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광고, 변화상을 읽으면 지향점이 보인다
이상은 심리학 분야 명저 ‘설득의 심리학’[1]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 박사가 2007년 ‘광고의 심리학’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살 때엔 이 여섯 가지 심리학적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TV 광고에 이 원칙을 하나씩 적용해보면 과연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선 ‘권위의 원칙’은 전문의가 권하는 비타민 광고, 유명 사진작가가 추천하는 카메라 광고 등에서 쉽게 확인된다. “국내 판매율 1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따위의 문구는 ‘합의의 원칙’에 따라 탄생했다고 보면 정확하다. 시청률 1위 드라마 주인공의 광고 출연료가 가장 비싼 건 ‘애정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 중인 사례이며, “사흘간 반짝 세일” “한정 판매” 같은 문구는 ‘희소성의 원칙’을 감안해 작성된 것들이다.
물론 광고가 TV에만 붙는 건 아니다. 광고 채널 가운데 TV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던 시기가 있지만 요즘은 광고비 중 상당수가 빠른 속도로 온라인 공간에 몰리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마케팅 정보 제공 웹사이트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온라인 광고 수입은 지상파·케이블 TV의 그것을 이미 넘어섰다. 2017년 총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830억 달러(약 94조6000억 원)였다.
온라인 광고 역시 광고의 일종인 만큼 치알디니의 6대 원칙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 하지만 TV 광고와는 그 성격이 꽤 많이 다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일까?
“배너 광고 클릭한다” 온라인 사용자 중 8% 불과
온라인 광고란 쉽게 말해 ‘인터넷을 이용해 온라인 공간에 표시되는 마케팅 메시지’를 뜻한다. 온라인 광고의 역사는 사실상 인터넷 보급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인터넷의 선구자 격이라 할 수 있는 아르파넷(ARPANET)과 NSF넷(NSFNet)은 설립 초기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영리기관의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미 아르파넷에선 그 즈음 개발된 신형 컴퓨터 광고가 이메일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메일 광고는 순식간에 세를 불려갔고 1990년대 초엔 ‘스팸(spam)’으로 불리며 모든 사용자가 기피하는 골칫거리가 됐다. 이 시기, 스팸을 걸러내 사용자 인지 공간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도 등장했다. 1996년 스팸 발송 IP 주소를 선택적으로 차단, 스팸 메일을 걸러내도록 설계된 MAPS[2]가 그 최초 형태였다.
오늘날 온라인 광고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또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손수 운영하는 웹페이지에 가치를 매겨 소득 올리길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알리고 싶어하는 기업이 존재하는 한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온라인 광고 중 사용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형태는 (사용자의 시선이 향하는) 디스플레이 화면에 광고를 올리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1990년대 초 등장한 배너(banner) 광고다. 사실 배너 광고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처음부터 광고 자리를 만들어놓고 올리는 ‘프레임 애드(frame ad)’ △웹페이지 일부 공간에 어느 순간 튀어 오르듯 등장하는 ‘팝업·팝언더(popup·popunder)’ △화면에 나타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플로팅 애드(floating ad)’ △처음엔 작게 등장했다가 클릭하면 크게 펼쳐지는 ‘익스팬딩 애드(expanding ad)’ △사용자의 클릭을 교묘하게 유도하는 ‘트릭 배너(trick banner)’ 등이 대표적 예다.
배너 광고는 실제 건물 외벽 일부를 덮는 현수막(banner)처럼 본래 웹페이지 화면과 외관에서부터 확연히 구분된다. 그리고 이 같은 특징은 광고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하다.
공급자(기업) 입장에서 배너 광고는 비교적 적은 돈을 들여 썩 괜찮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오늘날 평균적 인터넷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배너 광고가 월 1700건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3]는 이런 인식을 방증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물량 공세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내게 노출되는 배너 광고를 85% 정도 클릭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8%에 불과했다(배너 광고에 대한 거부감은 ‘배너 광고 차단 전문 소프트웨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기존 배너 광고의 한계는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한층 뚜렷해졌다.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는 특성상 모바일 기기의 작은 화면으론 광고를 제대로 보여주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광고 생산자들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끌어안을 수 있는 신형 광고 연구에 착수했다.
온라인 미디어, ‘일방형 광고 시대’에 마침표 찍다
앞서 소개한 치알디니의 이론을 비롯, 1970년대와 1980년대엔 소비자 심리를 공략해 광고 효과를 올리는 방법에 관한 담론이 유독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 전략은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며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TV·라디오·잡지 등 기존 미디어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온라인 미디어 간 차이가 그 원인이었다.
기존 미디어의 소통 방식은 일방적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좋든 싫든 광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피드백을 직접 주고받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반면, 온라인 미디어의 소통 방식은 양방향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공급자에게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다. 특정 채널이 맘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다른 채널로 자릴 옮겨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채널 선택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광고를 강요 당하고만 있진 않게 됐단 것이다.
광고를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사용자가 자신들이 만든 광고를 피해 다른 콘텐츠로 넘어가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근본적 전략 선회에 나섰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최대한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적절한 메시지를 담는 게 하나, 소비자를 비교적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스토리텔링 콘텐츠 사이사이 마케팅 메시지를 부분적(혹은 간접적)으로 담아내는 게 다른 하나다.
