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 한지민, 박형식과 함께한 ‘두 개의 빛: 릴루미노’ 시사회, 그 이후…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겨울이면 눈이 쌓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의 빛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잃어버린 ‘빛’을 되찾아 준다는 건 세상의 아름다운 것 모두를 선물하는 것과 같다. VR로 저시력자에게 더욱 선명한 시야를 찾아주는 시각 보조 앱이 ‘다시 밝게 하다’라는 뜻의 ‘릴루미노(Relúmĭno)’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 역시 이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12월 21일, 서울 잠실의 롯데시네마에서 한 특별한 단편 영화가 상영되었다. 채 30분이 되지 않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긴 여운을 남긴 영화 <두 개의 빛: 릴루미노>의 시사회였다. 시각 장애인 사진동호회에서 만난 남과 여. 차츰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 ‘인수’와 보이지 않아도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여자 ‘수영’은 어떻게 세 번의 출사, 다섯 번의 만남 속에서 서로의 빛이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릴루미노는 어떤 장치로 사용되었을까? 그 답은 시사회를 함께 참여한 허진호 감독, 배우 한지민 씨, 박형식 씨에게 직접 들어보자.
“릴루미노 영상을 통해 받은 감동을 전하고 싶었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특별한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호감이 커진 후 ‘릴루미노’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자신의 눈으로 처음 본 그 순간만큼은 특별했다. 담담하게 흘러가던 영화의 감정선이 폭발한 그때, ‘수영’의 눈에서 흐른 눈물의 의미를 대다수 저시력자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멜로의 대가라 불리는 허진호 감독다운 연출이었다.
허진호 감독은 지난 11월 초 우연히 릴루미노의 시연 영상에서 감동을 받은 뒤,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를 보지 못했던 아이가 자기 엄마를 알아보는 장면, 30~40년 된 저시력자 친구들이 릴루미노를 통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장면, 릴루미노를 쓴 저시력자들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 등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또한 허진호 감독은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의도치 않은 편견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대부분 시각장애인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덕분에 우리나라에 있는 25만 명의 시각장애인 중 약 21만 명 정도가 ‘전맹’이 아닌 ‘저시력자’라는 걸 알게 되었죠. 또한 실제로 제가 만난 시각장애인 분들은 굉장히 밝고, 농담도 잘하는 분들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어둡고, 슬픈 이미지가 전혀 아니었어요. 오히려 행복하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한지민 씨와 박형식 씨가 남녀 주인공으로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시력자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빛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피구왕 통키까지는 봤어요.” 앞이 보이지 않아도 밝은 미소를 가지고 당차게 살아가는 아로마 테라피스트 수영 역을 맡은 한지민 씨는 저시력자들에게 작게나마 희망의 빛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 에피소드 대다수가 실제 시각 장애인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연기에 진정성을 담기 위해서 감독님, 형식 씨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단편일지라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 진짜 그분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었어요. 저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고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보육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치매를 앓는 노인분들을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주는 등 다방면으로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는 그녀다운 말이었다.
스크린에서 첫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박형식 씨 역시 “제 첫 영화를 한지민 선배님과 허진호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어 굉장히 영광이고 행복했습니다. 또 영화의 취지도 너무 좋아서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을 준비하면서 실제 시각장애인분들을 만나 자문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그분들의 유쾌한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고, 그런 그분들의 모습을 최대한 이 작품에 녹여내려고 노력했습니다”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시각 장애를 가진 분들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작품을 대하는 마음부터 따뜻한 배우들이었기에, 그들의 연기는 작은 부분까지 실제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특히 저시력자들의 한쪽 눈 눈동자가 기울어져 있는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한 한지민 씨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시각장애인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저시력자 분들의 한쪽 눈이 조금 기울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시선이 다른 쪽에 가 있는, 그 조금 묘한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연습해서 겨우 익숙해질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눈동자 연기에 너무 몰입해 물체가 두 개의 상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때 느낀 불편함 덕분에 수영’이라는 배역을 좀 더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었죠.”
실제로 미술관에서 릴루미노를 통해 인수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을 표현한 그녀의 연기는 ‘애드립’이었다. 그녀는 감독님이 지시한 사항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쌓인 감정이 울컥하며 폭발했고, 그 느낌을 살려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미 시각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수영과 달리 이제 막 시력을 잃어가는 ‘인수’를 연기한 박형식 씨는 그녀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점차 시력을 잃어가면서 눈에 초점이 없어져야 하는데, 누군가 지나가거나 말을 걸면 저절로 초점이 잡혀버리더라고요. 인수를 연기 할 때, 그 점이 가장 어려웠는데 감독님과 한지민 선배님께 많은 조언을 받아,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담담하지만 또렷하게, 영화 <두 개의 빛: 릴루미노>를 말하다
진심을 담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이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감독의 연출,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술로 시각장애인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릴루미노’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진 영화 <두 개의 빛: 릴루미노>를 본 관객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시사회장에서 만난 파워블로거 ‘럽카키(위 사진)’ 씨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허준호 감독님의 멜로물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시각장애인을 다룬 영화라 슬픈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밝게 그려져서 좀 색달랐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서 저시력자들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기술이라는 게 그저 편리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을 넘어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죠.”라는 감탄을 덧붙였다.
반면, 영화 콘텐츠 크리에이터 ‘리뷰엉이’ 씨는 “저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사진동호회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에 아이러니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다시 시청각매체인 영화로 표현한다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본다’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라며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색다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는 보는 사람의 심리나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세상에 100명의 관객이 있다면, 100개의 감상평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신은 <두 개의 빛: 릴루미노>라는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끼게 될까? 삼성전자는 더 많은 사람이 시각장애인의 삶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온라인상에 무상으로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기자들을 위한 시사회는 끝이 났지만, 아직 당신을 위한 시사회는 진행 중이다. 당신의 하루 중 단 30분만 이 영화에 투자해보는 건 어떨까? <영화 감상하기>
릴루미노는 ‘빛을 되돌려주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삼성전자 C-Lab에서 개발한 저시력인을 위한 VR 시각보조 앱입니다.
※ 릴루미노 홈페이지 https://www.samsungrelu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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