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자전거! 사이클 오 남매의 생애 첫 비무장지대 도전기!
순수하게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는 탈것 중 가장 효율이 좋은 발명품, 자전거. 이미 자전거는 지구의 많은 사람에게 친근한 이동 수단이며, 하나의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이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클래식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산악용 MTB를 타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이동 수단으로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 뉴스룸이 만난 삼성전자 사내 동호회 ‘B.W.R’도 그런 사람들의 모임 중 하나였다. 이들은 자전거라는 공통분모로 뭉쳐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건강한 여가 생활을 즐긴다. 지난 10월 29일, 경기도 연천에서 개최된 ‘DMZ 평화자전거대회’에 참여해 일반인으로서는 최초로 비무장지대(DMZ) 구간을 달린 이들의 여정을 삼성전자 뉴스룸이 함께했다.
“안녕하세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B.W.R입니다”
경기도 연천의 공설운동장은 일요일 아침임에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곳에 삼성전자 자전거 동호회 B.W.R 회원들이 있었다.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인 이른 아침인데도 이들은 복장을 갖춰 입거나 자신의 자전거를 조립하는 등 대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제 30분 후면 대회가 시작되는 시간. 달리는 구간이 비무장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운동장의 분위기는 꽤나 진중하고 무거웠지만, B.W.R 회원들의 얼굴에는 걱정보다 웃음이 가득했다. 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친한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듯한 이들의 모습에서 자전거와 동호회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훈훈한 분위기의 동호회 B.W.R은 강윤석 회장(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위 사진)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10년째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그중 5년의 세월을 동호회와 함께했네요. 첫 시작은 ‘우리 회사에도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탈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었어요. 그래서 사내에 자전거 동호회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무척 아쉬워하던 찰나, 동료들이 직접 동호회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었죠. 그렇게 시작된 것이 ‘BLUE WIND RIDERS(B.W.R)’입니다. 푸른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사람들. 아무래도 삼성전자 하면 떠오르는 색이 파란색이잖아요. 이름만 들어보면 단순하게 만든 모임 같지만, 현재는 100명이 넘는 회원이 함께하는 꽤 괜찮은 동호회가 되었답니다.”
비록 오늘 대회에는 5명만 참가했지만, 평소에는 더 많은 회원이 함께한다. 정기적인 동호회 모임에서는 주로 맛집을 목적지로 정해 그곳까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서 맛있는 음식을 원 없이 먹고 오거나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 풍경을 감상하며 서로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강윤석 회장은 B.W.R은 단순한 동호회가 아니라 자전거를 매개로 모인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했다.
동호회의 이런 화목한 분위기가 직접 동호회를 만든 강윤석 씨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대회에 함께 참가한 이유정 씨(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위 사진)도 동호회 자랑에 한몫 거들었다. “우리 동호회는 너무 가족 같아서 문제일 정도예요. 동호회에 들어온 지 3개월밖에 안 돼서 자전거도 잘 못 타거든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워낙 좋아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번 대회도 덜컥 참가하게 되었죠. 솔직히 오늘 달리게 될 100km의 거리를 생각하면 진짜 엄두도 안 나지만, 함께 온 사람들을 믿고 달려보려고요.”
바람이 분다. 우리는 연천으로 간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그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이하 DMZ)’. DMZ는 휴전 협정 이후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 시설의 설치 등이 금지된 지역으로, 우리나라는 휴전선 남·북 2km로 정해졌다. 이처럼 삼엄하고 위험한 공간이기에 지금까지 일반인에게는 출입뿐 아니라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DMZ가 이번 대회를 위해, 자전거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 자신의 모습을 내보였다.
DMZ 구간을 포함한 최초의 자전거 대회인 ‘2017 YTN-연천 DMZ 평화자전거대회’는 총 10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완주해야 한다. DMZ와 군사 지역이 포함된 코스는 도로 상태가 균일하지 않아 자전거 운전자의 편안한 주행을 보장하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유sms 그 DMZ를 포함해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사람의 눈을 피해 숨어 있던 청정의 자연에 있을 것이다.
