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힐링을, 디지털 기기에 쉼표를… 세계 각국에 부는 ‘디지털 디톡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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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SNS 몰입, 뇌 구조 바꾼다”
위 글은 온라인 여행 안내·예약 웹사이트 ‘패덤(Fathom)’이 선정한 ‘2018년 10대 오프더그리드(off-the-grid) 여행지’ 중 세 장소에 대한 설명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세 곳 모두 대단히 특권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TV·유선전화·스마트폰·인터넷을 일체 사용할 수 없단 사실이다.
오프더그리드의 원래 뜻은 ‘전기 시설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나 생활 방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보다 ‘인터넷 등 각종 커넥티비티(connectivity)와의 단절’이란 뜻에 좀 더 방점이 찍힌다. 이런 장소가 새삼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뭘까? 그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가 닿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다.
디지털 디톡스. 전 세계 유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매체가 올 한 해 업계 주요 화두로 꼽은 개념이다. 디톡스는 ‘독성’을 뜻하는 영단어 ‘톡신(toxin)’이 어원이다. ‘해독하다’는 뜻의 영단어 ‘디톡시파이(detoxify)’를 줄여 쓴 형태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기술을 일상적으로 접하며 쌓인 체내 독성을 빼내는 일’ 정도로 해석된다.
디지털 디톡스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배경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최근 논의가 숨어있다. 실제로 미국 컴퓨터과학자 주디스 도나스(Judith Donath)[1]는 일찍이 “SNS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뇌 구조 자체가 바뀐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 뇌에선 ‘도파민(dopamine)’이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성취감과 관련이 있다. 즉 이성과의 성(性)적 관계나 주변 사람들과의 사회 관계, 생계 관련 임무 등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일에 대해 뚜렷이 인지되는 자극을 받고 그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면 도파민이 분비된다.
2008년, 도나스는 뇌과학 실험을 통해 SNS에서 종종 쓰이는 (“띵”처럼 들리는) 알림음이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단 사실을 확인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SNS의 힘이 아니라면 관계 유지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 이들이 전하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인간 뇌는 그걸 자신이 많은 공을 들여 성취한 성과라고 판단한 후 일종의 ‘보상’ 개념으로 도파민을 분비한단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쉽게, 그리고 자주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는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한다. 그 결과, 이번엔 도파민 수용체 개수를 줄여 도파민이 분비되더라도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인간 뇌는 “웬만한 성취엔 보상기제를 발동하지 않는” 구조로 경색된다. 그렇게 바뀐 뇌 소유자는 좋은 사람을 만나거나 아름다운 경치를 접할 때, 고마운 일을 겪었을 때에도 별 감흥이 없다. “비(非)사회적”이란 평가를 받기 쉬울 뿐 아니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가치도 이해하지 못한다. 정신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이상이 올 수 있다. 도파민 분비 이상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피로물질이나 체내에 유입되는 유해물질 해소를 막는다. 그 결과, 만성피로증후군 등으로 인해 더 심각한 신체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마약·알코올 등 중독성 물질에 자주 접했을 때나 도박 등 사행성 행동에 수 차례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SNS에 중독됐을 때의 부작용이 얼마나 엄청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도나스는 TED 강연을 비롯, 다양한 방식으로 ‘균형 잡힌 디지털 라이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프리’ 체험, 심신 회복 효과
인간이 기술을 개발하는 건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 속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기 위해서”다. 특정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돼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선다. 디지털 디톡스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과 밀접한 일상이 이어지며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인간’이 문제로 떠오르자, 그 해소법의 하나로 제안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톡스 실천 요령 중 가장 확실한 건 전자파와 디지털 기기 없는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다. 단, 그 자릴 채우는 건 인간에게 ‘원초적이면서도 진정한 기쁨을 주는’ 환경적 자극이어야 한다. 가장 확실한 건 자연의 힘이다. 손상되지 않은 자연을 벗 삼아 그것과 일체감을 느끼며 일상의 압박감을 잊고 지내면 몸도 마음도 회복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실제 사례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힐링 정보 웹사이트 ‘건강과 웰빙 돌보기(Taking care of your health and well-being)’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5%는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지냈던 체험을 통해 심신이 회복됐고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소개한 세 장소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기에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공간이다. 문제는 희소가치 때문에 누구나 그런 장소를 이용할 수 없단 사실. 이 때문에 최근엔 접근성이 좋고 일상에서도 충분히 다가갈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관심과 그를 위한 노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표적 형태가 일명 ‘디지털 디톡스 캠프’다. 참가자는 휴가 도중 며칠간 일정 장소, 이를테면 숲 속 캠핑장에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낸다. 보유하고 있던 디지털 기기 일체는 입소하자마자 주최 측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행사는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스카우트 캠프에서처럼 처음 만나는 이들과 아무런 경계심 없이 자연에서 뛰노는 한편, 명상과 힐링 체험까지 더할 수 있는 게 특징. 최근엔 스웨덴·노르웨이·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도 이런 캠프가 늘고 있다. 다만 미국·캐나다 행사와 비교할 때 ‘놀이’보단 명상이나 영적 차원에서의 프로그램이 중시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런 캠프에선 공통적으로 지켜져야 할 수칙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기간 중 디지털 기기와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일단 캠프에 합류한 후엔 외부와의 연결 가능성이 완벽히 차단된다. (어떤 행사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치러지기도 한다.) 둘째, 모든 참가자는 본명 대신 별명을 사용하며 직업이나 나이에 관한 질문은 삼가야 한다. 셋째, 사진 촬영 역시 금지된다. 망가진 자신의 모습이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질 가능성 따위, 걱정할 필요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사무실서, 집에서… “따라 해보세요”
디지털 디톡스 개념은 최근 점점 더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조금만 뒤져보면 ‘가정(혹은 사무실)에서 디지털 디톡스 실천하는 법’ 같은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부 사항은 조금씩 다르지만 몇 가지 원칙은 있다. 가능한 한 ‘플러그 뺀(unplugged)’ 상태를 유지하란 것, 뭐든 되도록 직접 접촉하고 체험하란 것, 그리고 할 수 있으면 자연 요소를 도입하란 것 등이 대표적이다.
아래는 당장 일상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요령 위주로 정리한 것이다.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피로감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아래 항목을 스크랩해뒀다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부터 하나씩 ‘디톡스’ 해보면 어떨까?
[1]미디어아트 전문가.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내 전문가 커뮤니티 ‘소셜미디어그룹’ 창립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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