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정 닻 올린 임직원 해외봉사단, ‘여섯 살 해봉단’을 말하다
‘현지인에게 가장 필요한 걸 가장 우리다운 방식으로 건넨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 활동을 관통하는 첫 번째 가치다. 말하자면 ‘삼성전자 보유 기술을 바탕으로 현지인이 자신들에게 당면한 사회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고, 더 나아가 진일보한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시나리오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 활동이 ‘정보통신기술(IT) 환경 개선과 교육’을 주축으로 구동되는 건 그런 측면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원이 되려면 만만찮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평균 경쟁률은 적어도 8대 1, 많게는 10대 1에 이른다. 사내 인트라넷에 지원자 모집 공고가 올라오기 한참 전부터 뜻 맞는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독창적 봉사 활동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회의에 돌입한다. 파견이 확정된 후엔 같은 팀에 배정된 임직원끼리 바쁜 일정 틈틈이 시간을 내어 ‘현지인에게 뭘 더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고 그에 필요한 준비 작업에 열중한다.
올해부턴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해졌다. 봉사 현장의 실제 수요(needs)를 보다 면밀하고 심도 있게 파악, 현지인을 실질적으로 돕는 일명 ‘프로젝트 봉사’ 활동 비중이 강화된 것. 그간의 운영 노하우에서부터 건져 올린, 일종의 방향 감각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2014년 처음 도입된 프로젝트 봉사는 일반적인 봉사와 그 성격이 좀 다르다. 일단 봉사 기간이 한참 남은 시점에서부터 현지 비정부기구(NGO)와의 지속적 협의를 거쳐 철저한 사전 준비 작업이 이뤄진다. 또한 핵심 프로그램은 봉사가 끝나고 단원들이 떠난 후에도 현지 주민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알맹이’를 갖춰 설계된다. 자연히 파견 국가가 늘수록 ‘프로젝트’ 수도 덩달아 증가한다. 특정 지역이 겪는 문제도, 그에 대한 해결책도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에티오피아. 여성의 인권 수준이 낮아 조혼(早婚)이 무시로 이뤄지고,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이곳에 임직원 해외봉사단을 파견하면서 올해 삼성전자는 일명 ‘여성 자립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희망 여성을 모집, 요즘 에티오피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사진 촬영∙편집 기술을 전수하고 스튜디오 창업 교육을 제공하는 게 골자.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거친 여성이 ‘사진’을 매개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려는 것이다.
사실 프로젝트 봉사는 몇 년 전부터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종종 시도돼왔다.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무분별한 유전 개발로 산업화가 가속화되는 바람에 대부분의 국민이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간파한 아제르바이잔 파견 봉사단원들은 기간 중 현지인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보급하는 봉사 활동을 펼쳤다.
그뿐 아니다. 전기 사정이 나쁜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 이하 ‘DR콩고’)과 브라질 오지 마을을 찾은 단원들은 ‘쉐이크 딜라이트’란 명칭의 손전등을 제작, 보급하는 데 앞장섰다. (쉐이크 딜라이트는 별도 전원을 연결할 필요 없이 흔들어주기만 하면 자동으로 전기를 발생시켜 빛을 내는 장치다.) 잠비아에선 야간 교통사고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 못 쓰는 휴대전화 배터리를 재활용해 만든 야간 통행용 휴대 전등 ‘선라이트’ 제작, 보급에 앞장섰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한 곳인 멕시코 유카탄 지역 주민을 위해선 디지털 사진 강의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베트남 지역에선 못 쓰는 자전거를 이용해 제작된 놀이기구 ‘달베 자전거’가 현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교실 하나를 가득 채운 학생들의 검은 얼굴. 그보다 더 시선을 모으는 건 얼굴보다 검고 깊은 눈동자다. 기초 인코딩 요령에서부터 사무용 소프트웨어 사용법에 이르기까지…. 현지 통역의 진행은 서툴고 가뜩이나 느린 인터넷 접속은 툭하면 끊기지만 학생들은 도통 집중력의 끈을 놓을 줄 모른다. DR콩고∙세네갈∙브라질∙베트남…. 지난 2010년 시작된 이후 매년 그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의 ‘단골 아이템’ IT 교실 풍경이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은 현지 학생들의 취업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IT 기술 교육을 국가별 상황에 맞춰 진행한다. 파견국 정보와의 사전 조율을 통해 수요를 파악하는 한편, 현지 NGO와의 연계를 거쳐 실행 단계에서의 도움도 받는다. 이러닝(e-learning)센터와 디지털 도서관 등 지역사회 발전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한편, 실제 학생 교육에도 힘을 기울여 2016년 8월 현재 총 23개국의 현지 학교에 디지털 교육 기자재(PC∙모니터 등)를 기증했고 임직원 봉사단원들이 교육 봉사에 참여했다.
