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3부작] 나눔이 자라는 마을_② 스타 건축가 류춘수, 나눔을 설계하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 날 가슴속으로 둥둥 울려온 북소리에 이끌려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3년간의 여행은 그에게 삶의 여유를 내주었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저서 ‘먼 북소리’(문학사상사)에서 여행을 통해 돌아본 자신의 삶과 문학을 담담히 이야기 하는데요.
여기,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이 먼 북소리를 듣고 떠난 건축가가 있습니다. 바로 류춘수 건축가입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서울월드컵경기장부터 서울리츠칼튼호텔, 88올림픽체조경기장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건축물들을 설계해왔는데요.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류춘수 건축가가 지난 2013년 10월 베트남으로 떠났습니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나눔빌리지의 복합커뮤니티센터 설계를 맡았기 때문인데요. 소위 ‘잘 나가는 건축가’가 베트남 투이화 마을로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건축가는 사람의 행위를 다루는 사람”
류춘수 건축가는 ‘베트남 투이화 마을 주민을 위한 건물을 지어 달라’는 삼성전자의 제안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습니다. 그리곤 곧장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요.
▲복합커뮤니티센터 설계에 대한 투이화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류춘수 건축가(오른쪽에서 세 번째)
그에게 나눔빌리지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합니다.
“건축가는 사람의 행위를 다루는 직업입니다. 건축물이 모여 마을이 생기고 도시가 생기죠. 사람들이 가는 곳을 만든다는 건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일이잖아요. 건축가가 사람이 사는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 나눔빌리지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이어 류춘수 건축가는 “건물은 결국 사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아야 하지만,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내용도 함께 담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현재의 요구와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기 위해 그는 베트남 투이화 마을 곳곳을 직접 발로 뛰었습니다. 땅의 조건을 확인하고, 마을 분위기를 살펴보고,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을 관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작은 수첩 위에 그려진 베트남 투이화 마을의 ‘내일’
▲복합커뮤니티센터가 건설될 부지 앞에서 학생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눈 류춘수 건축가(왼쪽에서 두 번째)
투이화 마을 주민들은 한국에서 온 건축가를 보자 자신들이 원하는 복합커뮤니티센터의 모습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체육시설이 있어서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마을 주민들이 행사를 하거나 회의를 하는 공간 등 모임 공간이 필요합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우선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마을 주민들의 요구를 종합해보면 ‘복합커뮤니티센터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건물이 아니라, 마을의 다양한 생활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습니다. 건축가에게 결코 쉬운 요구는 아니었는데요. 한정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처음 생기는 건물에 거는 마을 주민의 기대는 류춘수 건축가에게 부담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류춘수 건축가는 몇 시간째 계속되는 마을 주민의 일방적인 요구를 담담히 듣기만 했는데요. 그는 말 대신 조용히 펜을 들었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안쪽 주머니에 있던 작은 수첩을 꺼내 그 자리에서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스케치에는 건물 설계에 필요한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스케치 하나에서 건축가의 경험과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죠.
▲류춘수 건축가가 그린 베트남 나눔빌리지 복합커뮤니티센터 조감도
건축 콘셉트를 보여주는 기본 설계가 완성되고, 베트남의 법체계와 허가 과정을 거쳐, 드디어 지난 10월 9일(현지 시각)에 복합커뮤니티센터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이는 베트남 정부와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나눔빌리지를 짓는다’는 협약을 체결한 지 1년여 만인데요. 베트남 투이화 마을 주민들은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착공식을 함께 축하했습니다.
▲류춘수 건축가가 그린 인도 나눔빌리지 커뮤니티센터 조감도
베트남 투이화 마을과 함께 류춘수 건축가는 인도 베이드푸라 마을을 위한 커뮤니티도 설계했는데요. 때마침 인도 베이드푸라 마을 커뮤니티센터도 착공에 들어갔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몸을 낮춰 마을 주민들에 귀 기울이다
세상 어느 건축가가 자존심과 욕심이 없을까요? 특히 40년 동안 건축 한 우물을 파온 건축가라면요?
류춘수 건축가는 화려한 경력과 전문성을 앞세우기 보다 자신을 굽힐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복합커뮤니티센터 설계도는 완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수십 번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마을 회의를 거듭하면서 류춘수 건축가가 설계한 날렵한 듯 유선형의 아름다운 건축물은 다소 투박한 형태로 모양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건축 전문가 입장에서 다소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이기도 했죠. 이에 류춘수 건축가는 “건물은 현지 주민을 위해 짓는 건물인데, 내가 어떻게 고집을 부릴 수 있느냐?”며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짓습니다.
“사람들의 삶을 투영할 수 있는 건축물을 짓고 싶다”는 류춘수 건축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할 베트남과 인도 나눔빌리지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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