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망∙성∙쇠’ 4개 키워드로 돌아본 O2O 산업
지난 2007년[1]을 기점으로 한층 정교해지고 저렴해진 모바일 센서가 속속 개발되며 신규 사업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상당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연결’을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물론 온·오프라인 결합 상품은 인터넷이 일상화된 이후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이런 콘셉트는 모바일 특유의 이동성과 속도감, 한층 쉬워진 결제 방식 등과 결합하며 수많은 신예 기업을 등장시켰다. 그중 가장 큰 주류를 이룬 게 O2O(Online to Offline) 산업이다.
#1. 흥(興)
대표적 사례가 모바일 차량 예약 이용 서비스 ‘우버(Uber)’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장소에서 편리하게 차량을 호출, 이용할 수 있는 우버가 세계 각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지난해엔 ‘우버라이제이션(uberization, 모바일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공급자가 직접 연결돼 이뤄지는 각종 주문·배달 서비스)’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실제로 우버의 ‘전공’인 교통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 배달이나 이사, 심지어 도시 설계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영역이 급속히 ‘우버화(化)’되고 있다.
△단 한 개의 방도 없이 전 세계에 수천 만 개의 객실을 보유한 ‘에어비앤비(airbnb)’ △26만 명 규모인 국내 택시 기사 중 25만 명 이상을 가입시킨 ‘카카오택시(kakaotaxi)’ △지난 한 해에만 1조8000억 원의 결제액을 기록한 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 등 우버라이제이션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서비스는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가짓수가 상당하다. 그리고 국경을 넘나들며 번져가는 ‘글로벌 O2O 산업 열풍’의 중심엔 (당연하게도!) 스마트폰이 있다.
#2. 망(亡)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O2O 산업 열풍을 등에 업고 무수한 스타트업이 출현했다. 하지만 그 모두가 충분한 사업성을 갖추고 있었느냐, 고 되묻는다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사실 O2O 산업은 기술적으로나 사업 형태로나 ‘(사용자) 위치와 인구’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자연히 주요 서비스 지역이나 국가의 법과 제도, 문화에 의해 상당 부분 제약을 받는다. 우버가 적지 않은 국가나 사업자와 충돌을 거듭하고 한국·중국·덴마크 등에선 실제로 철수하는 등 ‘쓴맛’을 본 건 그 때문이다(아직 건재하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백기를 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야심만만하게 출발했다 이런저런 암초에 부딪쳐 곤욕을 치른 O2O 기업은 사실 꽤 많다. 청소 대행 서비스로 각광 받았지만 종업원 처우 개선 관련 소송에 시달리고 추가 투자 유치에까지 실패하며 결국 폐업에 이른 미국 스타트업 ‘홈조이(Homejoy)’가 대표적(공교롭게도 국내에서 홈조이와 비슷한 사업 모델을 표방했던 ‘홈클’ 역시 폐업 수순을 밟았다). ‘세탁계의 우버’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세탁 대행 서비스 ‘워시오(Washio)’ 역시 창업 3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이 밖에도 벨기에에서 출발해 유럽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해가던 음식 배달 O2O 서비스 ‘테이크잇이지(Take it easy)’, 한때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75%를 웃돌 만큼 인기를 끌었던 차량 세차·수리 서비스 기업 ‘보파이(Bopai)’가 지난해 줄줄이 도산했다.
O2O 기업이 서비스 지역을 불문하고 고전하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당장 떠오르는 건 △서비스 제공 지역 내 법과 제도, 문화와의 충돌 △초기 투자 자금 소진과 그에 따른 후속 투자 유치 실패 △낮은 기술 장벽으로 인한 동종 업계 내 경쟁 과열 등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적지 않은 국내외 O2O 기업이 현실을 도외시한 채 신기루를 좇고 있다. 그 결과는 예외 없이 경영 부진과 파산으로 이어진다.
#3. 성(盛)
당연한 얘기겠지만 모든 O2O 기업이 실패한 건 아니다. 전 세계 주요 선진국 대부분엔 내로라하는 O2O 사업 플랫폼, 이를테면 △카카오톡(kakaotalk, 한국) △위챗(微信, 중국) △라인(LINE, 일본) △왓츠앱(Whatsapp)과 페이스북 메신저(이상 미국) 등이 존재한다. 이들 플랫폼은 하나같이 다운로드 횟수와 가입자 수, 사용자 수(Monthly Active Users)가 많다. O2O 사업 모델의 첫 번째 전제 조건이 ‘활발한 고객 트래픽’이기 때문이다[2].