글로벌 IT 기업답게 삼성전자가 전수하는 기술 교육은 어느 나라에서나 환영 받는다. ‘IT 교육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고루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현지인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임직원 해외봉사단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송재란<위 사진>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대리는 “실제로 IT 교실 운영에 참여한 삼성전자 임직원은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현지 학생들의 열정에 부응하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보다 훨씬 더 열심히, 열정적으로 교육에 나서곤 한다”고 귀띔했다. “우리에겐 이미 익숙해져 일상이 된 걸 가르치지만 현지인은 ‘새로운 걸 알게 됐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해요. 그럴 때면 ‘아, 내가 정말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을 하고 있구나!’ 싶죠. 평소엔 느끼지 못하다가도 해외봉사 한 번 나가보면 확실히 알게 돼요. 삼성전자 임직원으로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걸 갖고 있는지, 나눠줄 건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런 사실을 깨달으면 갑자기 마음이 넉넉해지죠.”
지난 2010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아담(Miradham Kamilov)<아래 사진>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전문개발팀 선임은 다음 달 2일 임직원 해외봉사단 자격으로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을 찾는다. 이번 방문이 그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 자신이 우즈벡 출신이기 때문이다.
“우즈벡에선 1년에 한 번 ‘IT위크’란 행사가 열려요.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 IT교실도 그 즈음 진행되죠. 현지에서 IT교실의 유명세는 상당해요. 전 세계 IT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기간 중 현지인들은 IT 분야 업무에 대해 많이 배우죠. 5년 전쯤부턴 정부 지원도 한층 적극적 형태로 바뀌었어요. 실제로 요즘 우즈벡 청년 인구의 절반가량은 IT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이번 봉사는 저 혼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삼성’의 이름으로 함께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기왕이면 고향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로 기억돼야죠.”
삼성전자가 실시한 해외 IT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꿈을 키운 인재가 성인이 된 후 삼성전자에 입사, 그 꿈을 실현해가는 시나리오는 아담 선임 말고도 또 있다. 지난해 역시 임직원 해외봉사단원 자격으로 모국 베트남을 찾은 빗하(Nguyen Viet Ha)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반도체연구소 책임이 그 주인공(빗하 책임의 베트남 봉사 관련 내용은 ‘삼성전자 해외봉사단, 베트남 오지마을로 봉사활동을 떠나다’란 제목의 기사로 삼성전자 뉴스룸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의 활동 이력이 한 줄씩 늘어갈수록 점점 더 많은 IT 꿈나무가 현지에서 그 뿌리를 튼실히 내려가고 있다. 초기엔 많지 않았던 교육 ‘이후’ 교류도 점차 풍성해지는 추세다. 실제로 일부 단원은 봉사단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도 자신이 가르쳤던 현지 학생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IT교실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에 성공했다”거나 “IT교실에서 배운 내용 덕에 대회에 나가 상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면 단원들은 “바쁜 틈틈이 고생해가며 다녀온 봉사가 결코 헛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새삼 흐뭇해지곤 한다.
아담 선임에게도 잊히지 않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지난해에도 우즈벡 봉사에 참여했었거든요. 타슈켄트기술대학(TUIT)에서 드론 관련 기초 교육을 실시했는데 유독 ‘미로길’이란 친구가 눈에 띄었어요. 수업 때도 ‘참 똘똘한 아이다’ 싶었는데 저희가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궁금증을 계속 물어보며 공부를 계속하더라고요. 절 비롯한 단원들도 원격 멘토링 형태로 지원을 이어갔고요. 그 친구, 결국 자신의 힘으로 만든 드론을 띄우는 데 성공했죠. 지금요? ‘자율 비행 솔루션’ 만드는 엔지니어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답니다.”
해외봉사단 활동을 경험해본 삼성전자 임직원은 하나같이 봉사 당시를 “평생 잊히지 않을 추억”이라고 말한다.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현지인의 폭발적 반응. ‘뭔가 뜻깊은 일을 해냈다’는 충만감은 지난한 준비 과정과 현지에서 겪는 크고 작은 고생의 기억을 가뿐히 날려버린다. 봉사 전후 수 개월간 동고동락한 팀원들과 한층 탄탄한 유대관계를 갖게 되는 건 ‘덤’이다. 이런 충만감을 만끽한 이 중 일부는 실제로 봉사를 생활화한다. 마치 전도하듯 주변 동료나 선후배에게 봉사를 권하기도 한다.
