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어두운 길 비춘 ‘태양광 랜턴’…베트남에 전한 희망 이야기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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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영상 촬영에 참여했던 스태프와의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마을에 있을 땐 너무 힘들었거든? 막상 다녀오니까 반성도 하게 되고 뿌듯하더라고. 그만한 경험이 또 없을 거야.”

전력이 부족한 마을에 태양광 랜턴을 기증하는 현장 촬영을 앞두고, 앞서 다녀온 선배들의 격려가 잇달았다<태양광 랜턴 기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 참조>. 전력이 부족하단 건 도심에서 꽤 떨어진 자연친화적(?) 마을이란 뜻. 엄청난 이동 시간, 각종 벌레와의 만남, 재료를 가늠키 어려운 현지 음식까지…. 도시 생활에 익숙한 취재팀에겐 하나부터 열까지 두려움일 수밖에 없었다. 단단히 채비를 하고 떠날 수밖에! 그렇게 베트남 치엥노이(Chieng noi) 마을로의 닷새간 여정이 시작됐다.

하노이에서 차로 12시간, 모래 먼지와 아찔한 산길은 덤… ‘치엥노이’로 가는 길

베트남 지도에서 치엥노이 마을 위치와 노이바이 국제공항 위치

출장을 준비하며 인터넷에서 치엥노이 마을을 검색했다. ‘의외로 괜찮겠는데?’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베트남 노이바이 국제공항까지 비행시간이 5시간밖에 되지 않는 데다, 공항에서 마을까지 약 400km만 달리면 됐다. 하지만 내 생각은 공항에 도착해 차에 오르는 순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모래 먼지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12시간 달려야 했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치엥노이 마을을 방문하기 위한 여정

첫 번째 만난 장애물은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들. 양도 많고 나무 길이도 길어 웬만한 성인 남자 한두 명 힘으로는 정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취재팀과 현지 코디네이터, 취재에 도움을 준 베트남 정부 관계자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에 걸쳐 길을 정리하고 한참 달리던 중 또다시 만난 두 번째 장애물. 이번엔 차 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더니 앞으로 더 나가질 않았다. 취재팀이 도착하기 하루 전 폭우가 쏟아져 거대한 물웅덩이가 생겨버린 것. 급작스러운 상황에 이번에도 모두가 모여 흙으로 웅덩이를 메우고, 차를 밀어도 봤지만 해가 금세 저물어 버렸다. 결국 포크레인을 부르기로 하고 인근 거처에서 계획에 없던 하룻밤을 보냈다.

“밭일 마친 귀갓길, 빛이 없어 무서워요. 아이들만큼은 우리와 달리 살았으면…”

치엥노이 마을 주민들

계획한 일정보다 늦어진 탓에 새벽부터 서둘러 도착한 치엥노이 마을. 베트남 소수 민족 38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 도착한 첫 느낌은 ‘친절하다’였다. 마을이 생긴 이래로 외국인이 방문한 건 처음이란다. 사람들은 취재팀을 유심히 관찰하는 듯하다가 이내 반갑게 맞았다.

▲ 인터뷰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궁금한 아이들, 벽 사이 틈으로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 인터뷰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궁금한 아이들, 벽 사이 틈으로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취재팀에게 치엥노이 방문은 일종의 출장이었다. 하지만 마을엔 이렇다 할 숙소가 없어 한국에서 미리 텐트를 준비해 갔다. 이런 사정을 알았는지 치엥노이 마을 대표인 로반토안(Lo Van Toan) 씨가 취재팀을 대뜸 자기 집으로 끌었다.(마을 대표는 우리 식으로 이장님 격이다.) “두 어 밤인데 우리 집에서 편히 지내세요.” 환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베트남에선 손님에게 먹을 걸 잘 대접하는 풍습이 있단다. 주민들도 어쩌다 먹는다는 돼지고기가 밥상에 올랐다. 마을 아이들이 취재팀 주위를 둘러싸고 동그란 눈으로 쳐다봤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고생스러웠던 12시간이 눈 녹듯 잊혀졌다.

▲ 치엥노이 마을 대표인 로반토안 씨는 어두운 밤길을 다녀야 하는 주민들의 안전이 제일 큰 걱정이다.

▲ 치엥노이 마을 대표인 로반토안 씨는 어두운 밤길을 다녀야 하는 주민들의 안전이 제일 큰 걱정이다.

