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의 꿈, 아틱(ARTIK)으로 영글다
한 무명 기타리스트가 있었다(편의상 A라고 해두자). A에겐 이렇다 할 재산도, 변변한 친구도 없었다. 가진 거라곤 오래된 기타 한 대뿐. A는 기타를 메고 다니며 조용히 연주할 만한 곳, 들어줄 이가 한 명이라도 있는 곳이면 어디든 멈춰 기타를 연주했다. 낡아빠진 기타 현에 그의 손끝이 닿을 때마다 ‘지상의 것이 아닌 듯’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기타 치는 것 말고 A가 할 줄 아는 일이란 없었다. 끼니는 건너뛰기 일쑤였고 공원 벤치에서 웅크린 채 잠드는 날도 허다했다.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A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물론 짬짬이 거리 연주도 쉬지 않았다.
#카페, 아티스트들의 아지트 되다
어느 날, A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을 공터에서 기타 연주에 몰두하고 있었다. 낯선 신사 한 명이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줄도 모른 채. 신사는 연주 직후 돌아서는 A의 뒤통수에 대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나와 함께 가지 않겠나? 기타만 치고도 편히 살 수 있게 해주겠네.” 주저하는 A에게 신사는 재차 말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자네의 연주 실력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가?”
신사는 A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채 인근 도시로 향했다. 차가 멈춘 곳은 ‘아틱(ARTIK)’이란 간판이 달린, 아담한 카페였다. 어느덧 이슥한 시각, 그날 영업이 모두 끝난 실내의 탁자와 의자는 한쪽으로 치워진 채였다. 몇몇 사람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있었고 가운데 빈 공간에선 한 소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빼어난 가창력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 소녀의 공연이 끝나자, 이번엔 두 청년이 ‘랩 듀오’로 나섰다. 그 뒤로 소년 서넛이 리듬에 맞춰 브레이크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예술적 재능으로 똘똘 뭉친, 하지만 아직 채 여물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영업 후 카페 공간을 빌려주자’는 건 카페 운영자인 신사의 아이디어였다. 신사는 개중 실력이 탁월한 몇몇에겐 방송 출연도 알선해줬다. ‘재야의 고수’들이 모인단 입소문이 퍼지며 아틱은 금세 유명해졌다. 젊고 유능한 아티스트는 이곳에서 누구의 눈치도 받지 않은 채 자신의 기량을 펼쳤고, 관객 역시 이곳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즐겼다. 아틱이 ‘아티스트와 소비자 간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1].
#길은 ‘나는’ 게 아니라 ‘내는’ 것
“태초에 지상엔 길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가면 그게 곧 길이 된다.” 중국 사상가 루쉰(魯迅, 1881~1936)이 정의한 ‘길’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란 신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고려할 때도 이 같은 해석은 유효하다. 이를테면 지난 2014년 9월 17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게재된 스페셜 리포트 ‘진화된 공간 혁명, 사물인터넷(IoT)’의 마지막 두 단락처럼 말이다.
건강하게 작동하는 생태계의 보호 아래 생동감 있게 활동하는 생명체의 존재처럼 우리의 생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물들이 왕성한 교감을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세계는 말 그대로 ‘공간의 혁신’이라고 할 만하다. 이 공간은 작게는 일명 ‘퓨처홈(혹은 스마트홈)’으로 불리는, 안전하고 쾌적하며 인간과의 교감이 전제된 가정환경에서부터 출발해 크게는 지구 전체를 이어주는 인프라 관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무한하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인터넷 세상으로 향하는 길목엔, 현재로선 미처 생각지도 못할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그래 왔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 험한 길을 닦아가며 모두가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물인터넷은 인간을 한 차원 높은 세상으로 이끄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위 글이 쓰인 후 2년여가 흘렀다. 그 사이 사물인터넷이란 ‘새 길’은 사람들의 곁에 꽤 가까이 다가왔다. 2년 전 사물인터넷이란 용어조차 낯설어했던 사람들은 오늘날 사물인터넷을 ‘기초 상식’ 수준의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이 같은 변화가 있기까진 무수한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가는 사람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스마트홈이나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선 이미 상당수 기기가 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 출시됐다. “많은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가면 길이 된다”는 루쉰의 예언대로다.
하지만 하나의 길이 생겨나려면 길을 ‘트는’ 작업이 필요하다. 방향을 똑바로 잡아야 하고, 잡초도 베어내야 하며, 걷는 이의 진로를 방해하는 큰 바위나 작은 돌도 치워야 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그 작업을 다 도맡아 해준다면? 그래서 평평한 길이 탄탄하게 펼쳐진다면? 그 길에 들어선 사람 누구나 신나게 속력을 내어 달려갈 것이다.
사물인터넷 구현 과정에서도 남보다 앞서 길을 개척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사물인터넷 플랫폼 ‘아틱(ARTIK)’을 개발, 출시하며 그들이 작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본격적 지원에 나섰다. 건강한 사물인터넷 생태계 구현에 나선 선구적 개발자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앞선 이야기 속 기타리스트 A와 신사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아틱, 개발자들이 반기는 이유는?
아틱은 프로세서(AP)와 메모리, 통신 등으로 구성된 초소형 사물인터넷 모듈이다. △소프트웨어(드라이버) △저장 장치 △보안 솔루션 △개발 보드 △클라우드 등 여러 기능이 하나의 모듈에 집적된 게 특징. 사물인터넷 관련 아이템을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틱을 활용하면 원하는 기기를 빠르고 손쉽게 제작, 상용화할 수 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사물인터넷 기기 중 하나인 도어록(door lock)을 예로 들어보자. 사물인터넷 환경이 구현된 건물 입주자라면 스마트폰 관련 기기 판매처에서 스마트 도어록 제품을 구입, 본인 집 현관문(이나 방문)에 설치하면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해당 건물의 플랫폼이 읽어 들일 수 있도록 등록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보안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할 수도 있다.
