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밀던 자동차, 운전하는 느낌!” 집단지성의 진화, 그리고 ‘믹스드 탤런트’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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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조용히 쉬며 여행하시는데 죄송합니다만….” 독일 베를린 교외를 달리는 유레일(Eurail) 철도 차량 안, 지하철 잡상인이 할 법한 이 말을 꺼낸 건 뜻밖에도 희끗희끗 백발 섞인 갈색 머리에 안경을 쓴 40대 신사였다. 그을린 피부에 지적인 인상을 지닌 그의 옆엔 20대 초반의, 역시 피부가 가무잡잡하고 좀 더 재기 넘쳐 보이는 청년이 서 있었다.

 

‘병들어가는 지구’ 되살리려 뭉친 사람들

“혹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십니까?” 20대 청년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타블로이드 크기의 카드보드 용지 한 장을 가슴 높이까지 들어올렸다. 깊고 어두운 공간에서 파란빛을 내뿜으며 오롯이 빛나는 행성,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었다.

신사는 말을 이어갔다. 인간 삶의 터전인 지구에 이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와 땅과 물이 오염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각 변동이 심해져 지구촌 어느 곳 할 것 없이 화산∙지진∙해일이 잦아지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점차 빨라져 현재로선 앞으로의 향방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구에 사는 우린 누구 하나 빠짐없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런 일이 왜 생겼고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릴 맞대고 궁리해야 한다…. 신사의 얘기가 계속되는 동안 청년은 해당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인포그래픽과 사진이 붙은 카드보드 용지를 바꿔가며 보여줬다.

지구 이미지

위 장면은 지난 2002년 한 해 동안 독일 주요 도시 곳곳에서 진행된 지구과학 교육 캠페인을 글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건 지구 표면구조 연구와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방과 해양연구소 재단(Stiftung Alfred-Wegener-Institutfür Polar- und Meeresforschung)’(이하 ‘베게너 재단’).

1980년대 이후 독일 지구과학자들은 지구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학문이 전문화되며 세부 분야로 나뉘고, 그 과정에서 대중과도 상당히 단절돼 정확한 현황을 세간에 널리 알리긴 쉽지 않았다. 베게너 재단은 바로 이 점에 주목, 대중을 상대로 한 캠페인을 준비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대기∙바다 등 광활한 자연 현장에서 관찰되는 변화를 모두에게 알릴 수 있을까?’ 베게너 재단은 “사회 전반의 의식을 바꾸려면 적어도 정부와 언론, 기업과 시민단체 등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작업은 착착 진행됐다. 우선 라인홀트 올리히(Reinhold Ollig) 당시 독일연방 교육연구부장관이 적극적 지원에 나섰다. 과학 전문 기자와 사진기자를 중심으로 한 저널리스트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도 초빙됐다. 이들은 전문 연구자와 함께 ‘지구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 눈으로 둘러본 후 기사로, 사진으로 담아냈다. 캠페인 참여를 선언한 작가와 교사는 현장 사진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덧붙여 시각 교육 자료로 완성했다.

몇 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마침내 2002년이 됐다. 베게너 재단은 이 해를 ‘지구과학의 해’로 선포한 후 독일과학자협의회 소속 학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캠페인을 함께 준비한 비정부기구(NGO) 스태프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그간 정성껏 준비한 교육 자료를 가방에 담은 후 ‘다수의 사람’이 모인 공간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철도와 버스 안, 백화점 행사장, 초등학교 교실….  그곳에서 부지런히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알리고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쳤다.

 ‘불·물·흙·공기(Feuer·Erde·Wasser·Luft)’ 책 표지 이미지
(이미지 출처: 해나무/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 캠페인에 쓰인 교육 자료는 ‘불·물·흙·공기(Feuer·Erde·Wasser·Luft)’란 제목의 책으로 선보였다[1].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통해 급격한 지구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이 자료는 이후 수십 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로 퍼져갔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다수의 유럽 도시 지방자치단체가 이 캠페인의 취지에 공감,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연구∙회의∙교육 구조인 ‘플라세스(PLACES)’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2010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4년 일단락된 후에도 한동안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토론과 정보 공유의 장(場)’으로서 기능했다.

 

UN의 ‘상전벽해’: 리우환경회의 vs.GFIS 

급변하는 물리적·사회적 상황 때문일까, 21세기 들어 지구촌에선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독일 ‘지구과학의 해’ 캠페인 사례에서 보듯 ‘분야별 전문가의 협력을 통한 솔루션 도출’이 그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지구 이상 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와 언론인, 작가와 교육자가 각자의 재능을 합쳐 사회적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의 ‘1등 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기술, 그리고 그에 기반한 뉴미디어 플랫폼이다. 실제로 오늘날 지구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는 일은 유례 없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기기 활용 문화 덕분이다.

세계 지도

지구촌 환경 문제 해결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환경과개발에관한유엔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UNCED)’가 열렸다. ‘리우환경회의(Rio Summit)’ 혹은 ‘지구정상회담(Global Summit)’으로 불린 이 회의는 다양한 UN 협의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다. 20년 이상 제기돼온 사안을 기반으로 준비위원회를 꾸리는 데만 1년 넘게 걸렸고 본회의 진행에만 2주일 이상이 소요됐다. 총 172개국 대표(116개국은 국가 원수급)를 비롯해 1만7000명 이상의 NGO 스태프와 각계 전문가, 저널리스트 등이 참석했다. 그 결과, ‘아젠다 21’ 등 세 가지 문건이 도출됐다.