김태훈 씨(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위 사진)가 이 대회의 참가를 희망한 것 역시 그 경관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대회 코스에 포함된 군사 지역 구간은 솔직히 난도가 꽤 높습니다. 쉽지 않은 주행이 될 텐데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비무장지대’를 제 두 발로 달릴 수 있다는 게, 그리고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대됩니다. 그 값진 순간을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요. 어서 이 두 눈과 두 발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제 출발 시간이다. 모든 참가자가 출발 준비를 위해 한 곳에 모였고, 대회장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웃음기 가득하던 B.W.R 회원들도 어느덧 진지한 표정으로 마지막 준비를 시작했다. 긴장한 서로의 모습이 어색한지 회원들은 멋쩍은 미소를 보였지만, 이내 그마저도 잊어버린 채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그렇게 대회는 시작되었다.
66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달리다
이번 대회의 100km 주행 코스는 자유롭게 경치를 즐기며 편안한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구간과 대회용 기록 측정을 위한 구간이 번갈아 구성되며, 각 구간 사이에는 세 곳의 휴식 장소가 준비되어 있었다. 긴 주행에 지친 사람들은 물론, 천천히 DMZ의 매력을 느끼려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100km의 부담감을 떨치려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준, 세 곳의 휴식 공간을 중심으로 B.W.R 회원들의 여정을 풀어보자.
※ 주행코스에 군사 지역이 포함된 이번 대회는 참가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주행 코스가 공개되지 않아, 대회 중 인터뷰는 휴식소에 들른 B.W.R 회원들과의 전화 인터뷰로 진행하였습니다.
1차 휴식소
이우근 씨(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위 사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연천에 처음 와봤다. “평소 연천은 그냥 군부대가 있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군사 지역이라 사진을 못 찍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예요. 저희 회원들은 내년에도 이 경치를 보기 위해,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습니다.”
이우근 씨의 감탄을 불러일으킨 1차 휴게 보급소. 그러나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이곳을 조금만 지나면 경계를 서는 군 장병들 옆으로 쭉 펼쳐지는, 무려 66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진짜 DMZ가 시작되니까.
2차 휴식소
1차 휴식소를 지나 펼쳐진 DMZ의 수려한 경치를 직접 본 강윤석 회장은 눈앞의 절경을 두고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이상하게 가슴이 저렸습니다. 군사분계선을 앞에 두고 예상치도 못한 풍경을 보게 되어서 그랬을까요? 주행 중 문득 제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어요. 말을 한 것도 아닌데, 회원들 모두 함께 서 있었죠. 묘한 기분이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 하다니… 아름다운 풍경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웠습니다.”
B.W.R 회원들은 묘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100km라는 긴 거리를 완주하기 위해 계속 달렸다. 초보자를 포함한 다섯이 함께 달리는 길이었기에 무엇보다 선두의 역할이 중요했다. 반복되는 언덕길과 연천의 찬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팀원들의 체력 소모를 최소화해주는, 일명 ‘바람막이’. 이길홍 씨(삼성전자 VD사업부)는 다른 회원들을 위해 이 수문장 역할을 자처했다.
3차 휴식소
100km 랠리를 마무리하기 전 마지막 휴식소. 바람에 맞서 회원들을 이끈 이길홍 씨(위 사진)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아직 도착 지점까지는 조금 더 가야 하지만, 지금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제 뒤를 잘 따라와 주었기에 모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바람이 더 매섭고, 언덕이 반복되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뒤에서 저를 믿고 묵묵히 따라와준 동료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끝이 보이는 만큼 이 의미 있는 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
대회 시작 다섯 시간 후, 도착 지점으로 들어오는 B.W.R 회원들. 100km를 달린 사람들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은 웃음을 지으며 돌아오는 모습에서 장거리 주행의 고단함을 이기는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보였다. 이들이 이렇게 자전거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전거를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은 B.W.R 회원들의 모습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자전거의 무게는 평균 15kg. 그런데도 자기의 몇 배나 되는 무게를 견디며 달린다. 절대 넘어지지 않는 채. 우리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든 순간에도 우리는 달려야 한다. 너무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자전거를 탈 때 힘든 언덕을 오르고 나면 시원한 내리막이 나오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힘든 일상을 이겨내면 분명히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시간을 함께 이겨낼 친구들이 있다면 더욱 좋다. 함께 모여 푸른 바람을 가르는 B.W.R 동호회처럼 말이다. 자전거를 매개로 모여 서로의 인생을 나누는 이들의 이번 도전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은’ 응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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