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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은 버튼 위치 하나까지 배려…‘포용적 디자인’으로 삼성 가전의 사용성을 끌어올리다

2025/10/15

처음 세탁기를 사용할 때 작은 전원 버튼의 위치를 찾거나, 필터를 어떻게 열어 청소하는지 헤매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특히 시각장애인이나 고령자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된다. 삼성전자는 모든 사용자가 가전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전반에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제 디자인 공모전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 2025’에서 ‘가전의 포용적 디자인(Samsung Inclusive Essentials) 선행 콘셉트’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디자인 혁신성은 물론, 실제 사용자 경험 향상과 사회적 기여까지 인정받은 결과다.

가전의 포용적 디자인은 모든 사용자가 제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쉽고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버튼의 형태와 색상을 표준화하고, 시각·청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주요 기능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10월 15일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지정한 ‘흰 지팡이의 날’이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흰 지팡이의 날을 맞아, 이번 IDEA 수상작 콘셉트 개발에 참여한 DA사업부 FX디자인그룹 박다위 프로, 디자인혁신그룹 신현빈 프로를 만나 포용적 디자인 개발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DA사업부 신현빈 프로, 박다위 프로

▲ (왼쪽부터) 삼성전자 DA사업부 신현빈 프로, 박다위 프로

 

Q. 가전의 포용적 디자인을 기획한 배경은?

박다위 프로: 최근의 가전 디자인은 손잡이 대신 터치로 문이 열리고, 물리적 버튼이 디스플레이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인해 특히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자, 고령자가 제품을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 이러한 사용 장벽을 허물고, 모두가 제품을 보다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신현빈 프로: 가전의 설치부터 사용, 관리, 유지보수까지의 사용자 여정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예를 들면, l자 표기가 어떤 제품에서는 푸시 버튼, 어떤 제품에서는 당김 표시로 혼용돼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혼자서 제품을 사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고충을 개선하고자 조작 동작에 맞게 형상을 통일하고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표준화했다.

가전제품 조작 버튼의 형상을 단순한 형태로 표준화하고, 조작 동작과 제품에 표기되는 아이콘을 통일하여 직관성을 높였다.

▲ 가전제품 조작 버튼의 형상을 단순한 형태로 표준화하고, 조작 동작과 제품에 표기되는 아이콘을 통일하여 직관성을 높였다.

 

Q. 이번 콘셉트가 기존 접근성 디자인과 다른 점은?

박다위 프로: 기존 접근성 디자인은 대부분 별도의 기능이나 장치를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용자 테스트 결과, 그들은 점자 스티커나 악세서리, 스마트폰과 같은 보조 장치를 활용하기 보다,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제품 본연의 형태로 사용하기를 원했다. 이번 설루션은 부착물 없이 제품 자체의 디자인 요소를 개선해 누구나 스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신현빈 프로: 주요 조작부에 형상, 텍스처, 컬러, 라이팅, 사운드 등 다양한 감각 요소를 결합한 멀티모달(multimodal) 디자인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다양한 감각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으면 보다 쉽고 빠르게 제품의 기능을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은 글씨를 읽지 못해도 컬러나 양각으로 제품의 주요 조작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조작부의 색상을 내용물별로 구분해 작은 아이콘을 읽지 않고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 조작부의 색상을 내용물별로 구분해 작은 아이콘을 읽지 않고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조작 버튼을 윤곽선으로 양각 처리하여 손의 감각만으로도 버튼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 조작 버튼을 윤곽선으로 양각 처리하여 손의 감각만으로도 버튼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Q. 사용자 테스트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신현빈 프로: 경기도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여러 차례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하며 1인 가구 시각장애인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어 놀랐다. 한 참가자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이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줄고 도움을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큰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제품의 양각 버튼을 손끝으로 확인하며 ‘작은 부분이지만 존중받고 배려받는 느낌이 든다’며 ‘이제 혼자서도 가전을 쓸 수 있겠다’고 말했을 때, 팀 모두에게 큰 울림이 있었다.

신현빈 프로

▲ 신현빈 프로

박다위 프로: 포용적 디자인은 작지만 본질적인 디자인 개선으로 시각장애인이 주변 도움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사용자의 자율성을 높여 주체적인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가족이나 보호자의 부담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가전은 의식주와 직결되는 제품이다. 이러한 디자인 개선은 1인 가구 시각장애인에게는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다.

 

Q. 저시력자뿐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박다위 프로: 그렇다. 이번 디자인은 제품의 기본 요소를 포용적으로 개선했다. 저시력자에게 도움이 되는 고대비 색상은 다른 사용자에게도 빠른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히 텍스트를 키우거나 아이콘을 바꾸는 것보다 형상, 컬러 등의 요소 개선을 통해 모든 사용자가 제품을 보다 쉽게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다.

박다위 프로

▲ 박다위 프로

신현빈 프로: 시각장애인 인구는 국민 210명 중 1명 수준으로 생각보다 많으며, 안질환이나 노안으로 시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 디자인은 특정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설루션이다.

 

Q. 각자가 생각하는 포용적 디자인의 방향과 향후 도전은?

신현빈 프로: 이번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 중심이었지만, 일상의 또 다른 불편함에도 귀기울여 보다 다양한 사용자들을 배려하는 디자인을 내놓고 싶다. 포용적 디자인은 단순히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개념을 넘어, 사용자의 삶을 더 존엄하고 자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장애 여부, 연령, 환경과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가 동등하게 기술과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더 깊이 있는 디자인 설루션을 지속적으로 탐구할 계획이다.

박다위 프로: 포용적 디자인은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마인드셋이다. 세탁기의 전원 버튼을 찾을 필요 없이 디스플레이 아무 곳을 터치해도 활성화되고, 식기세척기 문의 특정 센서를 찾지 않아도 열 수 있으며, 로봇청소기에 직배수 방식을 도입해 물통과 물걸레 관리 번거로움까지 줄이는 것. 이와 같이 사용자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 디자인의 방향이다.

포용적 디자인은 작은 배려에서 시작해 사용자의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진다. 삼성의 가전은 단순히 접근성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누구나 제품을 이해하고 스스로 조작할 수 있도록 사용성을 높이는 디자인 가치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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