‘봉사’를 계기로 만나 사내 결혼에까지 성공한 허영∙이유경 부부가 대표적 예다.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에 재직 중인 두 사람은 자타공인 ‘봉사하는 부부’다. 허영 사원은 재작년과 작년 임직원 해외봉사단의 일원으로 각각 브라질과 DR콩고에 다녀왔다. 이유경 사원 역시 올해 임직원 해외봉사단 자격으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른다. 두 사람의 결혼식 주례를 서며 백년가약을 지켜본 이 역시 지난해 허 사원과 함께 DR콩고 봉사에 나섰던 삼성전자 임직원 선배(당시 봉사팀장)였다.
▲허영(위 사진)∙이유경 부부는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맺어준 자타공인 ‘봉사 커플’이다. 허 사원은 재작년과 작년 브라질과 DR콩고에 다녀왔고, 이 사원 역시 올해 베트남 봉사단에 합류하며 임직원 해외봉사단과 첫 인연을 맺었다
단발성 봉사로 출발했지만 ‘지속가능한 지원’을 꾀하는 임직원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4년 DR콩고에 파견됐던 임직원 해외봉사단원들은 읽을 책 한 권조차 변변찮은 그곳 아이들의 현실을 접한 후 한국에 돌아와 삼성전자 소속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그림책을 자체 제작, 기부했다. 같은 해 브라질 봉사단원들은 현지 아이들이 직접 쓴 감사 편지를 받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허영 사원은 “내 작은 손길 하나로 현지 학생들의 인생이 진짜 바뀔 수 있단 사실을 확인할 때 뭐라 설명하기 힘든 보람을 느낀다”며 “출발은 ‘봉사’일지 몰라도 귀국행 비행기에선 오히려 ‘힐링’ 받았다고 느낄 때가 잦다”고 말했다.
임직원 해외봉사가 뭔가를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란 사실엔 아담 선임도 동의했다. “임직원 해외봉사단 참여는 삼성전자 임직원이라면 한 번쯤 겪어볼 만한,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치열한 경쟁률이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죠. 단순한 여행과도 전혀 다릅니다. 수많은 이들과 만나 크고 작은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가고, 그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도 있으니까요. 업무와 관련된 영감을 얻을 기회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비록 개인 휴가를 반납해야 하고 준비 시간도 만만찮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이에요.”
▲인터뷰에 응한 네 사람은 하나같이 “남에게 베푼다는 맘으로 출발했다 뜻밖에 ‘힐링’ 하고 돌아오는 게 임직원 해외봉사단 활동”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임직원 해외봉사단을 꾸린 건 지난 2010년. 세네갈에 아프리카 총괄이 들어서는 것과 시기를 같이해 ‘회사 차원에서 현지 국민에게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안팎에서 머리를 맞댄 결과로 첫선을 보였다. 이후 봉사단 운영 노하우가 쌓이며 파견 국가 범위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으로 확장됐다. 첫해 ‘봉사단원 31명, 교육 대상자 50명’이었던 프로그램 규모 역시 올해 ‘봉사단원 200여 명, 교육 대상자 1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2016년 8월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임직원 봉사단을 파견한 국가는 모두 8개. 봉사단원의 누적 규모는 1121명에 이른다. 기간 중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구축된 IT 교육 시설은 23개, 프로젝트 봉사는 11건이었다.
삼성전자가 임직원과 함께 진행 중인 해외 봉사 활동은 전 세계적 흐름과도 궤를 함께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국제연합(UN)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7개 항목 중 ‘양질의 교육(Quality education)’과 ‘적절한 일자리와 경제 성장(Decent work and economic growth)’은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추구하는 두 가지 덕목, 즉 △일자리 창출로 연계될 수 있는 교육 봉사 △현지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 봉사와 상당 부분 지향점이 같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지난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봉사팀이 출국, 현지에서의 일정을 이미 시작했다. 다음 달 2일엔 우즈벡 봉사팀이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사회봉사단사무국에 따르면 오는 11월까지 200여 명의 임직원 봉사단원이 7개국을 방문, 현지 IT 학습 환경을 구축하고 개선하며 현지 사정에 최적화된 프로젝트 구축에 앞장설 계획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 활동, 올해는 또 어떤 날갯짓으로 기분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까?
TAGS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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