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서 ‘친근함’으로… 로봇청소기, 인간의 로봇관(觀) 바꾸다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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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robot). 한때 ‘아이들의 꿈’ 정도로 간주됐지만 지금은 산업적으로, 또 가정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메카트로닉스[1] 아이템이다. 대개 로봇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생김새는 인간과 비슷하면서 인간이 원하는 서비스를 척척 해주는 기계’를 떠올린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상상 속 로봇’은 인간과 정서적 교류까지 가능할 정도로 친근한 존재다.

‘생김새는 인간과 비슷하면서 인간이 원하는 서비스를 척척 해주는 기계 로봇 이다 정면 측면 손 다리 사진 ‘생김새는 인간과 비슷하면서 인간이 원하는 서비스를 척척 해주는 기계 로봇 이다

 

한 세기 가까이 이어져온 ‘기계인간 공격’ 공포

그런데 로봇이란 단어의 등장 배경엔 상당히 어두운 맥락이 숨어있다. 흔히 영단어로 알려진 로봇의 어원은 ‘강제 노동’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다. 1920년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 1890~1938)가 쓴 공상과학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Rossumovi Univerzální Roboti, R.U.R)’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서방 세계에 그 개념이 최초로 도입됐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R.U.R.은 합성 소재로 만든 인조인간, 곧'로봇'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로봇 제조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해리 도민(Harry Domin)'은 R.U.R.에서 만들어진 로봇이 값싼 노동력을 제공,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고 빈곤도 퇴치할 거라고 믿는다. 반면, 그의 아내는 힘들고 위험한 노동으로 착취 당하는 로봇을 불쌍히 여긴다.  10년 후, 세상은 해리가 꿈구던 것과는 사뭇 달라져 있다. 로봇이 일을 다해주자, 나태해진 사람들은 힘든 일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으려 했다. 아이도 낳지 않았다. 한편, 험한 노동에 시달리던 로봇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이 일로 해리와 그의 아내를 비롯, 지상의 모든 인간이 죽고 R.U.R 기술자 '알퀴스트(Alquist)'가 유일하게 남겨진다, "(항상 일만 하던) 손이 로봇과 닮았다"는 이유로.  로봇은 알퀴스트에게 "로봇을 계속 생산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건 알퀴스트 능력 밖의 일이었다. 로봇의 수명은 기껏해야 30년. 절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R.U.R소속 생리학자였던 골(Gall)박사는 죽기 직전, 두 로봇 '프리무스(Primus)'와 '헬레나(Helena)'에게 영혼을 불어넣었다. 프리무스와 헬레나가 서로 사랑하고 있딴 사실이 밝혀지자, 알퀴스트는 둘에게 세상을 맡기기로 한다. 이들에게서 아기가 태어나고 그 결과 지구상에 사랑과 생명이 다시 이어지길 기대하며...

이 작품에서 알 수 있듯 ‘로봇’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차페크 연극 속 로봇의 성격은 오늘날과 사뭇 다르다. 우선 차페크가 만들어낸 로봇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인간이 아니라 합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다. 극중 인간과 로봇의 관계 역시 현대 사회에서의 그것과 차이가 상당하다. 인간이 ‘(기계의 일종인) 로봇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로봇을 노예처럼 부리는’ 형태이기 때문이다(실제로 로보타는 한때 ‘노예’란 뜻으로도 쓰였다).

하지만 차페크의 로봇 이미지는 이후 한동안 서구 세계의 상상력을 지배했다. 그리고 그 흔적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남아있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에서부터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2004년작 ‘아이, 로봇(I, Robot)’에 이르기까지 “언젠가 기계인간(로봇)이 인간을 공격할 것”이란 두려움은 현대인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반대로 ‘인간이 기계인간(로봇)을 억압하는’ 풍경 역시 영화에서 공공연하게 접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 ‘A.I.’(2001)가 대표적 예다.

‘생김새는 인간과 비슷하면서 인간이 원하는 서비스를 척척 해주는 기계 로봇 걸어 다니는 사진

한편, 현대 사회로 접어들며 영화 속 인간과 로봇 간 관계는 그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2012년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이 제작한 ‘로봇앤프랭크(ROBOT&FRANK)’만 해도 그렇다. 극중에서 인간 노인 ‘프랭크’를 돌보는 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은 교묘한 감정적 호소를 통해 프랭크가 건강을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다. 그뿐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선 프랭크를 위해 자신의 기억 저장 장치 속 메모리를 다 지워달라면서 ‘친구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감동마저 선사한다.

