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TV의 본질은 보고 ‘듣는 것’, 업계 탑 개발진이 이야기하는 사운드의 중요성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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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밤. 빠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에서 상어가 등지느러미만 드러내고 등장하는 이 장면은 배경음악만으로도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하지만 사운드가 없다면? 상어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정도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운드가 영상콘텐츠에서 갖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화질이 영상 콘텐츠를 얼마나 현실감 있게 구현하는지를 결정한다면, 음질은 생동감과 몰입감을 부여한다. 영화, 스포츠 경기, TV 방송 등 어떤 장르든 보는 것을 넘어 제대로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콘텐츠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소음이나 잔향 없이 제품에서 나온 음향을 그대로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자체 무향실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시청 조건을 계측하기 전, 기준(reference)으로 삼을 계측치를 확보하기 위해 사운드 개발에 필수적인 공간이다.

▲ 소음이나 잔향 없이 제품에서 나온 음향을 그대로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자체 무향실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시청 조건을 계측하기 전, 기준(reference)으로 삼을 계측치를 확보하기 위해 사운드 개발에 필수적인 공간이다.

삼성전자는 최고의 TV 시청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화질은 물론 사운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삼성 뉴스룸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운드랩의 김선민 랩장, 박성수 프로, 김기범 프로를 만나 콘텐츠를 완성하는 사운드의 중요성과 삼성전자의 사운드 혁신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삼성전자 TV 사운드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영상 제작자는 아티스트, 원작자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운드랩 김선민 랩장은 배경음악 같은 사운드가 주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공포 영화를 볼 때 영상 자체의 무서움도 있지만 사운드에서 오는 공포가 크다. 소리를 끄면 생각보다 무섭지 않거나 아예 장르가 바뀌는 장면도 많다고 설명했다.

“사운드랩은 원작자가 의도한대로 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기 위한 최적의 사운드 솔루션을 개발하는 곳”이라는 김선민 랩장

▲ “사운드랩은 원작자가 의도한대로 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기 위한 최적의 사운드 솔루션을 개발하는 곳”이라는 김선민 랩장

삼성전자 사운드랩은 원작자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선민 랩장은 영화, TV 방송, 음악 모두 제작자들이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그는 각 콘텐츠의 의도를 TV를 통해 최대한 그대로 들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 환경과 TV 시청 환경에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사운드랩에서 스피커 개발과 음질 평가를 담당하는 박성수 프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콘텐츠마다 다르겠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일반적으로 85dB 정도의 큰 소리를 전제로 오디오 믹싱을 한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층간소음 등의 이슈로 TV 볼륨을 60dB 수준으로, 적게는 20dB 수준까지 낮춰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TV 시청 환경은 공간의 형태도 다양하고 주변 생활 소음뿐 아니라 커튼이나 옷가지 등 흡음 효과를 내는 인테리어 요소들도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전면(前面)이 아니라 전면(全面) 스피커를 통해 더욱 생생한 사운드를 구현한다”는 박성수 프로

▲ “이제는 전면(前面)이 아니라 전면(全面) 스피커를 통해 더욱 생생한 사운드를 구현한다”는 박성수 프로

대책은 크게 하드웨어적 측면과 소프트웨어적 측면으로 나뉜다.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여러 스피커를 통해 서라운드 사운드 효과를 연출하는 과정,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는 음향을 분석해 다시 믹싱하고 장면이나 공간에 맞게 부족한 음역대를 보상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전면(前面)에서 전면(全面)으로 확장된 TV 스피커

TV 사운드는 기본적으로 TV(혹은 사운드바)라는 틀 내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베젤도 제품도 점점 얇아지는 디자인 추세에서는 스피커가 들어갈 수 있는 물리적 공간도 제한된다. 박성수 프로는 과거 좌우에 커다란 전면(前面) 스테레오 스피커를 통해 사운드를 재생했다면, 지금은 상하좌우전후 전면(全面)에서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TV에 적용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TV 디자인은 화면만 남기고 나머지 요소는 없애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스피커 개발자들에게는 크나큰 도전이 된 대목이다.

▲ TV 디자인은 화면만 남기고 나머지 요소는 없애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스피커 개발자들에게는 크나큰 도전이 된 대목이다.

출력 방향을 달리한 스피커를 한꺼번에 여러 개 사용할 경우, 스피커 유닛 수가 적을 때에 비해 입체적 음향을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화면 내 음향 발생 지점에서 소리가 나도록 해 입체감을 살리는 무빙 사운드(OTS, Object-Tracking Sound) 기술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시청자가 콘텐츠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신 삼성TV는 분산 배치된 스피커 여러 대를 활용해 더욱 입체적인 사운드를 낼 수 있게 되었다.

