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크리스마스 대표 간식’ 민스파이,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만드는 법
지난 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모처에 제빵사와 파티시에(patissier, 과자 굽는 사람)가 모여들었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노트에 뭔가를 적어 넣는 이들은 지금 ‘완벽한 민스파이(mince pie)’를 만들기 위한 방정식 도출에 한창인데요. 말린 과일과 다진 고기 등을 넣어 만든 민스파이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영국인이 즐겨 먹는 ‘국민 간식’ 중 하납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불붙곤 하는 민스파이 논쟁. 그래봐야 “민스파이에 페이스트리를 얼마나 넣어야 할까?” 따위 논쟁이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여느 수학자 연구 모임 못잖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케케묵은 논쟁을 완전히 끝낼 방정식 하나가 등장합니다. 그 주인공은 열정으로 똘똘 뭉친 한 여성 요리사입니다.
세상 모든 일에 수학이 있다… 심지어 요리에도!
삼성전자 영국법인은 런던과학박물관 내에 곧 개장할 ‘매스매틱스: 윈턴갤러리(Mathematics: The Winton Gallery)’(이하 ‘윈턴갤러리’)와 특별한 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수학이 세계를 구성해온 방식’을 주제로 보다 많은 이와 소통하기 위해 시작됐는데요. 삼성전자 영국법인은 이번 협업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요리사 겸 수학자인 유지니아 쳉(Eugenia Cheng) 박사에게 ‘수학적으로 완벽한 민스파이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국 시카고예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 출강 중인 쳉 박사는 부엌 일에 수학을 접목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파이 굽는 법(How to Bake Pi: An Edible Exploration of the Mathematics of Mathematics)’의 저자이기도 하죠. 평소 “요리는 수학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도구”라고 말하는 그는 정말 완벽한 민스파이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파이 크기와 페이스트리 비율, ‘최적 수치’ 찾아라
수학적으로 완벽한 민스파이를 만들려면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속을 꽉 채우기에 적당한 파이 크기 계산법’이 하나, ‘속과 페이스트리(pastry) 간 적정 비율 계산법’이 다른 하나죠. 쳉 박사는 일반적인 민스파이의 부피를 계산하기 위해 큰 원 모양, 그리고 그보다 약간 작은 원 모양의 페이스트리를 이용해 파이를 나눴습니다. 큰 원형 페이스트리는 ‘R’로 나타내며 민스파이의 아래 부분을 차지합니다. ‘r’로 표시된 작은 원형 페이스트리는 파이 윗부분을 덮는 뚜껑 역할을 하게 됩니다.
파이의 부피를 최대로 늘릴 방법은 미적분을 활용, 계산했습니다. R과 r 간 정확한 비율을 알아내 페이스트리 속을 최대로 채워 넣기 위한 건데요. 그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세 번째 방정식은 페이스트리 부피를 계산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두 원형 페이스트리의 면적에 페이스트리의 두께, 즉 ‘T’를 곱합니다.
마지막으로 페이스트리와 페이스트리 속 간 비율을 계산하기 위해 쳉 박사는 파이 전체 부피를 페이스트리 부피로 나눴는데요. 이렇게 해서 완성된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 공식은 비율에 근거해 도출한 방정식입니다. 따라서 페이스트리 케이스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크기의 민스파이에 적용할 수 있죠. 이 식을 활용하면 파이 속을 최대한 가득 채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어때요, 수학이 요리 방식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니 정말 흥미롭죠?
수학, 유용한 건 알지만 어렵다… 인식 바꾸려면?
인류는 농경을 시작하며 달력을 만들고 더 정확한 측량을 위해 수학을 발달시켜왔습니다. 고대 인도는 방정식과 삼각함수, 그리고 ‘0’을 발견하며 무한히 큰 수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헬레니즘 시대 수학자들은 증명을 통해 수학의 깊이를 한 단계 끌어올렸죠. 이 같은 수학적 증명을 통해 현대 수학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건 물론, 우주의 비밀을 쫓는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는데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수학은 ‘대중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어려운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수학, 정말 ‘어렵기만 하고 일상 생활엔 별 쓸모가 없는’ 학문일까요?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자체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국 어린이(8세~15세) 중 “수학은 재밌는 과목”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4%에 불과했습니다. 43%는 수학에 대해 “어렵지만 더 잘하고 싶다”고 답했죠.
‘수학을 더 잘하고 싶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 57%는 “(수학이) 유용한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는데요. 결국 “어렵지만 유용하다”는 믿음이 수학을 더 잘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성인이 된 후 일상 생활에 필요한 기술’로 ‘수학’(76%)을 ‘요리’(78%) 다음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요리를 수학에 접목시키는 실험에 나서게 됐죠.
수학의 ‘매력적 어려움’ 만끽할 수 있는 공간 탄생
삼성전자 영국법인과 윈턴갤러리는 민스파이 프로젝트에서처럼 사람들이 수학을 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윈턴갤러리 곳곳에서 이 같은 노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윈턴갤러리 측은 소장 유물을 디지털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방문객이 유물을 다양한 형태로 체험할 수 있도록 △3D 스캐닝 △고해상도 회전 사진 △컴포넌트 사진 등 다수의 혁신적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윌리엄 톰슨의 ‘조석 예측기’. 런던과학박물관의 주요 전시물 중 하나입니다
360도 회전 사진 기술이 활용된 소장품으론 △3링 이니그마 머신(Three Ring Enigma Machine)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의 조석 예측기(Tide Predicting Machine) 등이 있습니다. △17세기 이슬람 양식의 아스트롤라베(astrolabe∙천체관측기구) 역시 컴포넌트 사진 기술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갤러리 한가운데엔 윈턴갤러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실험 비행기가 전시돼 있습니다. 영국 항공기 제조사 핸들리 페이지(Handley Page Aircraft Company)가 1929년 만든 걸작이죠. 방문객은 이 비행기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프로토타입 가상현실(VR)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윈턴갤러리 방문객은 삼성 기어 VR을 활용, 비행기 이륙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행기 설계에 고려된 수학적 원리도 익히게 됩니다
다채로운 디지털 자산을 소장하고 있는 런던과학박물관은 조만간 열릴 디지털 랩 핵데이(hack days)[i]를 앞두고 여러 그룹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지도와 타임라인, 데이터 시각화(digital visualizations)와 같은 실험적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다양한 대안을 도출, 방문객이 쉽게 소장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존 스택(John Stack) 런던과학박물관 디지털 디렉터는 “디지털 기술, 그리고 박물관 방문객의 디지털 기술 활용도는 점점 빠른 속도로 진화할 것"이라며 "우리 박물관이 디지털의 잠재력을 활용, 보다 많은 방문객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단 사실은 무척 중요하고도 의미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영국법인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한 윈턴갤러리는 방문객 누구나 일상 속 수학을 거부감 없이 체험하고, 그 과정에서 수학 특유의 ‘매력적 어려움’이 지니는 재미를 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랩 핵데이와 관련,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내년 초 공개될 예정인데요. 관심 있는 분은 런던과학박물관 홈페이지를 방문하셔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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