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서 연출한 ‘가짜 아동학대 의심 상황’, 사람들의 반응은?
요즘 주변에서 심심찮게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요. 국내 아동학대 발견율이 1000건당 1.1건에 불과하단 사실, 아시나요? 그 자체론 말할 것도 없고 외국 사례와 비교해봐도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사람들은 왜 아동학대 사례를 발견하고도 신고를 망설이는 걸까요?
“분명 아동학대 사례인데…” 신고 주저하는 사람들
여기, 흥미로운 실험 하나가 진행됐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신고율 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죠. 어린이 연기자의 옷에 카메라를 부착한 후 아동학대 상황을 연출했는데요. 유관기관엔 사전 협조를 요청, 공무에 지장이 없도록 했습니다. 또 연기해준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자가 동행한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누가 봐도 명백히 학대 상황에 놓인 아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발견했을까요? 그중 몇 명이나 신고에 나섰을까요?
▲실험은 지하철역과 공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진행됐습니다
실험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아이의 모습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하철역에서 학대를 목격한 사람은 총 213명. 하지만 접수된 신고 건수는 단 두 건이었습니다. 공원에서 학대를 목격한 178명 중 신고자는 한 명도 없었죠.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시민은 직접 학대 상황에 개입, 가해자의 행동을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신고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는데요. 실험 직후 해당 시민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대답은 다양했습니다. “학대인지 훈육인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가해자에게 보복이나 해코지 당할까 봐 두려웠다” “공연히 불편한 일에 얽매이는 게 부담스러웠다”…. 다들 사태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신고’란 적극적 행위에 이르기까진 꽤 많은 장벽이 있단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동학대 의심신고, 쉽고 편리하게 할 방법 없을까?
‘아이스트(Ist)’는 지난해 삼성투모로우솔루션 공모전에서 ‘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수상한 팀입니다. 팀명은 ‘아이(I)를 먼저(First) 생각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죠. 실제로 이들은 오랫동안 아동학대 문제에 깊은 관심을 지속해왔습니다.
삼성투모로우솔루션 대상 수상 이후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아동학대 근절 방안은 ‘신고율 높이기’였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단 사실에 착안, “아동학대 신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죠. 최근 출시된 ‘아이지킴콜112’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홍창표<위 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사례 증가 추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문화적으로 잘못 정립된 훈육의 정의에 그 원인이 있다”며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과 예방이 절실한 만큼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솔루션의 등장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스트 팀원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업했습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받은 아동을 발견하고 보호∙치료∙처리 등을 지원하는 아동학대 예방 담당 기관입니다.
김예은<위 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간사는 앱에 탑재된 ‘아동학대 점검하기’ 목록 제작을 도왔는데요. 그는 “앱을 사용할 때 신고를 망설이게 하는 장벽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앱 사용자 성향을 분석, 그에 따른 사용자경험(UX, User eXperience)을 강화하는 작업은 윤지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UX디자인팀 선임이 ‘임직원 멘토’ 자격으로 함께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율을 높이려면 신고자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의료진과 교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솔루션의 방향을 정립했다”고 말했습니다.
‘학대 징후 체크리스트’ ‘문자∙익명신고’ 기능 등 탑재
사전 인터뷰 당시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접하고도 신고를 망설인 이들은 하나같이 “훈육인지 체벌인지 헷갈리더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아이스트 팀은 앱에 아동학대 징후 체크리스트를 탑재했습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유형별 학대 징후를 점검할 수 있도록 했죠.
아동학대 신고 절차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문자신고’ 기능도 탑재됐습니다. 목격한 학대 의심상황을 앱이 제공하는 가이드에 따라 문자 메시지로 신고하면 관할지역 경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가 함께 출동하게 됩니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익명신고’ 기능도 추가됐습니다.
▲아이지킴콜 112를 제작한 아이스트 팀원들. (왼쪽부터)이연화(동국대 광고홍보학과 4년)씨, 고재은(성신여대 독어독문학과 3년)씨, 김성민 팀장, 이지선(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3년)씨
김성민(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아이스트 팀장은 “아동학대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언제 더이서 마주칠지 모르는 아동학대 의심 상황에 대비해 아이지킴콜112 앱을 미리 다운로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아동학대는 더 이상 가정 내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지킴콜112와 함께하는 아동학대 근절, 지금 여러분부터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앞서 소개해드린 실험 영상과 아이지킴콜112의 탄생 과정이 담긴 영상 ‘신고하지 않는 사람들’도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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