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주인의 ‘취향’ 담은 액자(frame)가 되다
어느 호화로운 아파트 안 밀실. 품위 있는 초로(初老)의 신사가 안락의자에 앉았다. 벽면을 향한 그의 시선은 무수한 액자를 찬찬히 훑어간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담은 것들이다.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왕녀, 고급 술집에서 웃음을 팔 것 같은 여인, 총기 있는 눈빛의 아티스트…. 저마다 다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얼굴이 다양한 디자인의 액자를 채웠다.
유럽 최고 미술품 감정가 겸 경매인인 ‘버질 올드먼’(제프리 러시 분)이 평생 마련한 컬렉션. 하지만 바로 이 작품들로 인해 그의 인생엔 예상치 못했던 돌풍이 분다. 영화 ‘시네마 천국’(1990) ‘피아니스트의 전설’(2002)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거장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2013년작 ‘베스트 오퍼(The Best Offer)’는 이처럼 ‘인상적 액자 컬렉션’이 중심 모티브가 돼 극 전체를 끌고 간다.
▲영화 ‘베스트 오퍼’의 한 장면(출처: 박수 엔터테인먼트)
굳이 이 정도 컬렉션은 아니더라도 벽에 걸린 액자는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눈길을 끈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 받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 집 거실 벽에 액자들이 걸려있다면 눈길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마치 액자가 집 주인에 대해 많은 걸 말해주기라도 하는 듯. 실제로 액자 속 작품이 주인(가족)의 사진이라면 그(가족)의 인생사를, 예술 사진이나 그림이라면 주인의 취향이나 가치관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액자는 종종 (어색한 침묵을 해소하는) 대화의 화두로 떠오르곤 한다. 그 액자는 십중팔구 주인에게 특별한 존재감을 갖춘 물건일 거고, 따라서 그에 공감해주는 대화 상대는 주인에게도 반가운 존재일 테니.
일상적 공간에 ‘특수성’ 부여하는 소품, 액자
액자는 인테리어 디자인 구성 요소로서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그 자체론 별 의미가 없어 인식의 틀 속에서 여백으로 녹아들지만 안에 담긴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 보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기기 때문. 물론 액자 자체의 디자인도 중요하다. 세련된 게 좋지만 너무 튀면 곤란하고, 담기는 이미지와의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 액자가 놓일 공간의 전체적 분위기와 잘 어울리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액자들(출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중세 시대 액자는 예배당이나 제단 모습을 형상화한 형태였다. 그 안엔 성서 속 인물이나 장면을 묘사하는 그림이 담겼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성스럽고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거기 담긴 이미지에 권위를 부여한 것이다. 이후 시대정신의 무게중심이 ‘사람’으로 바뀌며 액자 속 그림도 시대별로 많은 변화를 거쳤다. 그와 함께 액자는 (귀족의 내실을 연상시키는) 금빛 휘장을 닮았다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받쳐주는 대지처럼 간결한 브라운 컬러를 띠는 등 다양한 변용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이미지를 공들여 만든 액자에 넣는다’는 전제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한때 성당이나 귀족의 저택 실내를 꾸미는 게 고작이었던 액자는 근대 산업사회로 넘어오며 인테리어의 필수 요소로 그 지위가 격상됐다. 그 즈음, 사람들은 앞다퉈 거실 벽을 ‘액자 컬렉션 공간’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이런 액자에 담긴 이미지는 주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세계화 추세를 업고 다양한 시대와 지역에서 수집된 유명 미술(사진) 작품은 소유자의 관심사와 교양 수준을 보여줬다. 가치 높은 예술품을 식별하는 안목과 그런 물건을 입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능력도 입증했다. 방문객이 그 집을 찾아 액자에 시선을 두며 주인과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액자는 두 사람을 일상의 공간에서 끄집어내 시공을 초월한 가치의 공간으로 데려간다. 그런 의미에서 액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인간을 일상에서 탈피, 특별한 공간으로 옮겨주는 ‘타임 터널’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거울 속 나라 앨리스’의 거울처럼, 혹은 ‘나니아 연대기’의 낡은 옷장처럼.
시장 요구,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삼성 TV
오늘날 액자는 일상의 일부가 된 만큼 인간의 인식 영역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액자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적지 않은 파워와 의미를 갖고 인간의 심리 체계와 상호작용하게 된 미시적 구조물이란 사실이다.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상당한 의미로 삶에 작동하는 일상의 디테일(detail)인 셈이다. 삼성 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 제품 개발의 기본 철학도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지난달 22일자 스페셜 리포트 ‘TV 포화시대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편에선 삼성전자가 유럽과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소개됐었다. 그 내용은 얼핏 ‘TV는 이미 거의 모든 가정에 한 대 이상 보급돼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소비자 역시 추가적 구매 욕구를 강하게 갖고 있진 않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반면, 상당수의 소비자가 △TV 외관, 특히 검은 패널처럼 보이는 모니터가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지 않는 점 △TV에서 나오는 케이블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점 △시청하지 않는(대략 하루 평균 20여 시간) 동안 TV는 방치돼 있는 점을 불만스러워한단 사실도 보고서에 드러나있다. 가정 생활에서 차지하는 TV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단 사실 역시 알 수 있었다. 요컨대 TV는 여전히 가족 구성원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용자 개개인의 사적인(private) 라이프 파트너이자 편안한 동반자로 점차 변모하고 있다.
