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랩 스핀오프 기업 탐방] ①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 에바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선뜻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 충전 스트레스 없이 전기차를 사용할 순 없을까?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는 C랩 스핀오프 35호 기업, 에바(EVAR)를 만났다.
SCENE #1: 상상을 현실로 함께 만든 든든한 C랩 동기들
2016년, 에바의 이훈 대표는 전기차 구입을 결심하고 구매 예약을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주생활권에 전기차 충전소가 많지 않았기 때문. 특히 아파트 주차장의 경우,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입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가뜩이나 부족한 주차 자리에 전기차 자리까지 만들 수는 없다’라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 그때 이훈 대표의 눈에 띈 것은 바로 ‘보조배터리’였다. ‘전기차도 스마트폰처럼 보조배터리로 충전하면 되지 않을까? 보조배터리가 자율 주행으로 알아서 움직이면서 충전해주면 더 편리하겠는데?’ 이 생각은 곧 C랩의 과제로 이어졌다.
이훈 대표<위 사진>는 “에바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C랩 동기들이 함께 의기투합해 상상을 현실로 만든 덕분”이라며 C랩 동기들과의 만남을 가장 중요한 첫 신(scene)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기획업무만 주로 맡았었는데, C랩에 와서 기획·영업·마케팅을 두루 섭렵한 신동혁 이사,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넘나들며 제품 개발을 하는 김기재 이사를 만나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SCENE #2: 또 하나의 돌파구, 수동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에바는 ‘자율 주행 충전 로봇’이라는 솔루션으로 2018년 10월, 스핀오프 35호 기업이 됐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탑재한 로봇이 알아서 배터리가 부족한 전기차로 이동해 충전을 한다는 콘셉트다. 그해 11월 법인을 설립하고 스타트업으로 첫 걸음을 디디던 찰나, 생각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혔다. 자율 주행 인증 기준을 충전기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시장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것. 신동혁 이사는 “주차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혹시나 생길 지 모를 접촉 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적당한 법 기준이 없다 보니 관련 보험 상품도 없더라”며 “현실적으로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아 직접 사람이 충전기를 움직여서 사용하는 ‘수동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를 고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동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의 사용 방식은 간단하다. 충전기 카트를 끌고 와 전용 어댑터에 맞춰끼운 후 전기차에 충전하면 끝. 배터리를 장착한 충전기 카트를 끄는 게 무겁진 않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다. 충전기 카트에 ‘근력 증강 기술’이 탑재돼 남녀노소 누구나 조금만 밀기만 해도 모터가 스스로 구동해 움직인다. 하드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박진성 상무는 “처음에는 ‘음료 판매 전동 카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조작을 위해서는 면허가 필요했고 별도의 매뉴얼을 익혀야만 했다”며 “누구나 직관적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다, 근력증강 센서로 약간의 미는 힘을 감지해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지금과 같은 방식을 개발하게 됐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수동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의 장점은 뭐니 해도 공간 사용성이다. 신동혁 이사는 “이 충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차만의 별도 주차 공간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라며 “카트 한 대를 100% 충전해 놓으면 평균적으로 전기차를 2회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CENE #3: 에바, 전기차 규제자유특구에 입성하다
에바의 직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고 있다. 제주도가 ‘전기차 충전 서비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에바의 시제품이 실증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것. 이 때문에 제주도에서 2년 동안 제약 없이 테스트를 진행해 볼 수 있게 됐다.
이훈 대표는 “전기사업법, 자동차관리법 등의 규제로 시장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규제자유특구 사업은 유일한 희망이었다”며 “선발 기간 당시 우리 부품으로도 사용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인해 화재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선정에서 제외될 뻔했는데, 매일같이 해당 부처 담당자 사무실을 찾아가고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을 약속해 다행히 대상으로 선정되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우여곡절 끝에 실제 주차장에 입성한 에바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김로사 매니저<위 사진>는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본 분이 ‘이거 누가 가져가면 어떻게 하냐’는 의견을 줬었다”라며 “워낙 제품이 무거운 데다, 도로를 주행할 만한 속도도 아니어서 그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덕분에 카트 내에 GPS도 달고, 지정 주차장을 벗어나면 관제 센터로 알람을 보내는 시스템도 탑재했다”고 전했다.
SCENE #4: 불편 없애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다
에바의 솔루션은 단순히 이동식 충전기에 그치지 않는다.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를 목표로 불편을 덜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
제주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부르면 찾아가는 온디맨드(Ondemand) 충전 서비스’도 그 일환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창희 씨<아래 사진>는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렌트하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 전기차가 처음이라 충전 방법이 익숙지 않고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라며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저희가 숙소로 찾아가 전기차 충전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라고 말했다.
에바는 지난 4월 ‘전력공유형 스마트 충전기’도 출시했다. 김창희 책임연구원은 “충전기가 전기 소모가 많다 보니 아파트 전력만으로는 전기 충전기를 증설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충전기끼리 전력을 공유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눠 쓸 수 있는 ‘전력 공유형 스마트 충전기’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바의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 비전이 그리 멀어 보이진 않는다. 2018년 C랩에서 3명의 창업자(이훈, 김기재, 신동혁)로 분사해 지금은 13명으로 구성원이 늘었다. 더욱이 분사 만 3년 만에 ETRI를 비롯, 총 3곳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시장성도 인정을 받았다. 이훈 대표는 “자율 주행 방식도 언젠가는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라며 “앞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충전 제품으로 사용자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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