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꿈] 발달장애를 넘어 전문연주자로…드림위드앙상블 희망을 노래하다

삼성전자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진행하는 사회복지 공모사업 ‘나눔과꿈’이 오는 10일 설명회를 시작으로 기관 모집을 시작한다. 2016년 시작해 올해 4회째를 맞은 나눔과꿈은 사회복지 분야에서 세상을 바꿀 좋은 아이디어를 선정,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재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3회까지 총 167개 비영리단체가 선정됐고, 총 300억 원이 이들에게 지원돼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 해결에 쓰였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나눔과꿈 울타리 안에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선 기관들의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음악으로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이다.

발달장애 치료 위해 시작한 악기… 장애 딛고 전문연주자로

싱어송라이터 배리 매닐로(Barry Manilow)의 재즈곡 ‘코파카바나(Copacabana)’가 클라리넷 합주로 재탄생했다. 신나는 곡을 연주한 이들은 ‘드림위드앙상블’. 합주 내내 서로를 마주 보기보다 각자의 악보에 집중해 완곡을 해냈다. 이들은 발달장애 청년들로 구성된 전문 연주팀. ‘편견’이란 눈을 감고 들으니, 청량한 클라리넷 소리가 먼저 다가왔고 종래엔 음악만 오롯이 느껴졌다. 이렇게 꽉 찬 ‘합’을 만들어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었을까?

취재팀이 찾은 드림위드앙상블 연습실. 단원들은 다가올 공연 레퍼토리 점검에 한창이었다. 클라리넷으로만 구성된 점이 눈에 띌 뿐, 연주 모습만 보자면 장애를 인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악기를 내려놓는 순간, 이들은 타인과 소통이 어렵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는 발달장애 특성을 보인다. 드림위드앙상블에 소속된 단원은 모두 13명. 고등학생부터 음악대학을 졸업한 청년까지 연령과 이력도 다채롭다. 대부분 어려서 정서 치료의 일환으로 음악을 접했다가 드림위드앙상블을 만나 전문연주자로 성장 중이다. 드림위드앙상블에서 공연 팀장을 맡고 있는 윤동혁 씨는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 전문연주자만큼 연주를 해 내려면 수 배의 노력이 필요한데, 이들은 그걸 다 해내고 있다”며 “항상 주변의 시선과 싸우다가 이곳에 와선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며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드림위드앙상블의 시작은 단출했다. 지난 2015년,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이옥주(드림위드앙상블 이사장) 씨는 장애를 극복하고 음악대학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아들, 김우진 씨를 보며 결심했다. “비록 소통이 어려운 장애를 갖고 있지만 누구보다 악기와 연주를 사랑하는 아이들이 아닌가. 이들이 직업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고민 끝에 함께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발달장애 학생 9명을 모아 작은 연주단체를 구성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의 첫 걸음이었다.

드림위드앙상블의 설립 취지는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을 전문연주자로 자립할 수 있게 돕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행복한 공동체를 꾸리는 데 있다. 아울러 교육을 통해 발달장애 연주자를 지속 배출한단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발달장애 연주팀의 공연을 보겠단 연락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사회봉사 형식의 무료 공연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만 간혹 들어왔다. 윤동혁 씨는 “발달장애란 편견 때문에 드림위드앙상블의 연주 실력이 폄하되는 게 안타까웠다. 단원 대부분 악기와 음악 연주에 특화된 재능이 있다. 이들의 연주엔 화음 그 이상의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드림위드앙상블이 한 곡을 위해 연습에 쏟아붓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먼저 단원들은 개개인인 발달 상태에 맞춘 개별 악보를 보고 악기 연습을 한다. 단원마다 곡을 익히는 속도가 다르고 실력도 천차만별이라 일정 수준까진 개인 연습에 매진한다. 연습량이 어느 정도 쌓이면 모든 단원이 모여 함께 연주한다. 각각의 연주 파트가 모여 합주 화음이 완성되는 셈이다. 이런 연습 방식이 가능했던 데는 지도교사 힘이 컸다. 드림위드앙상블에서 연주곡 편곡을 맡고 있는 강원희(기획팀장) 씨<위 사진>는 단원들의 성향을 속속들이 꿰고 각자에게 맞는 악보를 개별 제작해 준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은 새로운 걸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음감이 매우 정확해 같이 호흡을 맞추다 보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적처럼 찾아온 나눔과꿈… 음악 교육으로 발달장애인 자립 꿈 실현