마을 주민들의 환대에 힘을 내 촬영을 시작했다. 이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우리가 가져간 태양광 랜턴까지 마을 곳곳에 전달하려고 보니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서둘러 마을 곳곳을 찾아다녔다. “낮인데도 집 안이 꽤 어두컴컴하네요. 전기가 부족하니 생활이 이만저만 불편하신 게 아니죠…” 취재팀의 방문에 주민들이 속 이야기를 조곤조곤 꺼냈다. “우리 마을은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요. 해가 질쯤 일을 마치는데, 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칠흑같이 어두워요. 몇 가구 안 되는데도 내 집을 못 찾아 헤매기도 해요.” “우리 마을 보셨어요? 산 비탈길을 따라 집이 한두 채씩 띄엄띄엄 있는데, 어두운 밤에 사고라도 나면… 어휴” 전력이 부족해 제일 걱정인 건 다름 아닌 ‘안전 문제’였다. 단순히 생활의 불편을 예상했던 취재팀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빛이 있다면 어두운 밤길이 지금처럼 두렵진 않겠지.”

▲ 전기가 없어 낮에도 실내가 어둡기 때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밖에 나와 있거나 빛이 들어오는 문에 앉아 책을 읽었다.

▲ 전기가 없어 낮에도 실내가 어둡기 때문에 아이들은 대부분 밖에 나와 있거나 빛이 들어오는 문에 앉아 책을 읽었다.

어른들의 그다음 걱정은 아이들이었다. 긴긴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어 할 땐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치엥노이 마을엔 한 가구당 3~4명의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차로 1시간 30분을 가야 한다. 때문에 아이들은 주중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주말엔 다 같이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로 돌아온 아이들이 부족한 공부나 숙제를 하려면 낮 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볕이 비치는 문 앞에서만 말이다.

▲ 치엥노이의 밤은 깊다. 마을 곳곳을 밝히는 건 작은 모닥불. 가족들은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앉아 잠들기 전까지 시간을 보낸다.

▲ 치엥노이의 밤은 깊다. 마을 곳곳을 밝히는 건 작은 모닥불. 가족들은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앉아 잠들기 전까지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서 날아온 ‘태양광 랜턴’, 치엥노이 마을을 밝히다

태양광 랜턴 전달 행사 모습

마침내 태양광 랜턴이 전달됐다. 랜턴을 받아 든 아이들은 장난감이라도 받은 양 서로의 얼굴을 비췄다가, 머리 위에 올렸다가를 반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태양광 랜턴을 실제로 사용해보는 베트남 사람들

깜깜한 어둠에 익숙해 있던 어른들도 태양광 랜턴을 받아 들곤 이리저리 사용해 보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밤에 채소를 손질하려면 모닥불이 필요해 무조건 밖에 나가야만 했는데, 이젠 집 안에서도 할 수 있겠다”며 선뜻 시범을 보였다.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 어린아이는 “태양광 랜턴이 이렇게 밝은지 몰랐다”며 “밤에도 맘껏 책을 읽을 수 있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날 전달식에 참석한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누엔풍우엔투이안(Nguyen Phuong Uyen Thuy Anh) 씨는 “빛이 필요했던 주민들이 랜턴을 받고 환히 웃는 걸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삼성전자의 기부 현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태양광 랜턴을 받아 든 치엥노이 마을의 아이

“박항서! 손흥민!” 베트남에 도착하곤 제일 먼저, 그리고 자주 들었던 이름이다. 치엥노이 주민들도 취재팀을 만나자마자 저 이름을 연호했었다. 말로만 듣던 베트남 축구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할 때쯤, 아이들이 취재팀에 다가와 “삼성, 삼성”을 불러주는 것 아닌가. 장난기 많은 아이들이라 취재팀을 ‘쿡’ 찔러보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도심에서 차로 12시간 떨어진 이 마을에서 들리는 단어치곤 꽤나 신선했다.

치엥노이 마을에 전달한 태양광 랜턴은 모두 1000개. 약 2년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하나하나 만든 1000개의 빛이 치엥노이 주민들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순 없을 거다. 하지만 마음 졸였던 어두운 귀갓길을 비추는 동행자가 생기고, 동화책 한 권을 읽으며 지루한 밤을 견딜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유독 아이들이 많은 동네라 촬영 내내 이들의 장난을 받아줘야 했던 게 힘들다면 힘든 점이었을까? 그럼에도 이다음, 이 출장을 가라고 하면 가겠느냐고? 물론이지!

<베트남 Chieng noi 마을에 찾아온 희망의 빛 – Share the ligh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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