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십 년 전 기술에 생명 불어넣었죠” UWB 표준화 주역을 만나다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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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노트북, 노트북과 TV, TV와 스피커… 우리 주변의 기기들이 연결된 일상을 살고 있는 지금, ‘와이파이’나 ‘블루투스’가 없다는 상상을 해보자. 일상의 작은 불편함부터 커다란 혁신의 제약까지, 기술의 부재가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클 것이다. 이처럼 사용자의 삶에 녹아들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무선 통신’ 분야에 차세대 주자가 나타났다. 바로 근거리 무선통신, UWB(초광대역·Ultra-Wideband)다.

UWB란?
초광대역(UWB, Ultra-wideband) 기술은 고주파를 사용하는 단거리 무선 통신 프로토콜이다. 매우 정밀한 거리 인식과 방향성이 특징으로, 모바일 기기가 주변 환경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작동한다. UWB를 통해 다양한 기기들이 인텔리전트하게 연결돼, 안전한 비접촉 근거리 결제부터 리모컨의 위치 찾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넓은 면적의 실내 공간에서도 정확한 위치 탐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항에서 음식점을 찾거나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새로운 통신 기술을 삶에 접목하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가 있다. 뉴스룸이 산업계의 통신기술을 선도하고 UWB 기술의 표준화를 이끈 주역, 차세대통신연구센터 표준연구팀을 만나 UWB 기술의 가능성과 표준화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UWB, ‘연결’의 신세계를 열다

무거운 짐을 잔뜩 들고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컴퓨터를 켜고 급한 작업을 하려고 로그인할 때. 모든 것이 자동으로 해결된다면 어떨까. 기기 간 거리 정보를 활용해 편의를 제공하는 UWB 기술이 열어나갈 삶의 모습이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사용자와 주변 기기, 시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많다.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활용해 일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주머니에서 휴대폰이나 카드를 꺼내 직접 ‘접촉’해야 한다.

파장이 매우 짧은 신호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광대역 통신 기술인 UWB는 이러한 불편함을 줄여준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에 비해 측정 오차가 크지 않아 거리를 cm 단위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사전에 합의된 기기 간에만 거리 측정을 허용하도록 보안이 강화되어 악의적인 해킹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이 기술의 장점이다.

전해영 연구원은 UWB 기술이 가져올 편리함을 설명하며, “UWB의 정밀한 거리·위치 측정 기능은 물류센터, 공장자동화, 쇼핑센터, 공공시설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해영 연구원이 팔짱을 낀 채 정면을 바라보고 미소를 띄우고 있다

▲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표준연구팀 전해영 연구원

 

잊혀진 기술에 생명을 불어넣기까지… 글로벌 표준 노하우 십분 발휘

UWB 기술은 수십 년 전 소개된 기술이지만 최근 다시 주목받게 된 케이스다. 당시 데이터 전송 용도로는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 ‘거리 측정’ 성능에 집중한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UWB만의 장점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것. 삼성전자는 사용자들의 사용 패턴과 다양한 서비스와의 융합을 고려해 해당 기술을 개선하고 가다듬었다.

가장 커다란 허들은 바로 ‘인프라’ 구축이었다. UWB는 기기 간 ‘연결’이 중점이 되는 기술. 다양한 산업 간의 긴밀한 협업이 핵심이다. 특히 오픈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글로벌 표준화 과정도 반드시 필요했지만, ‘잊혀진 기술’이라 불리던 UWB의 구심점을 잡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해당 기술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삼성전자는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표준화에 대한 노하우를 살려, ‘글로벌 UWB 표준 단체 설립’이라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표준연구팀 팀원들이 책장을 배경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표준연구팀 윤강진, 임연주, 전해영, 조성규, 정수연 연구원

돛을 올린 건 지난 2018년. 당시 많은 업체가 UWB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지만,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설득을 이어나갔다. 당시를 회상한 전해영 연구원은 “전 세계 여러 기업에 UWB에 대한 삼성전자의 비전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했다. 마침내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장의 작은 회의실에서 디바이스, 칩, 서비스 등 각 분야 업체의 책임자들이 모여 표준단체 설립에 합의했고, 그렇게 ‘FiRa 컨소시엄’이 탄생했다”고 되짚었다.

든든한 조력자들이 머리를 맞대자, UWB 글로벌 표준화는 ‘순항’을 이어갔다. 3개 업체와 함께 첫발을 내디딘 컨소시엄은 현재 칩셋·도어락·스마트폰·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 글로벌 업체 50여 곳이 참여해 몸집을 불린 상황. 전해영 연구원은 “지금도 꾸준히 새로운 업체들의 참여가 늘고 있는 만큼, UWB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해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표준화의 최전선에서 일한다는 것

현재 UWB는 업계에서 인정하는 디바이스 간 거리 측정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다. 이는 꾸준히 UWB의 당위성을 증명해 온 표준연구팀과 유관 부서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삼성전자는 최신작인 갤럭시 노트20 울트라, 갤럭시 Z 폴드2에 UWB 기술을 최초로 탑재해 새로운 무선 통신 시대를 열었다.

이민구 연구원이 손동작과 함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표준연구팀 이민규 연구원

‘표준화’는 각 산업군을 대표하는 주자들이 모인 최전선에서 이뤄진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비례해 얻는 것도 많은 과정일 것. 이민규 연구원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마련된 규칙에 위배되는 것은 없는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면서 “덕분에 많은 동료와 협업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경험을 쌓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연구팀 팀원들이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다

▲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표준연구팀 금지은, 오규봉, 이국희, 이민규, 한세희 연구원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내는 표준화 업무. 한세희 연구원은 “실제로 학창 시절 공부하던 수업 교재의 저자와 함께 회의하기도 하고, 업계에서 유명한 오픈소스 코드 개발자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표준화는 일방적인 승리나 패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긴 여정인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 앞서 걸으며 발자취 남길 것”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에 늘 부딪히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일상인 삶. 표준연구팀은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대표’로 일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 아래 미지의 세계를 열어나간다.

한세희 연구원이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표준연구팀 한세희 연구원

전해영 연구원은 “글로벌 업체의 최고 엔지니어들과 함께 몇 날 며칠 기술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표준연구팀의 엔지니어들에게 큰 자산이 된다. 앞으로도 옳은 가치 아래,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의 여정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UWB 기술은 앞으로가 관건이다. 한세희 연구원은 “자동차나 도어락 등 디지털 키 서비스를 시작으로 결제 서비스, 위치 기반 서비스, IoT 기기 제어 서비스 등으로 표준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면서 “더 많은 기기에 적용되고 더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되는 그 날을 위해, 생태계를 계속해서 넓혀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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