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 붓으로만 쓴다는 편견을 버려!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벌써 세 번째 칼럼으로 인사 드리는 캘리그래퍼 ‘이랑’입니다.
완연한 봄이네요. 다들 꽃 구경은 잘 하셨나요? 캘리그래피는 유독 봄날에 어울리는 취미 활동이죠. 봄바람처럼, 꽃잎처럼 살랑거리며 붓을 움직이는 모습이 퍽 낭만적이잖아요. 오늘은 지난 칼럼에서 배운 ‘굵기 변화에 따른 자∙모음 쓰기 연습’을 살짝 복습해본 후 ‘붓이 아닌 재료’로 쓰는 캘리그래피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복습 편_굵기∙곡선 변화로 전혀 다른 글씨 ‘완성’
일단 복습 먼저 해볼까요? 지난 칼럼에서 “굵기 변화를 주며 글씨를 쓰면 일정한 굵기의 글씨보다 좀 더 멋스러운 필체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씀 드렸던 것, 기억 나세요? 그럼 계절에 맞춰 ‘봄’이란 글씨부터 한 번 써볼게요.
위 사진의 맨 왼쪽 글씨는 굵기 변화가 전혀 없죠. 하지만 가운데 글씨는 약간의 굵기 변화만으로 확연히 다른 느낌을 자아냅니다. 굵기 변화를 줄 땐 두껍게 표현하고 싶은 획에서 힘을 아래로 살짝 눌러주는 게 좋다는 사실, 한 번 더 떠올려주세요. 굵기와 곡선에 모두 변화를 준 맨 오른쪽 ‘봄’ 글씨는 어떠세요? 왼쪽 두 글씨와 전혀 다른 느낌을 주죠? 이렇게 한 글자를 쓰더라도 조금씩 변화를 주며 연습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 이번엔 짧은 문장을 두 가지 정도 비교하며 써보겠습니다.
위 사진 속 두 문장은 같은 글귀인데요. 딱 보는 순간, 전혀 느낌이 다르시죠? 여기서 한 가지 요령을 귀띔해드리자면 곡선에 변화를 줄 땐 손목 힘을 빼는 게 유리합니다. 손목에 너무 힘을 주고 쓰다보면 본의 아니게 필체가 강렬해지거든요. 그럼 이쯤에서 ‘사랑’이란 단어를 쓰는 영상 한 편 보여드릴게요. 힘을 줄 때와 뺄 때, 각각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위 영상에서 보시듯 굵게 쓰는 부분에 힘을 준 후 살짝 힘을 빼면 굵기에 변화가 생기며 멋진 글씨가 완성됩니다.
자, 이번엔 복습 마지막 순서로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 제목이기도 한 ‘태양의 후예’를 한 번 써볼게요.
어떠세요? 맨 위 글씨의 경우, 귀엽긴 하지만 굵기 변화가 없어 깨끗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글씨는 좀 더 다양한 느낌을 주는데요. 같은 ‘태’ 자라 해도 어느 부분을 굵게 쓰는지, 또 어디서 획을 길고 짧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모양이 확 변하게 됩니다. ‘양’ 자도 마찬가지예요. ‘ㅇ'을 옆으로 눕혀 쓰느냐, 세로로 길게 빼며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글씨가 완성되는 거죠. 나머지 글자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캘리그래피는 웬만해선 베껴 쓰기가 힘듭니다. 그게 또 캘리그래피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나무젓가락과 면봉으로 이색 캘리그래피 도전?
자, 그럼 이번엔 붓 말고 다른 도구로 쓰는 글씨에 도전해볼게요. 제가 오늘 시험해볼 건 나무젓가락, 그리고 면봉입니다. 이 두 가지가 대표적 도구이긴 하지만 다 쓴 마스카라 같은 것도 훌륭한 대체 도구가 될 수 있으니 참조하세요.
나무젓가락의 경우, 원래 상태 그대로 쓰셔도 되지만 아래 사진에서처럼 반을 뚝 잘라 쓰셔도 좋습니다. 단, 이때 단면이 거칠게 나오더라도 그냥 두세요. 그 느낌 그대로 가져가는 게 ‘포인트’거든요. 면봉 역시 앞뒤 모양이 다른 경우, 양쪽을 다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실제로 한 번 써볼까요? 붓으로도 써본 글자 ‘봄’부터 도전해보겠습니다.
네 가지 필체가 전부 다른 느낌이죠? 왼쪽부터 각각 나무젓가락을 잘라 쓴 글씨, 나무젓가락을 자르지 않고 쓴 글씨, 서로 다른 앞뒤 모양의 면봉으로 쓴 글씨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무젓가락은 거칠거나 곧은 느낌을 줄 때, 면봉은 귀엽고 따뜻한 느낌을 줄 때 쓰는 게 좋으니 각 경우에 맞춰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자, 다음으로 다시 나무젓가락을 활용해 ‘도전’ 단어를 써보겠습니다. 일단 반으로 자른 나무젓가락을 활용한 글씨입니다.
잘린 단면의 거친 느낌을 살려 먹물을 찍은 후 쓰니 정말 도전하고 싶은 느낌이 물씬 나는 글씨가 완성됐네요. 이 과정도 동영상으로 한 번 보여드릴게요.
동영상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과감하게, 거침없이 쓱쓱 써내려가보세요. 여기에 그림까지 살짝 곁들이면 정말 멋진 작품이 완성된답니다.
이번엔 자르지 않은 나무젓가락으로 쓴 글씨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게요. 붓의 경우, 모(毛)에 머물렀던 먹물이 글씨를 쓰는 과정에서 조금씩 빠지게 되는데요. 반면, 나무젓가락은 붓처럼 먹물이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획을 긋는 부분은 먹물이 많이 묻어 있어 굵고 진하게 써지는 반면, 그 다음 획에선 먹물이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얇고 흐리게 써집니다. 자연스레 굵기 변화가 생긴다고나 할까요?
이번엔 나무젓가락 글씨의 특성을 살려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태극기 이미지에 ‘한국’이란 단어를 나무젓가락으로 써넣은 겁니다. 붓이 아니어도 충분히 멋진 작품이 완성됐죠?
면봉의 경우에도 그 특유의 느낌을 살려 자유롭게 이것저것 써보세요. 같은 단어라도 다른 느낌을 받으실 테니까요.
오늘 칼럼은 여기까집니다. 여러 도구로 캘리그래피를 연습하시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타입을 찾으실 수 있을 텐데요. 붓으로 열심히 연습하시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혹은 다른 느낌의 필체를 찾고 싶을 땐 도구를 바꿔 써보시길 추천합니다(저 개인적으론 나무젓가락의 곧은 이미지를 좋아하지만 단연 최고의 도구는 붓이겠죠?).
TV 보실 때 심심해할(?) 손가락을 생각해 붓을 잡고 글씨 연습 해보는 것도 제법 도움이 되니 많이들 활용해보세요. 그럼 전 다음 칼럼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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