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게임기의 양대 산맥’ 겜보이∙컴보이를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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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게임기의 양대 산맥' 겜보이∙컴보이를 소환하다 개성 넘치는 임직원 여섯 명이 매주 색다른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우리 삶 가까이 있는 IT와 일상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여러분께 임직원 칼럼으로 인사 드리게 된 ‘레트로 게임기 마니아 추억배달부’입니다. 필명에서도 짐작하시겠지만 제 칼럼의 주제는 ‘옛날 게임기’입니다. 개인적 취미로 예전 게임기를 사 모으기 시작했던 게 사내에서 화제가 돼 지난해 9월 삼성전자 사내 매체에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그 기사가 뉴스룸에도 실리면서 뉴스룸 독자 여러분께도 한 차례 인사 드렸었습니다<아래 박스 참조>.


그때 맺은 인연으로 ‘삼성전자 뉴스룸 임직원 칼럼니스트 데뷔’ 기회까지 얻게 됐는데요. 기왕 이렇게 된 것, 여러분이 좀 더 재밌게 제 글을 읽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이 큰 인기를 끌며 복고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드라마 속 ‘그때 그 시절’을 접하며 잠시나마 추억에 젖으셨던 분, 많으실 텐데요. 비록 지금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회사와 집을 오가며 일상에 치이는 신세지만 제게도, 그리고 여러분께도 골목에서 구슬치기 하고 불량식품 사 먹던 꼬맹이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앞으로 전 이 공간을 통해 ‘게임기’란 소재로 여러분이 잠시나마 ‘추억 여행’을 떠나실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인데요. 자, 그럼 첫 번째 여행을 시작해볼까요?

겜보이 정식 명칭: 세가 마스터 시스템(SEGA Master System) 제작사: 일본 세가(SEGA)사 국내 수입 판매사: 삼성전자

 

동네 친구 ‘전원 소환’ 가능했던, 마법의 물건

겜보이와 컴보이입니다.
▲삼성전자와 당시 현대전자가 각각 수입, 판매했던 겜보이(왼쪽 사진)와 컴보이

위 사진 속 두 물건이 바로 오늘 칼럼의 주인공입니다. 하나는 일본에서,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각각 공수돼왔죠. 사진 왼쪽은 일본 기업 세가(SEGA)가 출시했던 8비트(bit) 게임기 ‘세가 마스터 시스템(SEGA Master System)’인데요. 삼성전자가 ‘겜보이’란 명칭으로 수입, 판매했습니다. 오른쪽은 비슷한 시기, 역시 일본 기업 닌텐도(NINTENDO)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선보였던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INTENDO Entertainment System)’입니다. 국내에선 (지금은 SK하이닉스가 된) 현대전자가 들여와 ‘컴보이’란 상품으로 판매했죠.

사진 속 겜보이는 제 게임기 수집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기기입니다. 아쉽지만 국내 발매 모델은 아닙니다. 당시 수입됐던 기기는 현재 거래가가 100만 원(박스셋 기준)을 훌쩍 넘어가는 희귀품이어서 아쉬우나마 동일하게 생긴 ‘일본판’을 입수한 걸로 만족하고 있죠.

오라!오라! 재미있고 신나는 겜보이의 세계로- 야로! 오늘은 즐거운 징글벨- 겜보이 마스 ▲겜보이 신문 광고입니다.
▲겜보이 국내 출시 당시 신문 광고입니다. 그 시절 겜보이는 동네 친구들을 죄다 ‘소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물건이었죠

이쯤에서 제가 이 귀한 물건을 입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실 텐데요. 어릴 적, 맞벌이 가정에서 자란 전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형들과 어울려 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들을 통해 옆 동네에 새로 들어선 오락실 정보를 접하게 됐죠.

물어 물어 찾아간 그곳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오락실은 ‘불량배나 문제 학생이 가는 곳’이란 인식이 강한 장소였습니다. 운 나쁘면 학교에서 단속 나온 선생님이나 선도부 형들과 마주쳐 이름이 적히는 건 물론, 며칠 후 화장실 청소자 명단에 포함되는 ‘영예’(?)까지 안아야 했죠. 제가 오락실 근처를 기웃거린단 사실을 알아차리신 부모님은 고심 끝에 당시 11만9000원이란 거금을 들여 제게 겜보이를 사주셨습니다. (아쉽게도 그때 부모님께 받은 겜보이는 지금 제게 없습니다. 고장이 나서 버렸거든요. 지금 제 손에 있는 건 몇 년 전 어렵게 공수한 다른 기기입니다. 아직 갖고 있다면 ‘레어템’ 역할을 톡톡히 했을 텐데… 지나고 후회해봐야 소용 없겠죠?)

