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냄새로 온기를 전하는 달콤한 사람들의 이야기
180℃, 빵이 익어가는 최적의 온도. 멀건 색의 밀가루 반죽은 노릇한 빛깔의 옷을 찾아 입고 향기를 품기 시작한다. 힘겨운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도 이처럼 달콤한 빵 내음이 전해진다면, 삶의 노곤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추운 겨울, 빵이 익어가는 온도와 향기로 이웃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삼성전자 사내 동호회 ‘달콤빵’의 마음처럼 말이다. 지난 11월 21일, 차가운 어둠을 녹이는 이들의 봉사 현장에 삼성전자 뉴스룸이 동행했다.
차가운 어둠을 녹이는 발걸음이 모이다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한 오후 5시. 나래울 복지관은 기분 좋은 북적임으로 가득했다. 각자 업무를 마친 ‘달콤빵’ 회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기 때문. 근무 후에 진행되는 봉사임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 대신 맛있는 빵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했다. 이번 봉사에서 진행될 제빵은 바로 ‘케이크’ 만들기. 연말 시즌을 맞아 주변 이웃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첫 만남 역시 또 다른 ‘봉사’였다. 지난 2015년, 잠비아에 해외 봉사를 함께 다녀왔던 몇몇 팀원들이 국내에서도 함께 봉사할 기회를 가지고자 동호회를 만들었기 때문. ‘달콤빵’의 회장을 맡은 유재업(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위 사진) 씨는 “어려운 이웃들께 가장 기본적인 ‘식’의 욕구를 만족시켜 드리고 싶었어요. 마침 제빵을 잘하는 팀원도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며 동호회 설립 이유를 전했다.
올해부터는 맛에도 전문성을 더해가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 사회공헌센터에서 진행하는 2017 볼런테인먼트’에 선정되어 한 달에 한 번 전문 강사를 초빙할 수 있게 된 것. 수원 사회공헌센터는 지난 2016년부터 삼성전자 사내 봉사 활동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달콤빵’은 회원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제빵 기술을 교육, 더욱 체계적인 봉사가 가능해졌다. 유재업 씨는 ‘달콤빵’은 빵을 전혀 모르는 분들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저희도 매번 배우고 있는 걸요”라며 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했다. 이처럼 달콤한 마음으로 모인 회원들은 매달 첫 번째, 세 번째 화요일에 모여 정기적으로 제빵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달콤빵’ 동호회에는 특별한 회원들도 있다. 바로 봉사를 위해 함께 뜻을 모은 강북삼성병원 임직원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빵과 봉사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며 꾸준한 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박지영(강북삼성병원 수원건진센터, 위 사진) 수간호사는 “지난 2015년 아프리카에 갔을 때 내 손으로 다른 사람을 꽃피우는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국내에서도 꾸준히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함께 봉사를 갔었던 삼성전자 직원들과 잠비아 봉사팀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며 동호회에 가입한 동기를 밝혔다. 봉사하며 사람들과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병원으로 가져오고 싶다는 박지영 수간호사는 2017년 3월 강북삼성병원 수원건진센터 내에 봉사 동아리를 발족하고 매달 ‘달콤빵’ 회원들과 봉사를 함께 하고 있다.
빵 굽는 냄새와 함께 익어가는 이야기
#반죽 #머랭치기 #극한팔운동
모든 인원이 모이고, 본격적인 제빵이 시작됐다. 가장 첫 번째 스텝은 케이크의 기본이 되는 반죽 만들기. 계란 노른자를 빠른 속도로 채로 쳐 크림으로 만드는 ‘머랭치기’에 회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하나씩 맺혔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피곤함이 몰려오는 오후 시간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마치 카페에 모인 사람들처럼 화기애애했다. 제빵 내내 밝은 에너지로 주변을 밝혀준 유지연(삼성전자 파운더리, 위 두 번째 사진) 씨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유지연 씨는 “같이 봉사하는 분들이 좋으신 분들이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경쟁적인 사회 속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기에 더욱 즐겁게 봉사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라며 봉사의 의의를 전했다. 그는 “여기서 빵 몇 개를 더 굽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저희가 원하는 일이니 사소한 설거지를 하더라도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그렇게 계란 노른자는 회원들의 정성을 만나 부드러운 크림으로 바뀌었고, 미리 만들어 놓은 휘핑 크림과 밀가루가 더해져 반죽이 되었다. 완성된 반죽은 오븐으로 들어가 노릇노릇 빵으로 구워졌고 그사이 ‘달콤빵’ 팀원들은 잠시 저녁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왁자지껄 #꿀맛저녁 #수다의장
김밥, 떡볶이, 튀김 등 상을 가득 메운 음식들과 함께 ‘달콤빵’ 회원들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소통의 장을 연 것. 박지영 수간호사는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병리사, 조무사, 간호사, 의사 등 다양한 직군들이 함께 일을 하지만 안부를 물어볼 시간조차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함께 봉사하고,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매번 봉사가 기다려지는 것 같아요”라며 활력소가 되어주는 ‘달콤빵’ 동호회의 장점을 꼽았다.