카렐 차페크의 연극, 그리고 오늘날의 영화 같은 대중예술은 당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비슷한 소재의 줄거리가 달라졌단 사실은 곧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단 걸 말해준다. 그 사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마법과 현실 사이, ‘대리노동 로보틱스’의 진화

20세기 초 차페크는 ‘노동을 회피하고 안이함만 추구하는’ 인간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담아 희곡을 썼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며 사정은 좀 달라졌다. 대규모 생산 라인에서 단조롭게 반복되는 노동이 “비인간적 행위”란 비판을 받는 사이, 기계가 단순 노동을 대신하게 하는 ‘자동화’ 기술이 점차 재조명 받게 된 것. 이런 흐름을 타고 중요하게 부각된 인물이 ‘로봇공학의 아버지’로 불렸던 미국 물리학자 겸 사업가 조셉 엥겔버거(Joseph F.Engelberger, 1925~2015)다.

엥겔버거는 ‘자동 작업 처리 기계’를 최초로 만든 기술자 조지 데볼(George Devol, 1912~2011)과 함께 1950년대에 이미 최초의 제조용 산업 로봇 ‘유니메이트(Unimate)’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서비스 산업과 건강 도우미, 우주 탐험 등 로봇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도록 이론적∙실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로봇 도입에 비판적인 견해와 관련, 엥겔버거가 건넨 답변은 ‘로봇의 궁극적 용도’에 관한 그의 신념이 얼마나 뚜렷한지 보여준다.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들 합니다. 그건 사실과 달라요. 로봇이 하는 일은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사람으로서 차마 못할 일’이죠. 그걸 사람에게 시키는 게 오히려 더 비인간적인 것 아닐까요?”

엥겔버거의 활약 덕분에 인간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대리노동자’의 성격은 한층 분명해졌다. 그건 차페크 희곡 속 로봇처럼 합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 아니다. 기계에 자동 제어 장치를 결합시킨 메카트로닉스 공학의 산물이다. 때마침 컴퓨터가 개발되며 자동 제어 장치는 점차 정교해졌고 기능도 다양해졌다. 그 결과, 인류가 초기에 상상했던 로봇과 비슷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런 아이템은 굳이 인간 형상을 하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부품을 집어 들어 컨베이어 벨트에 정확히 올려놓는 ‘팔’만 있어도, 혹은 생산 폐기물을 실어 처리장까지 운반한 후 처리 장치에 정확히 투입하는 ‘발’과 ‘등판’만 있어도 충분히 제 몫을 다할 수 있었다.

로봇 손들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인간과 어느 정도 닮았으면서 대화도 되는’ 로봇을 만들어 실용화시키려는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고급 장난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이 대목과 관련해선 지난해 6월 22일자 스페셜 리포트 ‘인간과 로봇, 아슬아슬한 동거를 시작하다’를 참조할 것). 반면, 인간처럼 생기진 않았지만 인간의 고된 노동을 덜어줄 수 있는 ‘대리노동자로서의 로봇’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여기저기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활동 무대가 산업 현장을 넘어 일반 가정으로까지 확대됐다.

 

로봇청소기는 ‘가정용 대리노동 로봇’의 최전선

집 안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는 게 ‘비인간적으로 고된’ 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 “아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한 번 권해보자, “몸소 한 번 해보라”고.

이른 아침부터 온 가족이 뿔뿔이 자기 할 일 찾아 나가버린 후 텅 빈 아파트. 여기저기 마구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와 헤집어진 침구, 소품이며 가구 따위를 치우고 세탁기를 돌리며 설거지하는 주부의 입장이 돼보라고 하는 것이다. 고립된 공간에서 매일 반복되는 작업을 마치고 나면 이미 녹초가 될 게 뻔하다. 그런 상태에서 소소한 쓰레기와 음식 부스러기,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들러붙어 잘 떼어지지 않는 바닥을 깨끗이 치우는 일은 어지간히 맘먹지 않고선 해내기 어렵다.

‘먹는 것과 일하는 건 나눠서 하라’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해도 함께하는 이가 있으면 서로 담소를 나누며 고달픔을 잊고 해낼 수 있다. 반면,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 해도 매일 혼자서 해내야 한다면 그 짐을 짊어진 이(대체로 주부다)에겐 그보다 큰 부담이 없다. 바로 그때 그 부담을 누군가 나눠 질 수 있다면, 그게 사람이든 기계든 상관없이 반갑고 고마우며 사랑스럽게 여겨질 것이다.

