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이발 봉사해 온 ‘가위손 엔지니어’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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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평생 다른 사람을 돕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그리 길지 않을 것. 그런데 여기, 지금까지 4,600여 명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인물이 있다.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김진묵 씨

▲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김진묵 씨

군대에서 배운 이발 기술을 활용해 지난 20여 년 동안 이발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김진묵 씨가 그 주인공.

뉴욕에 ‘거미손’이 있다면, 삼성전자엔 ‘사랑손’이 있다

평일 저녁, 하루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가서 두 다리를 쭉 뻗고 쉬고 싶은 시간. 김진묵 씨와 동료들은 집으로 향하는 통근버스 대신 논밭 길 40분을 달려 아리실복지원(경기도 용인시 남사면 소재)에 도착했다.

복지원에서 봉사중인 김진묵 씨

그리고 복지원에선 이내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삼성전자 이발 봉사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복지원 할아버지들이 ‘이발 대기’ 중이었다. 이곳 복지원과 약속된 시간은 오후 6시. 할아버지들은 이 시간을 기억하며,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사랑손 동호회’ 회원들을 기다린다. 김진묵 씨가 창단 멤버로 있는 ‘사랑손 동호회’는 2000년에 발족해 정기적으로 지역사회 요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하루 일 끝내고 쉬어야 하는데 이 시간에 와서 이렇게 이발해 주니 정말 고맙죠.” (이현오 할아버지)
“13년 동안 계속 이발을 받았어요. 무료로 예쁘게 깎을 수 있으니 좋고, 시원해서 좋습니다.” (김일성 할아버지)
“자기 부모처럼 성심껏 이발을 해주면서 즐겁게 해 드리기도 하니, 할아버지들도 마음에 들어 하시죠. 오랜 기간 이발 봉사를 하다 보니 이용원보다 실력이 더 좋답니다.” (이희철 원장)

복지원 이희철 원장은 2002년부터 김진묵 씨를 봐왔다. 다른 봉사팀들도 종종 오지만, 김진묵 씨는 17년간 한 번도 이발 봉사를 거르지 않고 찾아와 더욱 특별하다고 말한다.

김진묵 씨의 손길이 닿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19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용인시 세광정신요양원 외에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해외에도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그 남편에 그 아내’, 전 가족이 봉사활동 삼매경

김진묵 씨가 처음 이발을 시작한 것은 ‘반강제’나 다름없었다. 1996년, 20대의 김진묵 씨는 통신병으로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받은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동기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이발기를 들고, 동기들을 대상으로 이발을 하게 됐다.

계급이 올라가면서 경험이 쌓이고 실력도 수준급이 되자, 동기들은 휴가 나가기 전에 늘 김진묵 씨를 찾아왔다고. 삼성전자 입사 후 군대에 갔던 김진묵 씨는 전역 후 업무에 복귀했고, 1999년 ‘사랑손 동호회’를 만들었다. 그렇게 김진묵 씨의 ‘이발 봉사’ 인생이 시작됐다.

김진묵 씨와 사랑손 동호회는 매주 둘째, 셋째 주에 아리실복지원을, 넷째 주에는 세광정신요양원을 찾고 있다. 각각 17년, 19년이라는 긴 인연을 이어왔다.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기 때문에, 한 시설과 인연을 맺으면 꾸준히 방문해야 한다는 생각이 긴 봉사활동의 원동력이 됐다.

2004년 아리실복지원 송년 행사. 김진묵 씨가 아들과 함께 턱시도를 입고 트로트를 부르고 있다. 시간이 흘러 이제 김진묵 씨의 아들은 대학생이 됐다.

▲ 2004년 아리실복지원 송년 행사. 김진묵 씨가 아들과 함께 턱시도를 입고 트로트를 부르고 있다. 시간이 흘러 이제 김진묵 씨의 아들은 대학생이 됐다.

매주 이렇게 이발 봉사를 하러 가면,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주말마다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고 싶을 법도 한데, 김진묵 씨의 아내는 남편의 봉사 활동에 함께 한다. 여름이면 삼계탕을 끓이고, 겨울이면 송편을 빚어 어르신들께 음식을 대접한다. ‘봉사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봉사 활동을 함께 해왔다. 아이들이 걷기 전엔 아이를 업고 봉사 활동 현장을 찾기도 했다고.

2003년 방글라데시의 한 마을에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는 김진묵 씨. 주민들이 줄을 서서 머리를 자를 정도로 그의 ‘한국식 커트’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 2003년 방글라데시의 한 마을에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는 김진묵 씨. 주민들이 줄을 서서 머리를 자를 정도로 그의 ‘한국식 커트’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김진묵 씨는 우수 봉사 활동자를 대상으로 한 삼성전자 해외 봉사 활동에 참여했고, 방글라데시(2003년)와 필리핀(2012년)에서 이발 봉사를 했다. 집과 학교를 짓고 수리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특별한 봉사 활동에 나선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아이들의 머리도 예쁘게 다듬어 주었다.

▲ 필리핀에서는 아이들의 머리도 예쁘게 다듬어 주었다.

“제 머리도 제가 깎아요”, 투블럭 혼자 하는 이발 달인

자신의 머리도 투블럭으로 멋지게 깎는 김진묵 씨

▲ 자신의 머리도 투블럭으로 멋지게 깎는 김진묵 씨

군대에서 경험까지 합하면 20년이 넘는 ‘이발 달인’ 김진묵 씨에게 색다른 특기가 하나 있다. 바로 ‘제 머리 깎기’다. “요즘 젊은 친구들처럼 저도 투블럭 컷을 해요. 제가 직접”이라며 자신의 머리를 단숨에 깎는다.

더 나은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커트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랑손  동호회’ 회원들

▲ 더 나은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커트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랑손 동호회’ 회원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자라 있는 머리카락처럼, 묵묵하고 꾸준하게 봉사 활동을 이어온 김진묵 씨. 그는 지난 20여 년의 봉사 활동이 결코 대단하거나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재능, ‘끼’를 활용하는 일이었기에 더 보람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랑손 동호회는 매주 화요일마다 미용원 원장을 초청해 봉사자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첫 단계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어 이발 경험이 없는 이들도 동참할 수 있다. 김진묵 씨의 바람처럼, 더 많은 임직원이 ‘사랑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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