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한번 빠지면 출구 없는 진짜 덕(德)질, 봉사활동

2019/09/05 by 홍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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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평일과 같은 시간에 알람이 울린다. 창문을 열어놓고 잠든 탓에 새벽공기가 찼는지 몸이 찌뿌둥하다. 알람을 끄고 다시 누울까 잠깐 고민하다 유혹을 이겨내고 몸을 일으킨다. 매달 정기적으로 가는 회사 봉사활동이 있어서다. 어쩌다 나는 황금 같은 주말에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땀 흘린 만큼 채워지는 기쁨

독거 어르신을 위한 무료급식 설거지 봉사

▲ 독거 어르신을 위한 무료 급식 설거지 봉사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는 독거 어르신들의 무료 점심 급식 설거지 봉사가 있다. 이곳에서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 봉사에서 만난 다양한 부서의 사람과 인연이 되어 함께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계실 때는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지만, 식판이 하나둘 퇴식구에 들어오는 순간 일거리가 쉴 틈 없이 밀려든다. 습기 많은 주방에서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체감 실내온도는 35도에 육박한다. 잔반도 튀고, 세제 물도 튀고, 땀도 흘리니 막 입는 옷을 입고 오는 게 좋다. 육체노동의 강도는 있지만 깨끗하게 설거지 된 그릇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설거짓감이 밀려들기 전 폭풍전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 설거짓감이 밀려들기 전 폭풍전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아기 돌봄 봉사

셋째 주 일요일에는 가톨릭계 미혼모 보호시설인 ‘모성의 집’에 가서 아기 돌봄 활동을 한다. 24개월 미만의 영아들과 함께 입소한 미혼모들에게 공예 수업을 진행해주는 동안 아기를 돌본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들이기 때문에 일대일 전담으로 분유 먹이기부터 트림시키기, 같이 놀아 주기, 기저귀 갈아주기까지 그야말로 ‘토탈 돌봄 서비스’를 한다. 중간중간 아기들의 컨디션이 좋을 때 성장앨범을 찍어 두기도 한다.

아기는 잘 때가 가장 예쁘다고 했던가? 사실이다. 이유 없이 보채거나 계속 울면 정말 난감하다. 수업이 끝난 엄마들이 아기를 찾으러 오면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어린 아기들이라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은근히 정신적 노동의 강도가 세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기들, 이 순간을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사진으로 남긴 추억이라도 간직하기를

▲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기들, 이 순간을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사진으로 남긴 추억이라도 간직하기를.

봉사 하나 추가요! 가르치며 공부하는 일석이조 반도체 과학교실

올해에는 앞선 두 군데 정기봉사 외에 특별한 봉사활동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DS부문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인 ‘반도체 과학교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자유학년제 주제선택활동 수업에 DS부문 임직원들이 교사로 출강하고 있다.

반도체 과학 교실의 수업 모습

얼마 만에 가 본 중학교 교실인지! 요즘은 학생 수가 많지도 않다. 막상 교탁 앞에 서자 긴장이 된다. 학생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고 부르는데 뭔가 낯간지럽기도 하고,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으니 책임감도 생긴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수업 준비를 하다 보니 반도체 동작 원리를 다시금 짚어 본다. 나 또한 공부가 되는 셈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반도체 과학 교실의 임직원 봉사자들

중독성 있는 봉사, 어느새 덕을 쌓아가는 진짜 ‘덕(德)질’이 되다

누군가 봉사도 중독이라고 그랬다. 맞다. 일회성에 그쳤다면 잠깐의 ‘외부 활동’처럼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독거 어르신 무료급식소 설거지 봉사와 미혼모 보호시설 아기 돌봄 정기 봉사를 다닌 지도 3년이 넘다 보니 이제는 일거리가 아니라 ‘얼굴들’이 보인다. 이 더운 날에도 매주 꼬박꼬박 무료 급식소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한 끼 식사를 하려고 온다고 하기보다는 무료함을 이기기 위해 사람을 만나러 오는 것 같았다. 

마음까지 든든히 채워드리는 따뜻한 한 끼 식사가 되길 바라며

▲ 마음까지 든든히 채워드리는 따뜻한 한 끼 식사가 되길 바라며.

아직 말 못 하는 아기와 함께 보호시설에 입주한 미혼모들은 봉사자를 통해 다양한 바깥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난 짧은 시간을 할애했을 뿐인데, 이 시간이 누군가에겐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그래서 한번 이 세계에 빠지면(?) 쉽게 나올 수가 없다.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어 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도 잠을 이겨내고 참석한 내가 스스로도 기특하다. 봉사활동으로 나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위해 덕을 쌓아보는 건 어떨까?

by 홍자경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부문 파운드리ME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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