주부의 일손을 덜어주는 가전 종류는 꽤 많다.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만 해도 그렇다. 하지만 이들은 한 자리에 고정적으로 설치된, 이를테면 가구 같은 아이템이어서 (로봇처럼) 생명력 있게 움직인단 느낌을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18세기 말 이미 등장한 이들 가전이 몇 세기를 지나오는 동안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정착된 것만 봐도 그렇다.

6종의 로봇 청소기 사진

그런 의미에서 로봇청소기의 발전 속도는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초 로봇청소기가 소개된 건 1996년 영국 BBC TV에서였다. 불과 20여 년 만에 뜨거운 호응 속에 놀라운 진화를 거듭해온 것이다.

로봇청소기는 일반적으로 진공청소기 구조의 일부를 변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장착한 형태다. 그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2017년 1월 현재 정확한 종(種) 수를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전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로봇청소기를 내놓고 있다. 말하자면 ‘로봇청소기 전국시대’라고나 할까? 삼성전자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해 지난 2009년 ‘스마트탱고’를, 2014년 ‘파워봇’을 각각 출시했다.

 

파워봇, ‘최고 성능’으로 이름난 영국 제품 압도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최대 소비자 정보지가 로봇청소기 비교 분석 보고서를 펴냈다. 집필진은 보고서 발간 시점을 기준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로봇청소기 모델 중 성능이 가장 뛰어나며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 모 전자기업 제품 A와 삼성전자 파워봇을 비교, 실험했다. 결과는 파워봇의 우세승이었다.

‘청소 능력(Cleaning)’ 부문의 경우, 두 제품 모두 ‘일반 마루 청소’ 기능은 탁월했지만 ‘카펫 미세먼지 청소’ 기능에선 파워봇의 성능이 더 뛰어났다. ‘모서리 청소’ 분야에서도 파워봇은 사각형 외관을 활용,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다. A는 빠른 시간 내에 청소를 완료한 반면, 청소가 치밀하게 이뤄지지 않아 먼지가 많이 남았다.

로봇 청소기 파워봇(모델명 ‘SR20H9051’)

▲미국 최대 소비자 정보지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로봇청소기 중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인정한 파워봇(모델명 ‘SR20H9051’)

‘통과성과 기동성(Clearance and Maneuverability)’ 부문에선 기기 폭이 좁은 A가 다소 유리했지만 문턱은 두 모델 모두 수월하게 넘었다. ‘프로그래밍(Programming)’ 부문 관련 점수는 두 제품 모두 높았다. 특히 파워봇은 자동·수동·최대·스팟 등 4종(種)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갖춰 주목 받았다. 이중 ‘스팟’은 원하는 곳에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비춰 해당 부분만 청소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이 밖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원격 조정이 가능한 파워봇의 특성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세 가족(엄마,아빠,딸)이 거실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중이고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하고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인간은 언제부터 로봇 같은 존재를 꿈꾸게 됐을까? 모르긴 해도 ‘고되고 험한 노동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열망이 싹튼 시점과 엇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상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며 꾸준히 이어져왔다. 마법으로 빗자루를 움직이면 청소가 뚝딱 끝나곤 했던 독일 민담 속 한 장면, 외출 후 돌아오면 우렁 각시가 집안일을 말끔히 해치워놓았던 한국 전래동화의 설정. 배경과 등장인물은 조금씩 다르지만 두 사례 모두 ‘고된 노동에 지친 이들이 피로를 달래기 위해 지어낸 후 나누던 이야기’란 점에서 그 출발선은 동일하다.

요컨대 로봇청소기와 같은 ‘도우미 가전’의 일상화는 로봇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이들 로봇은 차페크의 로보티, 그리고 영국 작가 메리 셸리(Mary W. Shelley, 1797~1851)의 동명 소설 속 주인공 ‘프랑켄슈타인’과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주인을 공격할 염려가 전혀 없고 오직 사용자의 일 부담만 덜어주기 때문이다. 비록 외관이 사람을 닮은 건 아니지만 사람 못지않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선사한다. 또 사람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깔끔하게 주어진 일을 척척 해낸다.

어쩌면 현대인은 파워봇 같은 로봇형 가전 덕분에 로봇을 예전보다 더 친근한 존재로 상상할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런 상상은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인간에 가깝고 한층 안전하며 능률적인’ 로봇의 개발을 앞당길 게 분명하다.


[1] mechatronics. 기계와 전자를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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