기회는 왔다. 병원, 지역사회에서 진행한 무료 공연과 기업 등 단체 초청으로 진행된 연주회에서 드림위드앙상블의 공연을 본 이들이 조용히 입소문을 냈던 것. 특히 드림위드앙상블의 스토리가 더해져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연주팀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드림위드앙상블이 꿈꾸던 음악 교육에 대한 비전은 나눔과꿈을 만나며 구체화됐다. 2018년 나눔과꿈 지원기관에 선정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게 교육생 선발이었다. 음악 교육을 통해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전문 연주 실력을 갖추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옥주 씨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은 쉽지 않다.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돼 혼자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희생해야 되기 때문”이라며 “발달장애인이 이곳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직업인으로 역할을 해낸다는 건, 그 개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게까지 엄청난 긍정적 영향을 주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뿐 아니다. 다양한 특성의 연주자를 육성하기 위해 악기도 기타, 드럼 등으로 확대했다.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끌어 줄 지도교사도 새롭게 초청했다. 예산이 부족해 구상 단계에만 머물렀던 드림위드앙상블의 꿈이 한층 앞당겨졌다.

윤동혁 공연팀장<위 사진>은 “단원들과 꾸준히 공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 양성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눔과꿈 지원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하나씩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앙상블 규모가 더 커져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이곳에서 음악 교육을 받고 새로운 꿈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열린 드림위드앙상블 정기연주회 현장

드림위드앙상블은 지난해 85회의 공연을 진행, 총 25,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 중 15회는 문화소외지역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 공연이었다. 공연이 거듭될수록 단원들은 내가 가진 걸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삶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공연을 본 한 관객은 “발달장애인들의 BTS”란 별칭으로 이들을 부른단다. 그만큼 드림위드앙상블이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 희망도 선사한단 의미다.

드림위드앙상블과 함께 하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통해 단원들은 매일 성장하고 있다. 연습을 통해 하루하루 늘어나는 연주 실력과 매 공연마다 무대 위에서 받은 뜨거운 박수갈채 덕분이다. 단원 오희망<위 사진> 씨는 “적극적으로, 예술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더 멋진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꿈을 전했다.

드림위드앙상블은 공연 활동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향후 장애인식 개선 교육기관으로 등록해 공연사업뿐만 아니라 교육사업도 함께 펼쳐갈 계획이다. 또 앞으로는 수도권 위주에서 지방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힐 예정이다. 윤동혁 씨는 “실력을 쌓아 발달장애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으로 인해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특화된 음반도 만들고 싶다”며 “우리만의 장점이 담긴 음반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옥주<위 사진> 씨는 “그동안 지방에서도 공연 요청을 많이 받았는데 경비가 부담돼 공연이 성사되지 못 하는 일이 빈번했다”며 “올해부터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더 많은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다니겠다”고 전했다.

▲ 공연을 마친 드림위드앙상블이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 지난해 9월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의 모습

멈춰있던 수레바퀴를 움직이기 위해선 바퀴를 미는 힘이 보태져야 한다. 드림위드앙상블이 나눔과꿈을 만나 꿈꾸던 목표를 현실에서 실현해 나가며 보다 많은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을 바꿀 따뜻한 아이디어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덧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찾아내고 힘을 보태주는 것. 바로 지금 나눔과꿈이 하고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