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스마트스쿨의 변신이 반가운 이유
1769년, 스위스 취리히 근교의 황량한 시골. 젊은 부부 한 쌍이 마차를 타고 일대를 돌아보고 있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듯한 어린 아이들이 작업에 한창이었다. 하루 종일 과일을 따고 씻어 껍질을 벗긴 후 화덕에 졸여 잼을 만들고, 그 이후에야 겨우 저녁밥을 얻어먹고 좁은 방에 모여 쓰러져 자는 아이들. 한창 배워야 할 나이지만 학교에 가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날 남편은 결심했다.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농장을 새로 차리고, 불쌍한 아이들을 데려다 제대로 교육 기회를 줘야겠다!’ 그에게 교육이란 ‘어린 세대의 인생 준비를 돕는 것’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머리와 손발, 마음을 조화롭게 발달시켜 실생활에 쓸모 있는 재능과 직관력을 길러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져야 한다, 는 게 남편의 믿음이었다. 남편의 이름은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 ‘근대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의 교육관은 오늘날까지도 교육 철학의 기초가 되고 있다.
1907년, 눈빛이 유난히 초롱초롱한 한 여성이 이탈리아 로마 빈민가의 한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그 건물엔 ‘까사 데이 밤비니(Casa dei Bambini, 이탈리아어로 어린이의 집이란 뜻)’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 아침이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 건물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행동거지가 유난히 부산스러운 아이들, 주위가 산만해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 거동이 불편해 엄마 등에 업혀 오는 아이들…. 여성은 그 모두를 다정한 미소로 맞으며 안내했다.
여성의 이름은 마리아 몬테소리. 의사로서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가까이서 관찰해온 그는 “모든 아이는 각자 나름의 형태로 세상을 배우고 세상에 참여할 의욕이 충만하다”고 확신했다. 그에 따라 종전까지 ‘가르칠 수 없는’ 존재로 간주돼온 과잉행동 어린이나 지적(知的)장애 어린이도 끌어 안을 수 있는 교육법을 개발했다. 핵심은 ‘아이들이 자연스레 어울려 노는 과정에서 자신의 흥밋거리를 찾아 집중하며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의 교육법은 오늘날에도 비단 장애아 교육뿐 아니라 아동 교육 전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 교실, 관건은 ‘교육 가치 구현해내는 기술’
페스탈로치와 몬테소리는 둘 다 근대의 문턱에서 종전 교육의 흐름을 크게 바꾼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오랜 기간 ‘권위주의적 학습을 통해 기계 부품 같은 인간을 양산해내는 시스템’이었던 교육은 시대에 맞게 개선돼왔다. 그에 따라 오늘날 교실의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상당 기간 권위적이고 획일적이었던 교실 풍경은 근대로 접어들며 페스탈로치나 몬테소리 같은 몇몇 선구자에 의해 크게 바뀌었다. 사진은 19세기(왼쪽)와 21세기 미국 소재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
하지만 현실적 문제는 남아있다.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각국의 교실 다수가 여전히 수십 년 전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보폭을 충분히 따라 잡지 못하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해도 지금 10대인 청소년이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했을 때 적절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려면 적어도 2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20년 후 세상은, 그리고 교실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더욱이 교육 철학 자체는 페스탈로치나 (미국 철학자 겸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 같은 이들의 혜안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아니, 한 세기가 지나도 그들의 통찰이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일 정도다. 따라서 미래의 교실은 이들의 교육관을 온전히 실현해야 한다는 과제를 여전히 떠안고 가게 될 것이다.
소셜미디어 전문가 에단 던윌(Ethan Dunwill)은 기술 발달에 따라 달라질 교실의 미래상을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 교실의 모습이 훨씬 융통성 있게 변한다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한 학생을 위해 서서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이 들어서고 일부 학생은 교실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집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시에 개인 워크스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학생용) 단말기는 (교사용) 화이트보드와 상호작용한다
○ 증강현실∙가상현실 사용 빈도가 늘어난다
가령 학생이 책에서 지도가 그려진 페이지를 편 후 특수 고글을 착용하면 해당 지역 모습이 3차원으로 보인다. 미술 작품이 그려진 페이지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터치하면 작가(나 비평가)가 나와 작품을 해설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이용할 수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학생도 가상현실을 활용, 도시 소재 유명 박물관 소장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 다양한 형태의 과제 수행이 가능해진다
교사가 같은 과제를 제시해도 학생들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탐구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위인 A의 생애를 조사하라’는 과제를 예로 들면 어떤 학생은 전통적 방식의 보고서를 제출하겠지만 다른 학생은 자신의 탐구 과정을 동영상 클립으로 제작할 것이다. 프레지(Prezi, 프레젠테이션 도구의 일종)를 활용, 애니메이션 만들기에 도전하는 학생도 나올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 발표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을 통해 구현 가능하다
실제로 이 같은 시나리오 중 일부는 이미 교실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실현 자체가 불가능한 기술은 아닌 셈이다. 결국 관건은 ‘기술이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구현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인간 개개인에게 내재된 기량을 최대한 이끌어내 창의적 인재로 키우는 일, 200년 넘게 이어져온 교육의 궁극적 지향이 오늘날과 같은 ‘테크놀로지 기반 사회’에서도 흔들림 없이 구현될까?