소비자 불만과 시대 변화, 두 요소는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키는 핵심 동인(動因)이다.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채워주고, 생활방식 변화에 맞게 새로운 요소가 포함되도록 해주는 동시에 기존에 선호되던 기능이 더욱 강화돼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큰 환영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런 점에 주목, 최근 이삼 년간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둔 TV를 개발해왔다. 재작년 ‘가구 같은 TV’ 콘셉트로 화제를 모은 세리프 TV가 대표적 예다.
‘차세대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 탄생기
그리고 바로 오늘(15일, 한국 시각) 삼성의 차세대 라이프스타일 TV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삼성 TV 글로벌 론칭 행사가 열린 것. 이번에 소개된 제품은 QLED TV와 더 프레임(The Frame) 등 2종(種)이다. 지난 1월 CES 2017에서 첫선을 보인 QLED TV는 LED 패널 빛이 퀀텀닷을 통과해 나오게 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TV와 차별되는 초고화질을 구현하는 제품이다. 더 프레임도 올해 CES에서 잠깐 등장하긴 했지만 ‘The Frame’이란 명칭을 달고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건 이번 론칭 행사가 처음이다. 더 프레임의 경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인 만큼 ‘세련된 서구 소비 문화의 중심 도시’인 파리에서 개최되는 론칭 행사의 의미는 각별하다.
▲더 프레임은 ‘꺼져 있을 때 액자처럼 집 안에 녹아 드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더 프레임은 ‘제품 개발∙출시 과정에서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한다’는 삼성전자의 기업 철학이 집약된 제품이다. “기능만 강조하는 기계적 외관은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연결 케이블은 자칫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소비자 불만에 귀 기울여 주변 인테리어 환경에 잘 조화될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한 점만 봐도 그렇다. 액자가 지닌 디자인적 일상성과 TV를 절묘하게 통합시킨 ‘(의외의) 작품’인 셈이다.
▲더 프레임은 실제 액자 사이에 놓여 있어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다양한 액자를 조화롭게 배치해 거실 인테리어의 ‘포인트’로 삼는, 결코 역사가 짧지 않은 디자인 트렌드. 더 프레임은 말 그대로 액자와 똑같은 모양으로 이 트렌드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일단 TV와 벽면 사이에 거의 틈새가 없이 밀착되며, 액자처럼 거는 장치가 있어 손쉽게 벽면에 부착시킬 수 있다. 투명 소재로 만든 지름 1.8㎜의 광케이블을 채택, 연결선이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 최대 15m까지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베이지 우드 △월넛 △화이트 등 세 가지 색상의 프레임 중 하나를 택해 한층 더 고급스러운 액자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더 프레임이 다른 액자나 인테리어 요소와 조화를 이루는 건 이처럼 ‘사소한 듯 치밀한’ 디자인적 배려의 결과다.
더 프레임은 사용자가 다가가면 실제 액자처럼 고급스러운 그림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져 에너지를 아껴준다. 화면엔 사용자 가족 사진을 담을 수도, 사용자가 좋아하는 명화나 사진을 담을 수도 있다. △데이비드 버드니 △오스카 에난더 △아데마이트 볼프 등 내로라하는 포토그래퍼의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의 협약을 거치면 지역별 작가의 작품도 얼마든지 추가로 공급될 수 있다. 하나의 작품으로 화면 대부분을 채울 수도, 두세 개 공간으로 분할해 심미적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더 프레임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 김명환(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씨는 더 프레임의 탄생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기존 TV는 대개 거실 정중앙에 자리 잡았던 게 사실이죠. 아무래도 실내에서의 위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꺼져 있을 땐 검은 화면 때문에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죠. 삼성전자는 자체 시장 조사를 통해 바로 그 점이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란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더 프레임은 바로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고요.”
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콘셉트의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사내 분야별 전문가가 머릴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아 더 프레임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며 “CES나 해외 포럼 등에 제품을 내놓고 거래선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품이 출시돼 소비자에게까지 인정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저 같은 개발자에겐 그 순간이 가장 기다려집니다.”
TV가 품을 수 있는 미덕, 한계치에 도전하다
외관이 언제 봐도 아름답고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TV, 때로 예술적 면모를 드러내며 소유자의 취향과 가치관까지 전해주는 TV, 설치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어디에든 놓을 수 있고 최고의 화질로 명화를 감상할 때와 같은 감동을 제공하는 TV, 그러면서도 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 탑재로 사용 가구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허브 기능까지 발휘하는 TV…. ‘2017 라이프스타일 TV’을 표방하며 삼성전자가 이제 막 시장에 내놓은 더 프레임. 이제 남은 건 이런 변화를 기꺼이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소비, 평가해줄 전 세계 사용자와 만나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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