▲ 최신 삼성TV는 분산 배치된 스피커 여러 대를 활용해 더욱 입체적인 사운드를 낼 수 있게 되었다.[1]

얇아진 TV에 맞추기 위해서는 스피커를 나누는 것 외에 스피커의 소형화도 필요했다. 스피커는 물리적으로 움직여 공기를 압축하고 밀어내야 하기 때문에 크기와 운동 범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 스피커 크기를 줄이면서도 음질을 유지하기 위해 부품 혁신도 이뤄졌다.

박성수 프로는 일반적으로 스피커 드라이버가 움직일 수 있는 구간을 100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50~70%만 써도 효율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TV 슬림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이를 80~85%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스피커 크기를 줄이는 대신 숫자를 늘려 분산시키고, 개별 스피커의 작동 효율을 올려 슬림해진 디자인에서도 더욱 입체적이고 풍부한 사운드를 낼 수 있게 됐다.

외부에서 확인 가능한 측면의 스피커홀, 후면의 우퍼 외에도 숨겨진 중앙 트위터, 상단 스피커 등 여러 스피커들이 전략적으로 배치되었다.

▲ 외부에서 확인 가능한 측면의 스피커홀, 후면의 우퍼 외에도 숨겨진 중앙 트위터, 상단 스피커 등 여러 스피커들이 전략적으로 배치되었다.[1]

어떤 시청 환경에서도 균형 잡힌 사운드

TV의 여러 면에 스피커가 배치되면서 음향은 더욱 풍부해졌지만 사운드 개발자에겐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 스피커가 많아지면서 각 유닛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 사운드랩은 각 스피커를 제대로 조율한다면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데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로 했다.

먼저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사운드랩은 정밀 오디오 계측룸(반무향실)에서 TV 시청 시 전방위에 해당하는 323 포인트 위치의 사운드를 측정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해 저음에서 고음까지 각 주파수 대역별로 여러 청취 지점에 걸쳐 고르게 전달되도록 스피커들을 조율했다.

반무향실에서는 TV의 각도를 조정해가며 총 323지점에서 TV 출력 원음을 측정하고 개별 스피커들을 조정해 균형(sound balance)를 맞춘다. 어떤 공간에서도 최적의 사운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요한 과정이다.

▲ 반무향실에서는 TV의 각도를 조정해가며 총 323지점에서 TV 출력 원음을 측정하고 개별 스피커들을 조정해 균형(sound balance)를 맞춘다. 어떤 공간에서도 최적의 사운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요한 과정이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반무향실에서 특정 각도에서 주파수 대역별 음압, 특정 주파수의 공간 내 음압, 전 주파수 대역의 거리별 음압, 특정 방향에서 각도별 주파수 대역별 음압을 측정한 그래프와 323개 지점의 측정치를 모두 중첩한 그래프 등을 종합하여 가청 주파수 범위 내에서 고르게 사운드가 표현되는 ‘타겟 커브(Target Curve)’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어느 위치에서 TV를 시청하더라도 좋은 음질을 느낄 수 있도록 각 스피커를 조정(튜닝)하는 과정이다.

▲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반무향실에서 특정 각도에서 주파수 대역별 음압, 특정 주파수의 공간 내 음압, 전 주파수 대역의 거리별 음압, 특정 방향에서 각도별 주파수 대역별 음압을 측정한 그래프와 323개 지점의 측정치를 모두 중첩한 그래프 등을 종합하여 가청 주파수 범위 내에서 고르게 사운드가 표현되는 ‘타겟 커브(Target Curve)’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어느 위치에서 TV를 시청하더라도 좋은 음질을 느낄 수 있도록 각 스피커를 조정(튜닝)하는 과정이다.

 

사용자가 사운드를 조정할 필요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TV 고객에게 최고의 사운드를 제공하고자 삼성전자는 연구개발을 통해 AI,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여러 측면에 있어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박성수 프로는 소비자가 TV 리모컨에서 가장 많이 누르는 게 음량 버튼이라는 것을 듣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불편하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는 TV 리모컨에서 음량 버튼 자체가 사라지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주변 소음이나 시청자 특성을 인식해 볼륨까지 자동으로 조절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김선민 랩장은 원음 그대로 나오는 게 진짜 좋은 음질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헤드폰이나 이어폰과 달리 TV 스피커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원작자의 의도와 고객의 실제 시청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실사용시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게 지속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삼성 TV의 사운드 혁신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엔 AI 기술력이 있다. 다음 편에서는 AI 도입 배경 등 AI로 이뤄낸 삼성전자의사운드 혁신에 대해 소개한다.

 

2편 예고 쇼츠


[1] 스피커 위치는 모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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