삼성 스마트스쿨 지원 대상 확대, 이면의 의미
삼성 스마트스쿨. 도시와 도서·산간 지역 간 디지털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삼성전자가 국내 농산어촌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IT 기술을 활용, 학생별 맞춤 학습을 지원하는 미래형 교육 방식이 골자. 2016년 10월 현재 스마트스쿨로 선정, 관련 혜택을 받은 학교는 36개교 109개 학급이다.
삼성 스마트스쿨은 올 들어 한 차례 변화를 시도했다.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춰온 이제까지와 달리 올해부턴 지원 대상을 지역 구분 없이 병원·다문화센터·지역아동센터·특수학교 등 ‘어린이·청소년(6세~18세) 대상 교육 시설’로 확대한 것. 말하자면 격차에 대한 시각의 지평을 넓힌 셈이다. 여기엔 “쉬이 가르치기 어렵다, 고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 아이에게도 지적 잠재력이 충분히 있는 만큼 ‘맞춤형 교육법’ 제공으로 이들이 여느 아이와 똑같이 잠재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몬테소리식(式) 교육 철학’이 내포돼 있다.
▲올 6월 삼성 스마트스쿨로 선정된 전북 군산 대야남초등학교 학생들이 태블릿과 전자칠판을 활용한 수업에 참여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스쿨로 선정된 학교나 시설은 △갤럭시 태블릿 △전자칠판 △스마트스쿨 솔루션 △무선 네트워크 등이 연계된 첨단 교실 환경을 제공 받는다. 해당 학교(시설)의 교사(강사)에겐 이 같은 환경을 십분 활용,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이렇게 되면 일반적 교실 환경에선 교육 받기 불편했던 학습자도 얼마든지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다. 에단 던윌이 예측한 ‘교실 미래상’이 얼추 실현되는 것이다.
올해 삼성 스마트스쿨 대상 기관 선정 작업은 ‘자체 심사’와 ‘일반인 투표’ 등 두 단계 전형을 거쳐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5일부터 한 달간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연을 신청 받아 자체 심사(서류∙방문)를 진행, 후보 기관을 14개로 추렸다. 지난 5일부턴 이들 14개 기관의 신청 사연을 다시 홈페이지에 공개, 일반인 대상 ‘공감’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계속될 이 투표에서 1만 표 이상 획득한 기관은 전부 최종 스마트스쿨 지원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해외에서도 영국 비드커뮤니티초등학교를 비롯, 주요 국가 다수 학교에서 유사한 방식의 디지털 클래스룸 운영을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 2013년에 첫선을 보인 이후 3년 이상 지속돼온 이 프로젝트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각각의 분석 지표는 ‘(삼성전자의) 디지털 기기 활용 학습이 일반적 형태의 학습에 비해 △학습 의욕 고취 △집중도 향상 △기억력 신장 등의 부문에서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아래 그래픽 참조>.
‘삶을 준비하는 교육’서 ‘삶 그 자체인 교육’으로
페스탈로치와 몬테소리의 교육 철학은 처음 등장한 지 두 세기 이상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상적 형태로 추앙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지역 격차에 따른 물리적 환경 차이, 장애 유무를 비롯한 학습자의 처지 차이 등이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국내외에서 시행 중인 삼성 스마트스쿨, 그리고 디지털 클래스룸 프로젝트는 괜찮은 대안일 수 있다. 지역 격차는 태블릿을 통한 가상현실 등 적절한 소프트웨어가 제공되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 장애로 인한 학습 능력 격차도 마찬가지다[1].삼성 스마트스쿨이나 디지털 클래스룸에서와 같은 교육 환경이 제대로 구축된다면 학생들은 간접 체험도 직접 체험인 듯 실감나고 재밌게 누릴 수 있다. 또한 동시대에 가장 앞선 기술도 익힐 수 있다. 이는 자연스레 학습자에게 ‘미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기량’을 선사하게 되지 않을까? “삶을 준비하는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삶 그 자체인 교육”(존 듀이)의 21세기 버전인 스마트스쿨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1] 최신 I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불평등 해소 격차 방안은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게재된 스페셜 리포트 ‘디지털 불평등 개선 해법? 디지털에서 찾아라!’에 자세히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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