응답속도는 물론 높은 명암비로 더욱 깊고 섬세한 블랙 표현이 강점이다. 삼성 ‘QD-OLED’는 2023년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학회인 정보디스플레이학회(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 SID)로부터 ‘올해의 디스플레이’상을 수상하며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손 랩장은 “삼성은 인듐 포스파이드(InP) 기반 퀀텀닷 TV로 시장을 선도했을 뿐 아니라, OLED에도 퀀텀닷을 적용하고 상용화까지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라며 “퀀텀닷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기술 격차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삼성 퀀텀닷 TV 상용화로 학계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이도창 교수
이 교수는 “학계의 연구 동향을 보면 삼성 퀀텀닷 TV가 나오기 전과 후로 연구 관심도가 크게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퀀텀닷 TV 출시 이후로 소재 자체보다는 응용에 관한 논의가 주로 진행됐는데 디스플레이 접목을 통해 기술 활용의 가능성을 엿본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광촉매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퀀텀닷을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디스플레이에 비해서는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현 교수는 삼성전자의 퀀텀닷 TV 상용화 노력이 있었기에 모운지 바웬디 교수와 루이스 브루스 교수, 알렉세이 에키모프 대표의 노벨상 수상이 가능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노벨상은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상용화로 인류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며 “삼성 QLED는 나노 기술의 가장 중요한 산물로, 제품화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양자점의 노벨상 수상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퀀텀닷 리더 삼성이 선도하는 디스플레이의 미래
삼성전자가 QLED TV를 시장에 선보인 이후 퀀텀닷 학계는 물론 기술 분야 역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들이 그리는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손 랩장은 “미래 기술로는 자발광 퀀텀닷을 검토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퀀텀닷이 외부 빛을 통해 적, 녹색을 표현했다면, 향후에는 전기 에너지 주입으로 퀀텀닷으로부터 삼원색을 얻는 ‘전계 발광’에 기반해 스스로 빛을 내는 양자점을 개발하고자 한다. 청색 퀀텀닷도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향후 디스플레이의 대전환을 내다봤다. 그는 “전계 발광 소재를 통해 소자의 크기가 줄어들면 가상 현실, 증강 현실이 요구하는 고해상도, 고효율, 고휘도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고 말했다.
좋은 디스플레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손 랩장은 “시청자들이 디스플레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이라며 “디스플레이가 아닌 실제를 보는 것과 같은 시청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선두 주자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발전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 영상: 월클 전문가가 알려주는 “나노 과학의 결정적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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