리우환경회의는, 전 세계가 미래 지구의 주요 방향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한 ‘거대 집단지성’의 첫 시도였다. 하지만 사반세기가 흐른 오늘날의 시각으로 판단할 때 이는 거북이걸음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요즘은 몇몇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행위만으로도 리우환경회의 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콘텐츠를 얼마든지 쉽게 열람할 수 있다.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UN이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하나로 운영 중인 ‘글로벌 퓨처인텔리전스 시스템(GFIS)’만 해도 그렇다. 지구촌의 환경∙경제 문제 관련 정보와 조직, 소프트웨어를 한데 모아놓은 이 공간은 25년 전 리우환경회의의 정신을 계승하는 콘텐츠로 짜여 있다. 지구인이라면 누구든 이 시스템의 모든 요소와 상호작용(interaction)하며 제안하거나 세계 각지 전문가와 온라인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1만여 페이지의 방대한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있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지구촌 현황 관련 백서(白書)를 매년 새로 출간해야 했지만 GFIS에선 매 순간 새로운 정보들이 업데이트된다. 초기 화면에 기재된 GFIS 설명은 이 웹 공간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규명하고 있다. “GFIS는 단순히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방대한 정보, 지구촌 전문가들을 접하는 데 그치는 사이트가 아니다. (중략) 정부와 UN 기관, 기업, NGO, 대학, 미디어가 모두 참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집단지성 장치다.”

GFIS 운영 기반이 된 집단지성 구성 체계, 전문가 집단↔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정보/지식

 

서로 다른 재능 ‘믹스’해 해결책 찾아볼까?

21세기를 이끌 주요 저서 중 하나로 꼽히는 책 ‘통섭(Consilience)’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은 “다양하게 분화된 분야별 전문 지식이 인간 삶에 진정으로 도움을 주려면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생물학자인 그는 이 같은 지식의 (대)통합을 가리켜 ‘통섭’이라고 지칭했다.

이 책엔 실제로 두 가지 이상 분야의 업적이 통합되며 인류 역사상의 전환점에서 돌파구를 만들어온 사례가 다수 소개돼 있다. 온라인 수학 문제 풀이 프로젝트를 처음 성공시켰던 영국의 천재 수학자 티모시 가워스(Timothy W. Gowers)는 IT 기반 집단지성을 경험한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일반적인 수학 연구가 자동차를 ‘밀어’ 움직이게 하는 거라면 (온라인 수학 문제 풀이) 프로젝트는 자동차를 ‘운전해’ 움직이게 하는 것 같을 정도였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캠페인 ‘론칭피플(Launching People)’은 집단지성을 활용, 난관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인류의 노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술로 소비자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삶의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브랜드 철학을 담아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총 26개국에서 실시돼온 론칭피플 캠페인, 그중에서도 ‘믹스드 탤런트(Mixed Talents)’ 프로그램은 두 개 이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협업을 통해 솔루션을 도출해내는 형태다.

‘론칭피플’ 캠페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우리의 기술로 전 세계 인류의 힘찬 출발 돕겠다” 2막 오른 삼성전자 브랜드 캠페인 ‘론칭피플’

 

호주에선 ‘안전한 운동’이란 과제를 두고 뇌신경학자 앨런 피어스와 산업 디자이너 브래든 윌슨이 뭉쳤다. 오토바이 사고가 잦은 이탈리아에선 ‘사고 없는 오토바이 운행’이란 과제 아래 모터사이클리스트 에도 모시와 ‘유튜브 스타’ 동영상 제작자 카네 세코가 재능을 합쳤다. 36% 이상의 청년 실업률로 시름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컨설팅 기업 경영자 캐럴 커프만과 케이프타운 재개발 프로젝트 담당자 조너선 립먼이 손잡고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도전했다. 멕시코에선 ‘디지털 접근성 증대’를 목표로 남미 4개국 출신 청년 60여 명이 ‘마라톤 토론’ 끝에 해결책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현지법인 주도로 진행된 집단지성 기반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 ‘믹스드 탤런트’ 남아프리카공화국 편에선 ‘청년 실업률 해소’를 목표로 전문 경영 컨설턴트와 도시 개발 전문가가 손을 맞잡았다 ▲삼성전자 현지법인 주도로 진행된 집단지성 기반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 ‘믹스드 탤런트’ 남아프리카공화국 편에선 ‘청년 실업률 해소’를 목표로 전문 경영 컨설턴트와 도시 개발 전문가가 손을 맞잡았다

“삼성전자는 지구촌 각지에서 펼쳐지는 사회 문제 해결 노력을 응원합니다. 동시에 개별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IT 기술과 그에 기반한 기기를 지원함으로써 인류의 삶에 보다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의 ‘열린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데 동참하려는 거죠.”

론칭피플 캠페인 진행 전반을 이끌고 있는 지송하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브랜드전략그룹 상무의 설명처럼 믹스드 탤런트 프로젝트는 ‘집단지성을 통한 문제 해결’이란 슬로건 아래 삼성전자가 보유한 첨단 IT 기술과 (이를 위해 모인) 사람들 개개인의 재능이 더해져 구현됐다. (‘재능과 지성이 탄탄한 지원군을 만나 시원하게 주행한’ 국가별 사례는 추후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상세하게 소개될 예정이다.)


[1]국내에서도 2007년 동명의 책(장혜경 역, 해나무)으로 번역,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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