 

일본 문화 개방되기도 전 ‘한글화’ 완료해 호평
  

겜보이에 장착하는 선더블레이드 게임팩과 선더블레이드와 아웃런, 판타지 스타 등 3개 게임팩을 모아 촬영한 사진입니다.
▲겜보이에 장착해 즐길 수 있었던 ‘선더블레이드(Thunder Blade)’ 게임팩(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선더블레이드와 아웃런(Out Run), 판타지 스타(Fantasy Star) 등 3개 게임팩을 모아 촬영한 사진입니다

위 사진 속 물건은 제가 지금 보유 중인 겜보이 게임팩들입니다. 특히 왼쪽 사진의 ‘선더블레이드(Thunder Blade)’는 제가 처음 접한 ‘가정용 게임기 번들 게임팩’이었습니다. 이 게임팩을 구하기 위해 장장 2년을 헤맸는데요. 다행히 경기 의왕시에 거주하는 모 수집가를 통해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큰맘 먹고 사주셨던 게임기(와 게임팩)를 떠올리게 해 그런지 유난히 애착이 많이 가는 물건입니다.
  

선더블레이드 게임의 시작 화면과 작동 장면입니다. ▲선더블레이드 게임의 시작 화면(왼쪽 사진)과 작동 장면

위 사진은 선더블레이드를 작동시켰을 때의 화면을 캡처한 겁니다. 오늘날의 화려한 장면에 비하면 다소 조악하지만 게임 자체의 재미만큼은 요즘 것 못지않습니다. 겜보이는 “한글화에 충실한 기기”란 이유로 당시 게임 시장에서 호평 받았는데요. 실제로 겜보이가 수입되던 당시만 해도 일본 문화가 정식으로 개방되지 않았던 때라 ‘겜보이 한글화’는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판타지 스타’ 게임팩의 작동 화면 캡처입니다.

위 사진은 ‘판타지 스타’ 게임팩의 작동 화면 캡처 컷인데요. 역시 한글화된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때 한글화 작업을 담당하셨던 분은 아직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지금쯤 어느 부서에 계시는지도 문득 궁금해집니다.) 겜보이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이 밖에도 △골든 액스(Golden Axe) △청춘스캔들(My Hero) 등 다양했는데요. 이 두 게임의 구동 화면을 ‘보너스’로 소개하며 겜보이 얘길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골든 액스, 청춘스캔들 두 게임의 구동 화면입니다.
 

컴보이 정식 명칭: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제작사: 일본 닌텐도(NINTENDO)사 국내 수입·판매사: 현대전자

 

주머니 가벼운 중고생 유혹했던 ‘합팩’의 추억

제가 컴보이를 처음 ‘접선’한 건 동네에 새로 생긴 아파트로 이사 온 전학생 친구 집에서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동네 개발이 한창일 때라 아파트 사는 친구의 게임기가 어쩐지 더 좋아 보였던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컴보이 제작사 닌텐도엔 불세출의 게임 ‘마리오’가 있었습니다. 자연히 그 무렵 친구들의 관심은 겜보이보다 컴보이 쪽에 더 많이 쏠려 있었죠.
  

여러 종류의 게임팩을 하나의 팩에 모아놓은 일명 ‘합팩’과 사냥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재퍼건’의 사진입니다.
▲여러 종류의 게임팩을 하나의 팩에 모아놓은 일명 ‘합팩’(왼쪽 사진)과 사냥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재퍼건’

겜보이와 컴보이가 인기를 끌던 시절만 해도 저작권 개념이 모호해 불법 복제 게임 팩이 넘쳐났습니다. 여러 종류의 게임팩을 하나의 팩에 담아 판매하는 일명 ‘합팩(合pack)’을 포함, 대개는 중국산(産) 제품이었죠.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당시 우리에게 ‘한 개 값으로 수십 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합팩은 그 자체로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위 오른쪽 사진의 ‘재퍼건(zapper gun)’도 재밌는 물건입니다. 지금이야 브라운관 모니터에서만 작동하는 구시대 유물이지만 당시만 해도 ‘버튼을 눌러 TV 화면 속 새를 잡는 모형 총’이란 설정은 흥미롭기 그지없었으니까요.
  

8 ‘슈퍼마리오(Super Mario Bros)’, ‘아이스클라이머(Ice Climber)’, ‘배틀 시티(Battle City)’, ‘마이티 파이널 파이트(Mighty Final Fight)’의 구동 화면입니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컴보이로 즐길 수 있었던 대표적 게임 ‘슈퍼마리오(Super Mario Bros)’ ‘아이스클라이머(Ice Climber)’ ‘배틀 시티(Battle City)’ ‘마이티 파이널 파이트(Mighty Final Fight)’ 구동 화면

이 시기 닌텐도는 자사 게임기인 컴보이로 즐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다양하게 개발, 차세대 성공의 발판을 구축했습니다. 실제로 전 컴보이 게임을 집에서 즐기고 싶은 맘에 어머니께 “게임기를 바꿔 달라”며 조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땐 왜 그리 철이 없었던지요.

 

‘불편하고 촌스러워서 더 순수했던’ 시간 속으로

요즘 나오는 게임의 그래픽은 그야말로 현란합니다. 열심히 소개하긴 했지만 제가 위에서 언급한 게임기용 게임들은 한 시간도 몰입해 즐기기 힘듭니다. 최신 LCD 모니터에 연결할 경우, 해상도 차이 때문에 그래픽 품질이 더 조악해지는 문제도 있죠. 그래서 이 게임들을 즐기기엔 저해상도의 브라운관 TV 모니터가 ‘딱’입니다.

다소 불편하고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 순수했던 시절. 제 칼럼이 여러분께 바로 그 과거로의 여행을 이끄는 글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 다음 편에서 또 다른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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