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대상 팀 아이스트와 손잡은 사연
“사랑을 많이 갖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인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의 큰 며느리인 루스노블 아펜젤러가 남긴 명언입니다. 고아를 위한 시설을 설립하고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나눠주며 그가 항상 강조했던 것 역시 첫째도, 둘째도 사랑이었는데요. ‘사랑 받으며 자란 아이가 훗날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죠.
하지만 우리 주변엔 사랑은커녕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가 의외로 많습니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관련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럴 때 가장 바쁜 곳 중 하나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입니다. 특히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관할하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예방 사업을 지원∙홍보하는 한편, 관련 정책 연구도 진행하고 있죠.
바로 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난해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 대상 수상 팀 ‘아이스트(Ist)’가 최근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궁금하시죠?
아동 학대 주체, 82%는 ‘훈육과 학대 구분 못하는’ 부모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고안하는 한편, 홍보 캠페인도 펼치고 있습니다
2016년 7월 현재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총 57개소입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한 곳, 나머지 56개는 지방아동보호전문기관이죠. 이중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근절 관련 정책 관련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홍창표 팀장은 “아동학대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신고 건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야말로 사회적 문제”라며 적극적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매해 늘고 있다”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동학대 사례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아동 아동인구 1000명당 학대 의심으로 판단된 건수는 1건 수준으로 미국(9건)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실제 학대 사례는 증가 추세인 반면, 학대 신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거죠. 홍 팀장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의한 신고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신고율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홍창표 팀장이 꼽는 국내 아동학대 문제의 핵심 원인은 ‘문화적으로 잘못 정립된 훈육(訓育)의 정의’에 있습니다. ‘훈육’과 ‘학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이 적지 않다는 얘기죠. 실제로 아동학대 사건의 80% 이상은 (훈육 담당자인) 부모에게서 발생합니다<위 도표 참조>. 언론 등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의 아동 학대 사례는 3.8%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김예은 간사는 “올 3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에선 아동 보호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한층 강화됐다”며 “일반 국민도 학대 받는 어린이에 대해 좀 더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예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 간사는 “아동학대 신고가 활성화되려면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아동학대 신고 창구가 112로 일원화됐는데요. 김 간사는 “112 전화 신고를 두려워하지 말고 유관 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초동 조치가 가능해진다”고 귀띔했습니다.
“아이스트 팀요? 남다른 고민 깊이와 실행 능력 돋보였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그간 아동학대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진 않았는데요. 그러던 중 우연찮게 아이스트 팀을 만나 지금껏 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참, 아이스트는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목표로 관련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 중인 팀이죠. 지난해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 ‘아이디어(IDEA)’ 부문 대상 수상 팀이기도 합니다<관련 기사 아래 참조>.
▲김예은 간사가 ‘아동학대 신고’(가칭) 앱 초기화면을 들어보이고 있습니다. 이 앱은 아이스트 팀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 중입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엔 아이스트 팀 외에도 이런저런 업무 협조 전화가 많이 걸려옵니다. 하지만 김예은 간사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아이스트 팀은 좀 특별했습니다. “고민의 깊이가 남다르단 느낌을 받았어요. 질문 하나하나에서 깊이 생각한 흔적이 엿보였죠. 특히 일반인 시각에서 구체화한 실행 방안을 들으며 ‘좋은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 앱은 이르면 오는 9월 중 출시될 예정입니다
홍창표 팀장 역시 아이스트 팀에 대해 “자발적 문제 해결 능력이 돋보인다”고 호평했습니다.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수상 팀인 만큼 삼성전자의 후원이 뒷받침된다는 점도 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죠.
아이스트 팀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지원 아래 개발 중인 ‘아동학대 신고’(가칭) 앱은 이달 중 디자인이 완성되고 다음 달까지 개발 작업을 완료해 이르면 오는 9월 중 대중에 공개될 예정입니다(단, 안드로이드 버전 우선 출시 예정). 이 앱엔 일반인도 아동학대 상황을 손쉽게 점검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 기능이 추가됩니다. 또한 음성 신고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방식의 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도 더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우린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자 부모… 국민적 관심 절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팀원들은 “학대 경험이 있는 아이는 훗날 성인이 됐을 때 자신이 받았던 것과 똑같은 학대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동학대 문제가 완전히 근절되려면 ‘훈육’을 핑계로 휘두르는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부터 바뀌어야 하겠죠? ‘내 자식이니 좀 때려도 된다’ ‘사랑하니까 매를 드는 거다’ 같은 생각은 자칫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인 듯 인식하게 해 더 많은 아동학대 문제를 야기합니다.
홍 팀장은 “훈육과 체벌의 경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체벌과 학대에 대한 부모의 논리를 정당화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를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그가 그리는 이상적 시나리오는 신고 의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예비 부모와 학생, 어린이까지 지속적으로 교육시켜 아동학대 사례가 서서히 줄어드는 겁니다. “물론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특정 층에 한정된 문제가 아닙니다. 모두가 누군가의 자식인 동시에 누군가의 부모가 될 테니까요. 그런 만큼 앞으로도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과 예방을 부지런히 병행해갈 계획입니다.”
아동학대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당장 곧 출시될 아동학대 신고 앱을 내려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학대 받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과 아이스트 팀의 노력에 좀 더 많은 분이 동참해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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