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아이야, 소원을 말해보렴”… 13년째 난치병 아이들 꿈 응원

2019/09/26 by 김도영
공유 레이어 열기/닫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한창 꿈 많을 시기에 병마와 싸워야 하는 난치병 환아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단체가 있다. 환아들의 사연을 듣고, 배정된 자원봉사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소원을 이루어주는 ‘메이크어위시’가 그곳이다. 삼성전자 DS부문에선 2007년 메이크어위시 한국지부와 연결이 되었고, 이후 꾸준히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18년까지 임직원들이 소원을 들어준 환아는 모두 1,000여 명. 난 15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아이가 원하는 소원을 이뤄주는 ‘위시데이(Wish Day)’, 이날만큼은 아픈 아이가 아니라 그저 행복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이다.

▲ 아이가 원하는 소원을 이뤄주는 ‘위시데이(Wish Day)’, 이날만큼은 아픈 아이가 아니라 그저 행복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이다.

▲ 아이들마다 바라는 꿈은 다 다르다. 소원을 이룬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 아이들마다 바라는 꿈은 다 다르다. 소원을 이룬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아이야, 너의 소원은 무엇이니?”

아이들의 소원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노트북을 갖고 싶어요’,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어요’, ‘영어 회화 수강을 하고 싶어요’, ‘공부방을 꾸며주세요’, ‘스파이더맨이 보고 싶어요’, ‘운동선수를 만나고 싶어요’, ‘음악 편집기를 갖고 싶어요’… 아이들의 바람을 처음 들었을 땐 생각보다 평범하네 싶었다. 뭔가를 갖고 싶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게 다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소원엔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어있었고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믿음을 경험하는 희망의 과정이었다.

▲ 공부방부터 영어 회화 수강권까지, 아이들의 꿈이 이뤄졌던 순간들

▲ 공부방부터 영어 회화 수강권까지, 아이들의 꿈이 이뤄졌던 순간들

지연(가명)이란 아이의 소원은 노트북을 갖는 거였다.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부족한 학교 공부를 보충하기도 하고, 또 이로써 치료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잊고 싶어서라고 했다.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었던 현준(가명)이는 투병하는 동안 홀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으로 여행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고 했고, 설희(가명)는 영어 회화 수강권을 얻어 치료 기간 동안 뒤처진 영어성적을 올리고 싶어 했다. 음악 편집 프로그램을 갖고 싶다던 민재(가명)는 치료 기간 동안 집중할 만한 무언가를 찾다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수환(가명)이는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우연히 TV를 통해 본 류현진 선수의 멋진 모습에 푹 빠졌다. 수환이 아빠는 그 선수가 어릴 적 몸이 아팠지만 잘 극복해서 훌륭한 선수가 되었다는 상상 섞인 격려를 전했고, 수환이는 아빠의 격려 덕분에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시구’란 소원도 이뤘다. 치료가 잘 돼 완치를 앞둔 유정(가명)이는 곧 있을 개학에 대비해 나만의 공부방이 생기길 바랐다.

▲ 공부방이 생겼다는 건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믿음을 경험하는 일과 같다. 아이들의 병도 소원이 이뤄지듯 하루빨리 낫길 간절히 바라본다.

▲ 공부방이 생겼다는 건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믿음을 경험하는 일과 같다. 아이들의 병도 소원이 이뤄지듯 하루빨리 낫길 간절히 바라본다.

소원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여

일상에서는 특별할 게 없는 일이, 혹은 그저 부모님께 억지 섞은 떼를 쓰면 되는 단순한 것들이 환아에게는 일생을 건 간절한 소원이 된다. 그걸 알게 되니 아이들을 만날수록 어깨가 무거워지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 하는 팀원들 모두 그러했다. 공부방을 꾸미고 싶은 환아를 위해 건강에 무해한 친환경 페인트로 벽을 칠하고 벽화도 직접 그렸다. 안경 쓴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여자아이의 위시데이에는 남자 멤버들이 모두 안경을 구매해 쓰고 가기도 했고, 오래도록 이날을 기억할 수 있도록 위시데이에 딱 맞는 콘셉트의 설탕 케이크를 만들기도 했다. 소원 성취에 적합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찾다 보니 팀원은 점점 늘어났다.

▲“몸은 좀 더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아이에게는 단 한 번뿐인 위시데이인 만큼 정성을 다해야죠.” 환아를 위해 직접 친환경 물감으로 벽을 꾸미는 봉사자

▲“몸은 좀 더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아이에게는 단 한 번뿐인 위시데이인 만큼 정성을 다해야죠.” 환아를 위해 직접 친환경 물감으로 벽을 꾸미는 봉사자

▲안경 쓴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아이의 위시데이. 평소에 쓰지 않는 안경을 구입해 썼다. (왼쪽이 필진 김도영 씨)

▲안경 쓴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아이의 위시데이. 평소에 쓰지 않는 안경을 구입해 썼다. (왼쪽이 필진 김도영 씨)

정성을 다해 진행한 만큼 보람도 컸다. 항상 병실에서 아픈 모습으로 힘겹게 인상을 쓰고 있던 아이들도 위시데이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위시데이가 끝난 후 아이들의 완치 판정 소식을 들을 때면 정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수백 번도 더 들었다.

▲아이의 완치 소식을 전하는 어머니의 문자를 보면 우리가 더 많은 걸 받은 것 같다.

▲아이의 완치 소식을 전하는 어머니의 문자를 보면 우리가 더 많은 걸 받은 것 같다.

(※ 아이의 이름은 보호자와 상의 후 비노출 처리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특히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다. 중학생 정도의 아이였고 안타깝게도 치료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봉사자들에게 말한 소원은 다름 아닌 고급 만년필을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만년필에 문구를 새겨 달라고 부탁했다. ‘이것으로 많은 아이들을 보살펴주세요. 감사했어요.’ 고민 끝에 정한 소원이 바로 담당 의사 선생님께 드릴 만년필이었던 것이다. 최선을 다해 제작한 만년필은 아이의 바람대로 의사 선생님께 잘 전달되었다.

▲아이가 의사 선생님께 만년필을 전달하는 순간. 아이의 진심 어린 마음도 전달되었을 거라 믿는다.

▲아이가 의사 선생님께 만년필을 전달하는 순간. 아이의 진심 어린 마음도 전달되었을 거라 믿는다.

하고 싶은 게 많았을 텐데 만년필을 선택한 아이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아이들은 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잘 보살펴 달라’는 아이의 진심 어린 마음은 욕심 가득했던 내 마음을 참 많이 부끄럽게 했었다. 지금도 불평이 생기거나 내 욕심껏 되지 않아 속상할 때면 이 만년필 생각이 나를 바로잡아 주곤 한다. 나는 비록 그 만년필의 주인은 아니지만 아이의 마음은 같이 받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되도록 많은 아이들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려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by 김도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부문 메모리P기술팀

기획·연재 > 오피니언

기획·연재 > 오피니언 > 임직원 칼럼

삼성전자 뉴스룸의 모든 기사는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저작권과 초상권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컨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