만약 사물인터넷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공간(이를테면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만 스마트 도어록을 설치하려면 일은 곱절로 복잡해진다. 와이파이(Wi-Fi)로 항상 인터넷이 가동되도록 하는 건 기본.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후 그걸 구동할 수 있게 해주는 드라이버 설치 역시 필수다. 사람을 식별한 후 그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듈도 갖춰야 한다. 보안 프로그램 설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설사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생산자)가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주거 보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니 스마트 도어록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예측 아래 관련 제품을 개발, 출시한다 해도 해당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제품 개발∙생산과 별도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너무 많은 탓이다.
하지만 아틱 같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있다면 얘긴 좀 달라진다. 아틱만 도어록에 심으면 웬만한 문제가 다 해결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스마트 도어록 개발진은 도어록이란 하드웨어와 (도어록이 신호를 받아 움직이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다. 시간도,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더 고무적인 건 아틱이 (비단 도어록뿐 아니라) ‘상상 가능한 사물인터넷 기기 일체’에 적용될 수 있단 사실이다.
#‘2세대 플랫폼 출시’가 갖는 의미
▲삼성전자가 지난달 공개한 ‘아틱 0’(사진 왼쪽)과 ‘아틱 7’
지난달 삼성전자는 ‘아틱 0’과 ‘아틱 7’을 새롭게 선보였다. 아틱 0은 △냉난방·환기 기기 △조명 제어 기기 △건강 정보 모니터링 기기 등에 특화된 개발 모듈이다. 작고 가벼우며 전력을 적게 소모할 뿐 아니라 가격대도 저렴하다. 아틱 7은 △강력한 무선통신 기능 △고사양 멀티미디어 프로세서 △리눅스 운영체제(OS) △보안 기능 등을 탑재, 여러 대의 컴퓨터와 근거리 통신망 등을 연결하고 제어하는 고성능 게이트웨이에 적합한 개발 모듈이다.
두 모델의 이전 제품인 ‘아틱 1’ ‘아틱 5’ ‘아틱 10’이 출시된 건 지난해 5월. 당시 이들 제품이 출시되자 “고도로 집적된 모듈 시스템(Systems on Modules, SOMs)에 처리·기억·무선연결 기능이 탑재, 모든 개발자가 안전하고 지능적이며 상호작동 가능한(interoperable) 사물인터넷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 아틱 0과 아틱 7 등 한층 진화된 솔루션이 더해지며 사물인터넷 세상으로 가는 길은 한층 탄탄해졌다.
▲(왼쪽부터)‘아틱 0’ ‘아틱5’ ‘아틱7’ ‘아틱10’
아틱 시리즈는, 말하자면 사물인터넷 생태계 구축의 주춧돌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간 자체적으로 쌓아온 대(對)소비자 노하우를 층층이 적용, 다양한 작업을 가능케 해준다. 대표적 예가 올 4월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 2016’에서 공개된 개방형 데이터 교환 플랫폼 ‘아틱 클라우드(ARTIK Cloud)’다. 아틱 클라우드는 삼성 스마트폰에 적용 중인 보안 플랫폼 녹스(Knox) 수준의 첨단 보안 성능을 갖춰 열쇠 관리나 암호화, 신분 확인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뿐 아니다. 삼성전자는 공기청정기 등 이미 시판 중이거나 출시 예정인 가전 제품에도 아틱을 활용, 사물인터넷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는 게 ‘부문별 개발진과의 협력’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인터넷포털 네이버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홈 서비스 ‘아미카(AMICA)’에 아틱을 활용하기로 했다. 일단 네이버 계정을 보유한 사용자가 별도 인증 절차 없이 아틱 클라우드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아틱과 협력 관계에 있는 파트너는 부문별로 포진해 있다. △스내피 우분투(Snappy Ubuntu)와 타이젠(Tizen) 등 리눅스 소프트웨어 파트너 △레진(Resin.io)과 실리콘랩(Silicon Lab) 등 플랫폼 파트너 △애로우(Arrow)와 디지키(Digi-Key), 무진(Mujin) 등 글로벌 유통 파트너가 대표적 예다.
#반갑다, 삼성의 IoT 생태계 구축
사물인터넷 개념은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한낱 꿈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바꾸려면 일단 꿈을 많이 꿔야 하는 법. 삼성전자는 지난 수십 년간 전기∙전자기기의 신기원을 열며 한때 ‘꿈’으로 치부됐던 생활 환경 구축을 주도해왔다. 그리고 이제 ‘사물인터넷’이란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꿈의 실현 속도는 ‘같은 꿈을 꾸는 이가 많아질’ 때에도 당겨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 관련 분야에서 지식과 기술을 축적해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파트너십을 형성 중인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아틱 시리즈는 각계각층에 분포한 IT 분야 지성과 열정의 작업물을 한데 모으는 한편, 이들을 보다 넓은 세상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방방곡곡에 흩어져 소소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아티스트를 찾아낸 신사처럼. 그들을 한 곳에 모아 각자의 재능에 열중하게 만드는 한편,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동해 그 재능이 세상을 더욱 빛낼 수 있도록 도운 카페 아틱처럼.
[1] 이 이야기는 아틱의 개념과 관련,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픽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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