#중간작업 #디테일이생명 #팀워크로샤샥
저녁 식사를 통해 든든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케이크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제법 달달한 향기를 풍기는 케이크 시트를 오븐에서 꺼내고, 유산지를 뜯고, 사이사이에 맛있는 재료들을 넣기 위해 시트를 자르는 작업까지. 다소 복잡할 법도 하지만 오랜 시간 다져온 회원들의 호흡으로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남다른 팀워크로 디테일한 작업을 완수한 윤수현(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씨는 제빵 과정에서 회원들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이 실제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만나고 빵을 만들면서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능력을 늘릴 수 있어 실제 업무에서도 도움이 되었어요”라면서 “내 부서가 아닌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라고 전했다.
실제로 다양한 부서의 삼성전자 직원들, 그리고 쉽게 만날 수 없는 강북삼성병원 의료진들과의 협업은 대부분의 동호회 회원들이 이야기하는 매력이다. 박지영 수간호사의 추천으로 제빵봉사에 참여하게 된 장승훈(강북삼성병원 수원건진센터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병원에서 삼성전자 직원분들의 진료를 보긴 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이기에 심리적으로 거리감이 있었죠. 그런데 봉사를 통해 협업하니까 동료 의식이 생겨요. 봉사하면서 언제라도 만날 수 있기에 이제 공동체 의식이 생긴 느낌입니다”라며 끈끈한 동료애를 형성할 수 있었음을 밝혔다.
#하이라이트 #예쁜옷입히기 #미적감각발휘
어느덧 제빵 작업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새하얀 옷을 입히는 생크림 바르기와 마무리 장식 작업이 진행되었다. 케이크 만들기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만큼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흰색 캔버스 위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펼쳐졌다. 달걀, 밀가루, 우유가 반죽이 되고 빵으로 구워져 케이크가 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손수 진행한 회원들은 케이크가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모습처럼 봉사를 통해서 달라진 자신을 본다고 한다.
회원들 사이에서 봉사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김도영(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씨는 “퇴근 후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낸 후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제빵을 하며 기술도 익히고 봉사 활동까지 할 수 있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어요. 제빵이 없는 날에도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다른 가치 있는 것들을 찾기도 하고요”라며 봉사를 통해 얻게 된 것들을 말했다. 제빵 봉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라는 그는 “항상 처한 상황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봉사 활동을 지속하면서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감사하며 사는 모습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 상황도 긍정적으로 순응하고,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가 생깁니다”라며 남을 도우며 내가 발전하는 봉사의 참된 의미를 몸소 전했다.
음식의 맛은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에 비례한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 즐겁게, 마음을 듬뿍 담아 빵을 굽는 이들이 만든 케이크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봉사를 통해 세상의 온도를 올리고 있는 이들에게 제빵 봉사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세상을 달콤하게 만들다
제빵 봉사를 처음 시작한 2015년도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웃이 ‘달콤빵’ 동호회가 만든 빵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달받았다. 그 중 유재업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수혜자는 바로 공부방에 다니는 초등학생들.
“멘토링 중인 공부방 아이들을 주방으로 초대해 함께 제빵 봉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만을 받던 아이들이 자기가 직접 만든 빵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험하니, 계속해서 언제 또 봉사를 가는지 선생님에게 물어봤다고 해요. 그 이후 한 번 더 초청해서 진행을 했고, 반응이 너무 좋아 올해 12월에 한 번 더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도움을 받고, 주는 것에도 기쁨을 느낀 어린 친구들이 봉사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때로는 누군가의 작은 선의(善意)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달콤빵’ 동호회가 만드는 빵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며 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온기로 가득한 이들의 오븐에서 구워질 다음 빵은 무엇일지, 벌써 그 달콤한 ‘맛’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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