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찍고 국내 상륙한 ‘더 프레임’, 인사동에서 만나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예술은 고상하고, 비싸다. 그래서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다.”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말한다. “왜 청바지를 입고, 팝콘을 먹으면서 오페라를 보면 안 되지?” 6월 23일, 인사동에서 새로운 개념의 현대미술 축제 ‘유니온 아트페어 2017’의 막이 올랐다. 아름답지만, 예스러운 인사동 한 쪽이 홍대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처럼 바뀌고, 클럽과 갤러리가 한 곳에 공존하는 듯한 현장이 펼쳐졌다. 이 독특한 축제의 열기 속에 ‘더 프레임’ 있었다. 그렇지만 축제를 즐기는 사람 그 누구도 TV를 보지는 않았다. 아니, 보지 못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예술과 나의 연결고리, 젊은 작가들의 미술 장터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유니온 아트페어는 작가들이 직접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 판매까지 진행한다. 166명의 작가가 작업한 1,000여 개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누구든 원하는 그림을 작가와 직거래할 수 있다. 전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국내 많은 작가의 전시회를 모두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작가와 작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이번 축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사람들은 티켓팅을 위해 상당히 긴 줄을 서서 기다렸고, 3개 층은 물론 옆 건물까지 차지한 꽤 넓은 전시공간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실제로 유니온 아트페어는 지난 해보다 그 규모가 3배 이상 커졌다. 갤러리를 벗어나 동시대를 사는 ‘예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현장에서 작가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을 할 기회를 가졌고,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작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커진 규모만큼 더욱 실험적인 작품들로 채워진 축제였지만, 그 못지않게 장소 자체가 주는 매력도 컸다. 유니온 아트페어가 열린 ‘인사 1길’은 1964년 빠고다 가구 공장으로 만들어져 쇠락한 상가로 잊혔던 공간으로, 재생 건축을 통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부활한 장소다.
서울 시민의 문화가 살아 있는 피맛골, 음악과 사교의 고향 낙원동. 그리고 600년의 전통이 함께하는 인사동이 함께 어우러진 이 공간이 갖는 매력 자체가 사람들에게 작가들의 작품을 좀 더 편하게 감상하도록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오래된 전통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 내부의 구조와 그에 어우러진 작가들의 창의적 작품들. 그 앞에서 작가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예술’이었다.
돋보이지 않아서 더욱 빛난 더 프레임
▲관객들이 최성록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와 저게 TV야? 너무 신기하다.” 이번 유니온 아트페어 현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다가, 꽤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말이며, 본인이 자기도 모르게 내뱉게 될 소리이기도 했다.
그동안 TV를 통한 미술 작품 전시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TV라는 특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TV라는 틀 안에 미술작품이 들어갔다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즉, 고 백남준 작가처럼 TV 자체를 하나의 ‘예술적 요소’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면, TV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좋은 틀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한 남성이 구본창 작가의 정물화를 감상하고 있다. 구본창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100여 점의 작품이 더 프레임에 내장되어 있어 영구소장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프레임’은 달랐다. 액자와 쉽게 구별되지 않는 ‘프레임 디자인’, 기존 TV나 디스플레이는 담아낼 수 없었던 캔버스의 독특한 질감마저 담아낸 ‘아트모드’ 덕에, 사람들은 TV가 아니라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많은 사람이 구본창 작가부터 박형근, 이완, 최선, 하태범, 허영만까지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담긴 틀이 TV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간혹 동영상처럼 움직이는 작품 앞에서도 그저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신기해할 따름이었다. 그 후 TV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히려 그 작품을 다시 보며, 더욱 놀라워했다.
예전보다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화면이 꺼진 TV는 거실 인테리어를 망치는 주범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때문에 갤러리에서 조차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더 프레임’의 디자인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더 프레임은 세계 유명 작가의 작품 100점이 내장되어 있으며, 자석으로 된 3가지 색 프레임 틀은 그림에 맞춰 바꿔 끼울 수 있다. 즉, 사람들은 더 프레임을 통해 갤러리의 감동을 집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더 프레임 속 100개의 작품이 모두 내 것?
그래서 일까? 내가 감상하는 작품의 액자가 TV라는 사실을 안 사람들의 가장 흔한 반응은 바로 “저 TV만 있으면 집에서도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거야?”였다. 사람들은 마치 아트페어에서 그림을 주문하듯, ‘더 프레임’을 통해 그림을 소장하는 것에 거부반응이 없어 보였다. 마치 아트페어가 예술의 대중화를 표방하듯, 집을 갤러리처럼 바꿔주는 ‘더 프레임’ 역시 사람들이 예술을 좀 더 친근하게 대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어 보였다. 뿐만 아니라 ‘마이 컬렉션’ 모드를 통해 내가 가진 사진 이미지도 캔버스에 담아 예술 작품처럼 표현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23일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퍼포먼스 그룹 루프XXX의 공연 ‘블랙언더 시퀀스2’였다. 이들은 강렬한 비트와 신선한 퍼포먼스로, 갤러리를 한순간에 클럽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축제가 즐거울수록, 축제가 끝난 자리는 아쉬움으로 채워진다. TV도 비슷하지 않을까? 영상이 나올 때의 TV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TV가 꺼지고 난 뒤에도 그 즐거움이 계속될 수는 없을까? 화면이 꺼져도 아름다울 수 있는 TV, 사람들의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 ‘더 프레임’이 유럽 순회를 마치고, 인사동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이 예술적인 TV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꾸는지 궁금하다면, 인사동 한 번 가보자. 아니면 그냥 재미있는 전시나 보러 간다는 생각도 괜찮다. 단, ‘유니온 아트페어’는 7월 2일까지만 열리니, 좀 서둘러야겠다.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