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에 ‘맛’과 ‘멋’ 더하는 배경의 힘!
안녕하세요. 벌써 다섯 번째 칼럼으로 인사 드리는 캘리그래퍼 ‘이랑’입니다. 푹푹 찌는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 상당히 불편하실 텐데요. 그래도 모름지기 여름은 더워야 제맛! 더위 먹지 않도록 평소 물을 많이 드시는 게 중요하다니 꼭 기억하세요.
‘떨어뜨리기’와 ‘먹 번짐 원 그리기’
붓 중심 방향 달리하면 농도 조절 가능
지난 칼럼에선 엽서 쓰기에 도전해봤는데요. 가끔은 이렇게 ‘소소하지만 주는 이의 정성이 담긴’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캘리그래피에서 빠지면 서운한 ‘배경’ 만들기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글씨만 있어도 괜찮긴 하지만 무심한 듯 ‘툭’ 그어주는 선 하나, 찍어주는 점 하나에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거든요.
일단 먹물로, 그 다음엔 한국화용 물감으로 각각 배경 작업에 도전해볼게요. 아래 그림은 먹물을 이용한 ‘떨어뜨리기’ 기법인데요. 이때 점검할 건 아래 빨간 화살표로 된 부분입니다.
‘고통’이란 단어엔 가슴 먹먹해지고 아픈 느낌이 담겨 있죠. 그래서 배경에선 먹물을 활용, 그런 인상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되실 텐데요. 일단 붓에 물을 듬뿍 묻혀 한지에 원을 그려줍니다. 전 납작붓을 사용했지만 여러분은 각자 편한 붓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런 다음, 다시 붓에 먹물을 ‘뚝뚝 떨어질 만큼 흥건하게’ 묻혀 물로 그린 원에 떨어뜨려줍니다. 이때 좀 더 연한 색감을 원하신다면 붓에 먹물을 묻힐 때 물을 섞어 농도를 연하게 만들어주세요.
떨어뜨리기 효과는 다른 방법으로도 낼 수 있는데요. 붓 끝을 한지에 직접 닿게 해 번지길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이번에도 동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첫 번째 방식은 ‘자연스러운 번짐’에, 두 번째 방식은 ‘깨끗한 번짐’에 각각 적합합니다. 단, 떨어뜨리기 방식의 배경은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고통’ 같은 단어에 보다 적절합니다. ‘행복’처럼 밝은 느낌의 단어에 먹물로 번지는 배경을 곁들이면 좀 어색하겠죠?
이번엔 역시 납작붓을 활용, ‘먹 번짐 원 그리기’에 도전해볼게요.
떨어뜨리기 기법과 달리 한지에 붓을 직접 닿게 해 원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위 오른쪽 사진에서 알아차리신 분도 있겠지만 파란 원과 빨간 원의 먹 진하기 정도가 서로 다릅니다. 파란 원은 안쪽 부분이, 빨간 원은 바깥쪽 부분이 각각 진한데요. 그 차이는 붓의 방향에 있습니다. 우선 아래 동영상부터 보실까요?
영상을 보신 후에도 ‘붓에서 먹의 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가 궁금하신 분, 계실 텐데요. 붓에 먹을 한 번 더 묻혀주기 때문입니다. 붓에 전체적으로 먹을 묻혀준 후, 아래 사진 빨간 원 부분에서 보듯 한 번 더 살짝 묻혀주는 거죠. 원을 그릴 때 빨간 원 부분이 안쪽이 되느냐, 바깥쪽이 되느냐에 따라 진한 부분이 달라지게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아래아래 두 사진 참조>. 다시 말해 붓의 중심(붓을 돌리는 동안 움직이지 않고 중심이 되는 부분)이 먹을 한 번 더 묻힌 쪽인지 여부에 따라 진하게 표기되는 부분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번엔 한국화용 물감을 이용해 원 그리기에 도전해보겠습니다. 색깔은 각자 원하는 걸로 고르시기 바랍니다.
위 사진 왼쪽 원은 내부가 중심으로, 오른쪽 원은 외부가 중심으로 각각 그려졌습니다.
‘배경선 긋기’
같은 재료도 시차 활용하면 번질 염려 없어
지금까지 떨어뜨리기와 먹 번짐 원 그리기 기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번엔 먹물과 한국화 물감을 이용, 배경선 긋기를 배워보겠습니다. 원 그릴 때와 마찬가지로 붓에 먹을 묻힌 후 붓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편하게 그어주시면 됩니다. 사선이나 곡선으로 응용해도 좋겠죠?
위 화살표 부분처럼 한 번 더 묻혀준 붓의 방향에 따라 진한 부분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렵지 않으시죠? 그럼 이번엔 배경선을 포함시켜 글자를 적어볼게요.
‘노을’이란 글자 아래 붉은 색의 배경선이 그어진 것 보이시죠? 이렇게 배경선만 하나 그어줘도 글자가 한층 멋스러워집니다. 이번엔 먹물과 물감 둘 다 사용한 배경도 보여드릴게요.
한지의 특성상 먹물만 빨아들이기 때문에 배경선을 먼저 그어준 후 충분히 마르면 그 위에 글자를 써줍니다. 이 순서만 잘 지키시면 배경선과 글자가 똑같이 먹물이라 해도 섞이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이번엔 여러 색 물감을 더해 배경선을 만들어볼게요. ‘무지개’란 글자를 곁들였습니다.
어때요, 작품이 한층 화려해졌죠? 이때도 좋아하는 색상을 적절히 활용하시면 됩니다.
여러 개의 물감을 섞어 쓰실 땐 원하는 색깔의 종류만큼 붓을 나눈다고 생각하세요. 너무 진하다, 싶으시면 물감을 붓에 다 묻혀준 후 그 위에 물을 한 번 묻혀 그어주시면 됩니다.
역시 배경선을 긋고 물감이 마르면 그 위에 쓰고 싶은 문구를 써주세요. 배경이 먹물이든 물감이든 좀 진하게 나왔다 싶으면 물을 묻혀 농도를 약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작품 하나 더 보여드릴게요. 제가 좋아하는 문구 ‘인연의 끈’을 활용해 만들어봤습니다.
주제와 어울리게 네 잎 클로버를 그리면 어울리겠다, 싶어 연두와 초록 물감을 붓에 묻히고 농도는 약하게 해 네 번 쓱쓱 그어줬습니다.
작품 수준, 배경으로 손쉽게 끌어올리세요!
어렵게 보였던 배경 처리, 알고 보니 간단하죠? 방법만 알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캘리그래피 강습을 나가보면 배경선 수업에 대한 반응이 특히 폭발적이더라고요. 어렵지 않게 작품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요즘 한창 더우니 무지 부채에 배경 처리가 더해진 작품을 만들어 선물하는 것도 좋겠죠? 선물 받는 이가 시원한 여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요.
다음 칼럼에선 ‘낙관 파기’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제 작품 왼쪽 위에 ‘랑’이라고 쓰인 부분 보이시죠? 그게 바로 낙관인데요.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은근히 쓰일 데가 많은 낙관, 손쉽게 만드실 수 있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칼럼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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