빛 바랜 네이티브 광고, 스토리텔링에 ‘배턴 패스’
“사용자 경험의 자연스런 형태와 기능에 맞춰 제작된 광고”[4]로 정의되는 네이티브(native) 광고는 전자에 속하는 전략이다. 사용자가 살아가며 자연스레 갖게 되는 경험과 비슷한 방식으로, 그리고 그 경험 과정의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광고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굳이 별도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더라도 적용 방식은 상당히 다양하다.
이 범주 중 가장 먼저 등장한 건 SNS 플랫폼 내 신규 정보 제공 공간을 활용, 광고성 메시지를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2005년 페이스북이 선보인 ‘뉴스피드(News Feed)’가 대표적 사례다. 뉴스피드의 주된 용도는 ‘사용자(가 팔로우한) 지인의 근황 정보 업데이트’에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그 사이에 광고도 슬쩍 집어넣었다. 이후 유사한 포맷이 링크드인·트위터 등 다른 SNS 플랫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했다. 요즘 자주 눈에 띄는 제품 소개 블로그 같은 게 넓은 의미로 봤을 때 이런 흐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회차 스페셜 리포트 “소통도 비디오로! 브이로그(Vlog) 시대 살아가기”에서 잠깐 언급됐지만 기업이 파워 블로거를 찾아 제품의 간접 광고를 의뢰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는 현실은 이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사실 이런 형태의 광고는 일반적 정보와 쉬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새로운 소식(news)인 줄 알고 해당 콘텐츠를 클릭했던 사용자라면 오히려 불쾌해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뉴스피드에 등장한 광고를 접한 후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한 사용자가 적지 않았다.
그에 반해 두 번째 유형의 전략, 즉 소비자를 충분히 매료시킬 만한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브랜드 이미지를 담는 형태는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선 2016년 6월 15일자 스페셜 리포트 “스토리(story), 감동으로 연결하다”에 등장했던 칸 라이언즈 국제 창의성 광고제(이하 ‘칸 라이언즈’) 사례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다(그 글에 언급된 ‘미래형 콘텐츠 특성’ 중 최우선 순위로 꼽힌 게 다름 아닌 ‘감동적 스토리텔링’이었다). ‘룩앳미(Look At Me)’ ‘삼성 세이프티 트럭(Samsung Safety Truck)’<관련 영상 아래 참조> ‘에브리데이 이즈 데이 원(Everyday is Day One)’ 등 그해 칸 라이언즈에서 삼성전자에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터’ 타이틀을 선사한 캠페인들은 하나같이 스토리텔링 전략 기반 광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 지난 6월 27일자 스페셜 리포트 “메시지는 감동적으로, 텍스트는 최소한으로… ‘모바일 기기 속 비디오’의 변신”에서 소개됐던 폴란드 쇼핑몰 알레그로의 홍보 동영상 시리즈도 소비자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광고로 평가 받는다.
특히 모바일 기기가 발달하고 동영상 콘텐츠 수요가 폭증하면서 잘 만들어진 스토리텔링 기반 광고 영상은 영화나 드라마 못지않게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데다 메시지도 단순해 잠재력은 충분하다. 제작비를 많이 들일 필요도 없다. 이를테면 웹툰 같은 시각적 포맷을 적용하면 쉽게 각인되는 메시지를 재밌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런 형태의 콘텐츠가 점점 더 눈에 띄는 건 우연이 아니다.
요즘 뜨는 참여형 광고, Z세대 특성과도 일맥상통
기술과 인간의 인지·행동 방식이 상호 연동을 거쳐 발달해온 사실은 그간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거듭 확인됐다. 입담 좋고 기억력 뛰어난 노인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옛날 얘길 들려주던 시절은, 넓은 공간에 흩어져 사는 다수에게 동시다발적 스토리를 제공하는 매스미디어 시대로 대체됐다. 그리고 시간은 더 흘러 ‘보다 넓은 공간에, 보다 선택적으로, 그리고 상호작용적으로’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미디어 시대에 접어들었다.
‘자유로운 상호 작용’이란 온라인 소통의 특성은 광고 이면에 숨어있는 인간 심리 중에서도 이전과는 좀 다른 원칙에 주목하게 만든다. 글 서두에서 살펴본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의 6대 원칙 중 권위·합의·애정·희귀성 원칙이 일방적 광고 시대에 주로 힘을 발휘했다면, 상호부조·참여 원칙은 온라인 광고 시대에 접어들며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상호부조와 참여를 중시하고 즐기는 행태는 어릴 때부터 온라인 미디어를 친숙하게 여겨온 밀레니얼(Z)세대의 특성이기도 하다. 향후 모든 형태의 온라인 광고가 유념해야 할 지점인 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1] 원제 ‘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1984)
[2] Mail Abuse Prevention System(메일 남용 방지 체계)
[3]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마케팅 컨설팅 기업 INVESP 추산(2014년 9월, 관련 링크는 여기 참조)
[4] 네이티브 광고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 셰어스루(Sharethrough)가 내린 정의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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