실제로 앞서 언급한 O2O 사업 플랫폼은 이미 오래전 수억 명 규모의 가입(사용)자를 갖췄다. 흥미로운 건 가입(사용)자 수 자체가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는단 사실이다. 이들 사업자는 주력 서비스(인터넷 메신저)로 매출을 일으키는 대신 콘텐츠(게임·이모티콘 등) 이용료와 중개 수수료, 광고료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찍이 한 번도 출현한 적 없던 ‘다각화 비즈니스’다.
시장 상황이 어렵다곤 하지만 여전히 건재한 O2O 기업(스타트업)도 적지 않다. △2011년 독일에서 창업한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 △미국 음식 배달 O2O 서비스의 선두주자 ‘그럽허브(GrubHub)’ △2000년 덴마크에서 창업, 영국으로 거점을 옮긴 후 20년 가까이 탄탄하게 운영 중인 ‘저스트잇(JUST EAT)’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이 주요 사례. 국내에서도 △‘직방’ ‘다방’(이상 부동산 거래) △‘배달의 민족’(음식 배달) △교보문고 ‘바로드림’(도서 주문) 등의 서비스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성공가도를 향해 차근차근 달려가고 있다.
아래 표는 2017년 6월 현재 국내에서 제공되고 있는 O2O 서비스 현황을 분류한 것이다. 표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은 생계(생활)형이다. 다시 말해 차원을 달리한 고급 시장으로 넘어가면 ‘절대강자’라 할 만한 기업이나 서비스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그 자체가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하나의 힌트 역할을 하는 셈이기도 하다).
#4. 쇠(衰), 그리고 미래
특정 산업의 흥망성쇠를 논할 때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쇠(衰)’ 부분이다. 추가 동력을 얻지 못한 채 스러져가는 이유를 하나씩 따져보면 자연스레 해당 산업의 미래를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O2O 산업이 교육·문화·금융·의료 등 적용 분야를 확장해가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시장 확신 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 실제로 턱없이 많은 사업 자금과 낮은 기술 진입장벽, 그로 인한 과열 경쟁 등의 난관은 여전히 O2O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터넷은 사라질 것(Internet will be disappear)”이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예언은 역설적으로 ‘일상 깊숙이 들어온’ 인터넷의 위상 강화를 대변했다. 마찬가지로 O2O 산업 역시 머지않아 ‘굳이 인식할 이유조차 없는’ 일상 속 서비스가 될 게 분명하다. 따라서 O2O 산업의 쇠락은 ‘몰락’과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15년 우버가 핀란드 헬싱키에 제안한 일명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의미심장하다. 우버는 자사 고객과 운전자의 행동 유형을 토대로 헬싱키 시내 교통의 흐름과 시민들의 이동 경로에 관한 데이터를 전부 수집했다. 이 같은 ‘빅데이터’는 도시 전체의 교통 설계를 가능케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O2O 서비스의 미래가 아닐까? 결국 O2O 산업의 미래는 현대인의 일상과 밀접한 생활 데이터의 생성, 그리고 활용에 달려있다.
▲자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구상한 우버의 사례는 앞으로 O2O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데이터 기반 O2O 모델’의 성공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 내비게이션(옛 ‘김기사’)이다. 카카오 내비게이션은 고객이 위치한 장소 주변 맛집을 추천하며 그 근거로 과거 해당 음식점 관련 데이터(방문자 수, 평가 등)를 활용한다. 한때 몇몇 전문가의 주관적 논평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맛집 평가가 그 기준을 객관적 빅데이터로 바꾼 것이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 추천’ 방식은 앞으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제 모든 기업은 ‘고객이 어딜, 얼마나 자주 가서 뭘 사고 먹으며 지불 수단으론 어떤 걸 활용하느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기록이 매출을 좌우하는 기초 데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데이터 기술(DT) 시대로 가고 있다”던 몇 년 전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메시지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그 기초가 되는 게 O2O 산업인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은 O2O 산업의 쇠락기라기보다 옥석(玉石)이 가려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O2O 산업은 현대인의 일상을 파고들며 점차 가치가 높은 분야로의 이동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핵심엔 인공지능이 자리 잡고 있다[3]. 요컨대 현대인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창출하는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재료가 된다. 그리고 이들 데이터는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한층 빠르고 섬세하며 정확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현해낸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원고에 삽입된 도표는 필자의 페이스북에서 발췌, 인용됐습니다(일부 제외)
[1] 2007년은 미국 애플사가 아이폰을 출시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에 불을 댕긴 시기다
[2] 미국 아마존의 사업 원칙 ‘최대한 빨리 성장하라(Get Big Fast)’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3] O2O 산업이 생성해내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4차 산업혁명과의 관계는 지난 칼럼(4차 산업혁명, 세계 각국과 기업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후반부에서 도표 형태로 설명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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