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기기, ‘더 넓은 세상’ 향한 선물 되다… 서광학교 스마트스쿨
“장애인 ‘나 홀로 버스 탑승’ VR 기기로 체험 후 도전해봤죠”
버스에 올라 타 교통카드를 카드 리더기에 찍는다. 벨을 눌러 원하는 목적지에 내린다. 일상에서 흔히 겪을 법한 상황이지만 지적 장애인에게 ‘혼자’ 버스 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지 않은 환경이라 곧바로 적응하기 어렵고, 때론 돌발 행동으로 주변 사람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애를 지닌 학생들이 혼자서 버스를 타도록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올해 투모로우 스토리 삼성스마트스쿨 미래교사상[1]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오상철(36) 경기 수원 서광학교 교사가 삼성스마트스쿨에 손을 내민 이유다. “서광학교는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모여 수업을 듣는 곳이에요. 전교생이 200명쯤 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학하는 학생은 한 명뿐이죠. 대중교통은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거잖아요. 고민을 거듭하다 ‘VR 기기를 활용해 (혼자 버스 타는 법을) 가르치면 어떨까?’ 생각했죠.”
오 교사가 근무하는 서광학교는 지난해 7월 40대 1(총 신청 기관 595개, 최종 선정 기관 15개)의 경쟁률을 뚫고 그해 삼성스마트스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교내엔 전자칠판과 태블릿 PC, VR 기기 등이 갖춰진 첨단 교실이 들어섰다.
오 교사의 ‘실험’이 시작된 것도 그 즈음부터였다. “교실에 스마트 기기가 도입되자마자 교문 앞에서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리는 과정을 촬영, 학생들이 VR 기기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제론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되면서 학생들이 무척 좋아했어요.”
그는 일반 교과 과정에도 스마트 기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VR 기기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서도 얼마든지 제주도 바닷속을 탐험하고 프랑스 파리 시내를 거닐 수 있어요. 태블릿 PC와 애플리케이션은 한글 교육에도 유용하죠. 수업 내내 화면이 움직이고 ‘칭찬 노래’가 흘러나와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거든요.”
디지털 기기 낯설어하던 동료 교사 설득… 짬 내 강단 서기도
2018년 11월 현재 서광학교 내 스마트스쿨은 1주일(35교시) 내내 비어있을 때가 거의 없을 만큼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정작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동료 교사들이 디지털 기기를 낯설어했던 탓이다. 스마트스쿨의 효과를 자신했던 그는 동료 교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두 팔 걷어붙였다. 디지털 기기 활용 요령을 영상을 제작해 나눠주는 한편, ‘스마트스쿨 활용법’을 주제로 연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운영 초기 공란이 많았던 스마트스쿨 이용 시간표가 이젠 매주 꽉 차있어요.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이 스마트스쿨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학생들이 스마트스쿨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숙제 중 하나였다. 특히 VR 기기를 착용했을 때 잠깐 주변이 어두워지는 걸 못 참고 기기를 벗어 던지는 학생을 다루는 일은 결코 만만찮았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기보다 천천히 착용 시간을 늘려가며 학생들이 적응할 때까지 기다렸다. “지난겨울엔 눈 내리는 영상을 틀어줬거든요. 아이들이 빈 교실 바닥에 실제로 눈이 쌓인 줄 알고 그걸 모아 실제로 던지는 흉내를 내더라고요. 처음엔 기기 착용하는 것조차 거부감을 느끼던 아이들이 지금은 수업을 재밌는 놀이처럼 즐기게 돼 정말 다행입니다.”
느리지만 대견하게 자란 아이들 보면 뿌듯 “완전 자립 돕고파”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야외 학습은 여러모로 제약이 많다. 학생 개개인의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인데다 툭하면 나오는 돌발 행동도 변수이기 때문. 오 교사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장애 학생에겐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간접 체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삼성스마트스쿨로 선정된 이후) 서광학교의 1년은 “느리지만 대견하게 성장한 시간”이다. “아이들이 혼자 버스를 타고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게 되면 주변에서 좋아하겠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학생 스스로의 만족도가 높아진단 사실이에요. 어딘가로 이동해야 할 때, 혹은 배가 고플 때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전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스스로 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어요. 확신도 있고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특수학교의 교육 격차에 공감하고 해결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삼성스마트스쿨에 특히 고맙습니다.”
서광학교를 포함해 올해까지 도합 7년간 삼성스마트스쿨에 선정된 기관은 모두 81개(학급 수는 156개). 특히 올해부턴 누구나 쉽게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 자격[2]을 대폭 넓혔고 임직원과 함께하는 해커톤[3], 스마트스쿨 대상자 온∙오프라인 정기 모임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다양한 교육 격차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도록 대대적 변화를 시도한 것. ‘누군가에겐 당연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교육’을 향해 노력하는, 오상철 교사 같은 이들이 존재하는 한 삼성스마트스쿨 역시 그 행보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1] 디지털 기기를 활용, 새로운 교육 기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 교사에게 주는 상
[2] 병원∙다문화센터∙보육원은 물론이고 시니어 학교나 대학교 동아리, 소셜벤처 등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싶은 단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3] 예선 통과 기관은 해커톤에서 삼성전자 임직원의 도움을 받아 교육 현장에서 느낀 문제의 개선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은 일종의 멘토로서 본인의 직무 경험을 자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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