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애쓴 릴루미노 모드, ‘모두를 위한 TV’로 한걸음 가까이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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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CES 2023’에서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은 기술이 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눈에 세상을 비추는 신기술, 2023년형 네오 QLED TV의 ‘릴루미노(Relumino) 모드’다.

처음 공개된 2017년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릴루미노. TV 기술로의 개발 과정과 임상 시험에 숨겨진 비하인드까지, 뉴스룸이 삼성서울병원 안과 박경아 교수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박재성 프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삼성전자 박재성 프로, 삼성서울병원 박경아 교수가 소개하는 삼성 TV ‘릴루미노 모드’ 개발 과정

 

누구나 자연스럽게 TV를 ‘시청’하는 세상

‘릴루미노 모드’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TV의 이미지를 더 잘 인지할 수 있도록 명암, 색, 선명도 등 화질 요소를 더 강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빛을 다시 돌려주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왔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C-Lab(Creative Lab)’의 프로젝트로 시작되어 안경 타입의 웨어러블 기기인 ‘릴루미노 글래스’와 스마트폰 영상처리 소프트웨어인 ‘릴루미노 앱’이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CES를 통해 처음 공개된 후 본격적인 개발을 거쳐 올해부터 TV에 ‘릴루미노 모드’로 탑재됐다.

안경 타입 웨어러블 기기 ‘<a href="https://bit.ly/3KZ9cmh">릴루미노의 글래스</a>’(좌)와 삼성 TV ‘릴루미노 모드’(우)

▲ 안경 타입 웨어러블 기기 ‘릴루미노의 글래스’(좌)와 삼성 TV ‘릴루미노 모드’(우)

삼성전자가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TV 시청 경험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일까? 삼성서울병원 박경아 교수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경우, 여가 시간에 TV를 이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릴루미노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집 안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TV 시청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이를 위해 제조사가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박재성 프로는 “삼성전자의 접근성 기능 연구와 개발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박재성 프로는 “삼성전자의 접근성 기능 연구와 개발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상품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박재성 프로도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스크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크린으로 TV 개념을 확장 중”이라며, “저시력 시각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TV를 ‘시청’하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전했다.

 

사용자의 시각에서 고민한 끝에 완성한 혁신

릴루미노 모드를 개발해 TV에 적용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2년간의 선행 연구가 이뤄졌다. AI 기술을 어떻게 접목시킬지, 어떤 화질 처리가 필요한지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시도했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실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저시력 장애인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박재성 프로는 “기획 초기 당시, 처음 만난 시각장애인분께 ‘여기 앉으세요’라고 했는데, 그분이 ‘여기가 어디죠?’라고 하신 말씀에 머리를 무엇인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잠시 멍했다”며, “단순히 기술을 제공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저시력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실효성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릴루미노 개발팀은 필름으로 시야를 뿌옇게 처리하는 체험 안경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 저시력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실효성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릴루미노 개발팀은 필름으로 시야를 뿌옇게 처리하는 체험 안경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이후 개발팀은 직접 실사용자의 시각을 경험해 보기 위해 체험 안경을 구입했다. 저시력 체험 안경은 저시력 장애인의 시야를 체험할 수 있는 특수 안경이다. 개발팀은 체험 안경을 착용하며 거리에 따른 형체 인식의 차이를 확인하고 기술 개발을 이어나갔다.

 

유효성 검증은 물론 호감도 평가로 ‘최적의 설정’ 완료

박경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뜻깊은 주제로 최종 개발 단계에 이르는 연구에 참여해 결과를 낼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경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뜻깊은 주제로 최종 개발 단계에 이르는 연구에 참여해 결과를 낼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릴루미노의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 임상 시험도 진행됐다. 하지만 연구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박경아 교수는 “일반인 대상 연구는 참여할 게 없는지 먼저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고 모집이 쉽다”며, “하지만, 릴루미노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저시력자 기준보다 더 낮은 시력을 가진 시각장애인을 대상자로 한정해 임상 시험을 진행하다 보니 모집부터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희망은 있었다. 박경아 교수는 “그에 못지않게 먼 길을 마다 않고 오셔서 임상 연구에 흔쾌히 참여하고 새로운 연구결과나 제품이 나왔는지 관심 주신 분들의 도움으로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덕분에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67명의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두 단계에 거쳐 임상 시험이 진행됐다. 먼저 일정한 조도의 방에서 1m 거리에 4대의 55인치 삼성 QLED TV를 설치하고 일상 사진과 동영상 2개를 포함한 총 10개의 이미지를 시청하게 했다.

TV 4대 중 한 대는 대조 영상을, 나머지 3대는 강, 중, 약의 효과를 넣어 무작위로 구성했다. 임상 참여자들은 TV 4대에 대한 호감도를 0점에서 10점으로 평가했다. 대비 감도 검사를 통해 실제 대비 감도 차이가 나는지 추가 검사도 진행했다.

이후 두 번째 연구에서는 대조 영상을 제외했다. 첫 연구 결과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미세하게 조정한 영상을 4대의 TV에서 상영한 후 화면 호감도 평가를 진행했다.

명암, 색, 선명도 등 화질 요소를 더 강하게 표현해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TV 속 객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릴루미노 모드를 ‘저시력 체험 안경’을 통해 본 장면 연출

▲명암, 색, 선명도 등 화질 요소를 더 강하게 표현해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TV 속 객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릴루미노 모드를 ‘저시력 체험 안경’을 통해 본 장면 연출

현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임상 시험 참가자 중 한 명은 “시력을 잃어가면서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릴루미노 모드로 보니 축구공이 잘 보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경아 교수는 “점수를 매기도록 한 방법으로는 주관적인 효과를 검증하고, 대비 감도 검사를 이용해서는 객관적인 효과를 입증하면서 TV 속 이미지가 잘 보이는 최적의 설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좌측부터 삼성서울병원 안과 박경아 교수,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박재성 프로

▲ 좌측부터 삼성서울병원 안과 박경아 교수,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박재성 프로

 

‘기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 모두가 즐기는 TV를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 더욱 본격적으로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 편리하게 TV를 사용하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 기술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해 왔다. 각 사업부에 구성된 접근성 협의체는 ‘모두를 위한 TV’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지가 담겨있다.

박재성 프로는 “저시력 장애인들에게 개인 맞춤형 화질을 제공하고 모든 사용자들이 편안하게 TV를 즐길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경아 교수도 “시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 중간 지대의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제품 개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삼성 TV를 시작으로 학습을 위한 디스플레이에도 릴루미노가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계속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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